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가상자산 과세 네 번째 유예 검토…청년층 여론·CARF 고려

입력 2026-10-25 16: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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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1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당정 협의 거쳐 2029년으로 늦출 가능성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경. 청와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추가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경. 청와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추가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다시 유예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가상자산 과세는 당정협의에서 유예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청년 자산 사다리에 대한 존중 등의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검토 중이며 관련해 결정된 바는 없다"는 공식 입장도 함께 내놨다.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그동안 세 차례 시행이 유예됐다.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초과분에 기타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산한 22%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정부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관련 행정 절차를 진행해 왔지만, 정치권에서는 예정대로 시행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여권 내부에서도 정책 일관성을 위해 시행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법·제도가 아직 미비하다는 주장이 대립해 왔다. 청와대가 추가 유예로 가닥을 잡은 배경에는 실효성 있는 과세 체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해외 거래소에서 발생한 거래 소득을 과세당국이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OECD가 마련한 암호화 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는 각국 과세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정보를 자동으로 주고받아 해외 거래를 통한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 기준이다. CARF를 통한 국제 거래정보 교환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시행하면 해외 거래소 이용자의 소득 파악에 한계가 생기고,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과세 부담이 집중되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OECD CARF에 따라 내년부터 국가 간 거래정보 교환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초기 참여국은 한국·일본 등 46개국에 그친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큰 미국은 2029년에야 참여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4명은 "세계 최대 가상자산 시장인 미국이 2029년 CARF에 참여하는 점을 고려해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며 과세 시행일을 2029년으로 늦추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국민의힘도 과세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유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논쟁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민주당 유튜브 방송 '민티 07'에 출연해 "올해 정리를 해야 한다"며 당정 간 집중 협의를 거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과세 유예 방안을 검토함에 따라 향후 당정 협의에서도 유예론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 지지율 반등 계기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서 자산 관련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년층 여론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까지 미뤄질 경우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 훼손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가상자산 과세 문제는 국정감사 종료 후 당정청 협의를 거쳐 확정되고, 11월 세법 개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