호주 모나시대, ASPREE 임상 1만3500명 유전체 재분석…혈소판 관련 유전자가 열쇠
혈소판 관련 유전자 점수가 상위 20%에 드는 고령자가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했을 때 치매 발생 위험이 약 70%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모나시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에 발표한 분석에서, 특정 유전자 프로필을 가진 고령자에게서 저용량 아스피린이 치매 위험을 70% 낮추는 것과 연관이 있었다. 연구진은 대규모 임상시험 ASPREE(고령자 이상 사건 감소를 위한 아스피린) 참가자 1만3500명 이상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했다.
혈소판 관련 유전자 점수 상위 20%에 속한 참가자 중 아스피린을 복용한 사람은 1%만 치매가 발생했고, 위약을 받은 사람은 3.3%가 치매로 이어졌다. 이 차이는 아스피린 복용군에서 치매 상대 위험이 약 70% 낮은 것에 해당한다. 절대적 수치로 환산하면 100명당 약 2.3명의 치매 발생을 줄인 셈이다.
ASPREE는 70세 이상 건강한 고령자 1만9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매일 100mg의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게 한 대규모 무작위 위약 대조 임상시험이다. 2018년 발표된 원래 임상 결과에서는 아스피린이 치매 위험을 낮추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그 데이터를 유전자 단위로 다시 들여다본 재분석이다.
연구진은 5182개의 다유전자 점수(polygenic score)를 검토해, 어떤 유전자 조합이 아스피린의 치매 예방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폈다. 가장 강한 연관성은 혈소판 수와 관련된 유전자에서 나왔다. 혈소판은 지혈 기능 외에도 염증 조절, 혈관 기능, 뇌 내 아밀로이드 생물학과 연관된다는 증거가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에 발견된 유전자 신호가 기존에 알려진 알츠하이머 위험 유전자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모나시대 공중보건·예방의학대학원 연구원은 "이 신호가 알츠하이머와 치매의 기존 유전적 위험 인자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유전자가 언젠가 예방 치료의 수혜자를 가려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치매 위험 감소 효과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랐다. 같은 유전자 집단에서 아스피린 복용군의 4.4%가 주요 출혈을 경험한 반면, 위약군은 2.1%에 그쳤다. 출혈 위험이 거의 두 배에 달해 치료의 득실 판단을 복잡하게 만든다.
연구진은 결과 확인을 위한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무작위 임상시험의 추적 기간은 중앙값 5년 미만으로, 빠르게 진행된 치매 사례를 주로 포착했을 가능성이 있다. 느리게 진행되는 인지 저하에 저용량 아스피린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만을 근거로 치매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기 시작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심각한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 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다른 집단에서의 재현 확인과 해당 유전자 프로필 보유자만을 대상으로 한 별도 임상시험이 뒤따라야 의학적 권고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