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 태풍 인파, 참피 닮은 'C커브 유턴' 가능성…ECMWF 예상경로 살펴보니

입력 2026-10-25 19:21:18 수정 2026-10-25 19: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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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25일 오후 4시 30분 발표 31호 태풍 인파 예상경로
기상청 25일 오후 4시 30분 발표 31호 태풍 인파 예상경로

대만 쪽으로 향하던 30호 태풍 참피(CHAMPI)가 예상경로를 급격히 북동쪽으로 틀었다. 태풍 참피는 대만 부근에서 C자 모양으로 커브를 틀어 제주도 남쪽 해상 및 일본 규슈 방향으로 올라오는 모습이다.

참피가 직접 한반도를 관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도와 남해안에는 이미 비·강풍·높은 물결 등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어 발생한 31호 태풍 인파(IN-FA)도 참피와 비슷하게 서태평양 저위도에서 출발한 만큼, 장기적으로 비슷한 C커브를 그릴지 시선이 향한다.

◆대만행 깨고 C커브…제주 남쪽 거쳐 규슈 방면으로

기상청이 25일 오후 4시 발표한 예보에 따르면 참피는 이날 오후 3시 북위 30.1도·동경 125.4도에서 중심기압 992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23m의 세력으로 북동진하고 있다.

26일 새벽에는 제주도 남동쪽과 규슈 서쪽 사이 해상으로 이동한 뒤 오전 중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될 전망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참피는 대만 쪽으로 계속 서진할 가능성이 크게 거론됐다. 그러나 대만 동쪽 해상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돌린 뒤 다시 북동쪽으로 휘면서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종종 나타나는 전형적인 C커브 진로를 형성했다.

일본기상청 예보에서도 참피에서 변질된 저기압 및 전선이 26일 서일본 남쪽을 지나며 일본 곳곳의 비·바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고 있다. 태풍 자체는 약해지지만, 온대저기압으로 바뀐 뒤에도 비와 강풍 영향은 이어질 수 있다.

일본기상청 25일 오후 6시 발표 30호 태풍 참피(위), 31호 태풍 인파(아래) 예상경로
일본기상청 25일 오후 6시 발표 30호 태풍 참피(위), 31호 태풍 인파(아래) 예상경로

◆일본행 태풍에도 제주·부산 '비 영향'…가을 나들이엔 중요 변수

한국에서 체감하는 태풍 영향은 한반도 상륙 여부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기상청은 25~26일 제주도에 30~80㎜, 산지·중산간에는 12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울산·경남 남해안에도 20~60㎜의 비가 예상됐다. 제주도에는 강풍특보가 내려졌고 남해와 제주 해상에서는 매우 높은 물결도 예상되고 있다.

현재 비 자체는 제주 남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기상청도 참피의 이동경로와 강도에 따라 강수 구역과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태풍 주변에서 북상하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전선이나 기압골과 맞물릴 경우 중심이 비껴가더라도 강수 영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월은 여행·축제·등산·단풍 구경 등 야외 여가활동이 많은 시기다. 이런 때는 태풍의 '직접 상륙'보다 비가 언제 얼마나 내리고, 강풍과 높은 파도가 어느 지역까지 영향을 주느냐가 실제 국민 생활에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25일 기준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 31호 태풍 인파 예상경로. 예측 평균을 가리키는 검은선, 30호 태풍 참피와 닮은꼴 C커브 진로를 가리키는 붉은선. 매일신문DB
25일 기준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 31호 태풍 인파 예상경로. 예측 평균을 가리키는 검은선, 30호 태풍 참피와 닮은꼴 C커브 진로를 가리키는 붉은선. 매일신문DB

◆이번엔 31호 인파…참피 닮은 'C커브' 가능성 있을까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음 31호 태풍 인파로 옮겨간다. 전날인 24일 새벽 발생한 태풍이다.

기상청이 25일 오후 4시 30분 발표한 예보에서 태풍 인파는 서태평양 먼 해상에 있으며, 30일까지 계속 서쪽~서북서쪽으로 이동하면서 강도 4, 중심기압 930hPa까지 발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닷새 뒤(30일)까지만 보면 중심기압이 계속 낮아지고 강도는 높아지는 등 세력이 갈수록 강해지는 흐름이다. 이는 앞서 30호 태풍 참피가 발생 초기 닷새 뒤 강도 4까지 발달할 것으로 예보됐던 것과 비슷한 수순이다. 강도 1~2 수준에서 머물다 약해져 소멸하는 여타 태풍과 달리, 매우 강한 태풍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다만, 한·일 기상당국과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의 공식 예보 모두 닷새 뒤까지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에 가까워진 뒤의 방향 전환 여부까지 판단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

그런데 그보다 긴 구간을 보여주는(그래서 변동 가능성도 높은)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 앙상블 예상경로에서는 변수가 보인다.

평균적인 흐름과 별개로 개별 시나리오 가운데 서편화된 예상경로들은 인파가 필리핀 동쪽으로 길게 서진한 뒤 북쪽으로 크게 휘어 오키나와 제도를 넘어 규슈 방면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참피가 밟은 C커브와 닮은 수순이다.

반면 다중앙상블(GEFS)은 상대적으로 동쪽에서 북상해 먼 바다로 빠지는 시나리오에 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모델 간 차이가 큰 만큼 현 단계에서 인파의 '일본행'이나 '한국 영향'을 전망하는 건 지나치게 이르다.

그러나 참피 역시 며칠 전까지 대만 쪽 서진이 유력해 보이다 갑자기 C커브를 트는 의외성을 보여준 만큼, 인파가 닮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아직 일말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나 ECMWF 일부 예상경로가 오키나와 너머까지 열어둔 만큼 향후 진로 변화는 계속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파는 태풍위원회 14개국 중 마카오가 제출한 이름으로 불꽃놀이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