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업무상 과실치사상·명령 위반 유죄 인정…원심 유지
2023년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발생한 채수근 상병 순직 사고와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사고 발생 1천196일 만에 내려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박상현 전 해병대 7여단장과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에게 선고된 금고 1년 6개월도 그대로 유지됐다. 장모 전 포7대대 본부중대장 역시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채 상병 순직 사고는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해병대원들이 하천에서 수색 작전을 벌이던 중 발생했다. 당시 하천 바닥이 가라앉으면서 채 상병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대원들도 다쳤다.
임 전 사단장 등은 구명조끼를 비롯한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대원들에게 수중수색을 하도록 하는 등 지휘관으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수사를 거쳐 지난해 11월 임 전 사단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 조사 결과, 임 전 사단장 등은 바둑판식 수색과 수변으로 내려가 찔러보는 방식 등 구체적인 수색 방법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슴 장화를 확보하라는 지시 등도 대원들이 물속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게 된 배경으로 지목됐다.
임 전 사단장은 사고 당시 작전통제권을 육군으로 넘기도록 한 단편명령이 내려졌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은 채 현장 지도와 수색 방식 지시 등 지휘권을 행사한 혐의도 받았다.
특검팀은 결심공판에서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5년을,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금고 1년에서 2년 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지난 5월 열린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과 채 상병 순직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시로 위험이 커졌고, 수중수색 사실을 알면서도 적절한 지휘권을 행사해 수색을 금지하거나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업무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박 전 여단장을 통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단순 언급만 했어도 해병들이 수중 수색을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고, 장비를 갖췄다면 피해자들을 신속히 구조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작전통제권 이관 명령에도 불구하고 임 전 사단장이 현장 지휘에 관여한 행위 역시 군형법상 명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박 전 여단장과 최 전 대대장에게 각각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채 상병이 소속됐던 포7대대를 지휘한 이용민 전 대대장에게는 금고 10개월, 장모 전 중대장에게는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박 전 여단장과 최 전 대대장이 수중과 수변의 구분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채 수색 지시를 내리는 등 대원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위험 지역 수색 성과를 얻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대원들의 생명 위험을 등한시했다"고 질책했다.
특히 상급 지휘관들의 책임을 강조하며 "그동안 군 작전 수행 과정에서 장병이 목숨을 잃었으나 말단 지휘부에 책임을 물리는 관행이 반복돼 왔다"며 "이 사건은 다르다. 상급 지휘관이 책무를 소홀히 한 '부작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위험을 인지한 상황에서 이를 가중하는 지시를 한 '작위' 결과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특검팀과 피고인들이 모두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다만 항소심은 임 전 사단장의 명령 위반 혐의 중 작전 철수 지침이 내려진 상황에서도 박 전 여단장에게 수색 작전을 계속하도록 지시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지난 8월 2심 재판부는 "작전 당시 지휘관들에게는 대원들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으나 적극적 수색을 강조하며 안전 지침에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서도 "부대원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최상급 지휘관임에도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피해자들의 사망과 상해라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 법리적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이날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명령위반죄 등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임 전 사단장 등 사고 당시 지휘관들에게 내려진 형이 확정되면서 채 상병 순직 사고와 관련한 형사재판이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