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시장직 상실형(벌금 1천만원)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 속단은 이르나 '보궐선거' 가능성은 많이 떨어졌다.
항소심 판결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납득(納得)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탄핵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고 했다. 겉으론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론 안도하고 있으리라고 본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민주당 당 대표 경선 당시 오세훈 시장직 박탈형을 전제로 "당 대표가 되면 2027년 서울시장 재선거(보궐선거)를 직접 책임지고, 선거 결과에 따라 당원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분위기가 민주당에 썩 유리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오 시장 귀책(歸責) 사유로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민주당 승리 가능성이 높았다. 김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당권을 더욱 굳히고, 차기 대선 주자로 도약한다는 구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정부 지지율은 전국적으로 30~40% 초반에 머물고 있다. 서울은 전국에서도 최악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주식, 안보, 이재명 대통령의 사적 인사, 범여권 내 계파 간 알력(軋轢) 등으로 좀처럼 지지율 반등(反騰) 기미(幾微)가 보이지 않는다. 만약 보궐선거를 치러 민주당이 패할 경우 김민석 대표는 차기 대선 후보로 도약은커녕 대표직마저 내놓아야 할 지경에 처하게 된다. 차라리 선거가 없는 편이 나은 것이다.
오세훈 항소심 무죄로 복잡해진 쪽은 국민의힘이다. 지방선거 직후 1심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오 시장의 정치 행보는 상당히 위축됐다. 정치생명이 끝날 가능성도 배제(排除)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항소심 무죄로 국민의힘 반(反)장동혁계 입장에서는 비빌 언덕이 생겼다. 이들이 다음 총선에서 대거 공천 탈락 위기에 처하면 오세훈과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도 있다. 여기에 무소속 한동훈,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까지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오세훈 항소심 무죄 판결이 역설적으로 민주당엔 온풍을, 국민의힘엔 핵폭탄을 던진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