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재범' 기사회생한 이유가…"측정 전 입 헹굴 물 안줬다고"

입력 2026-10-25 11:18:31 수정 2026-10-25 11:55:49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재판 자료사진. 매일신문DB
재판 자료사진. 매일신문DB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과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운전자가 대법원에서 판결을 뒤집었다.

경찰이 음주 측정 전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해당 측정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12월 세종시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화물차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도로 한가운데 시동이 켜진 차량의 운전석에서 사람이 잠들어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후 운전석에 있던 A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진행했다.

당시 측정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1%였다. 검찰은 A씨가 과거에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을 들어 재범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2019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확정받은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A씨가 문제 삼은 것은 음주 측정 전 절차였다. 경찰이 측정 당시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았고, 이후 석방될 때까지 약 1시간 동안 물을 주거나 음주 측정을 다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이 같은 절차상 하자로 인해 혈중알코올농도가 실제보다 높게 측정됐을 수 있다며 측정 결과를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는 절차는 경찰청 내부 지침에 따른 것으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음주 측정 자체가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음주를 마친 뒤 20분 이상 지난 시점에 측정이 이뤄졌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측정 전 입을 헹구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은 음주 측정 당시 물을 제공하지 못한 경위에도 주목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갑자기 일어나 측정기를 물고 불어 음용수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그 책임은 피고인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음주 측정 전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는 절차가 이미 법령에 명시돼 있었던 만큼, 이를 거치지 않고 얻은 측정 결과는 원칙적으로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에 따르면 음주 측정 전 입 헹굼 물 제공 절차는 사건 발생 약 5개월 전인 2023년 7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명시됐다. 단순한 내부 지침을 넘어 법적 구속력을 갖춘 절차가 된 것이다. 따라서 경찰이 해당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로 얻은 음주 측정 수치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절차를 위반한 측정 결과를 예외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 사정도 이 사건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음주 종료 시부터 20분이 지나면 구강 내 잔류 알코올의 영향이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는 트림이나 딸꾹질 등의 영향이 배제된 실험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실제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는 잔류 알코올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가 실제보다 높게 측정될 위험이 사라진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