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 넘는 흑자를 낸 반면, 주요 국가 중 중국만 또 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은 2024년 흑자로 돌아섰으나 1년 만에 400억원 이상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연합뉴스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실에 제출한 '외국인 건강보험 국적별 부과 대비 급여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전체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1조128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외국인 가입자가 낸 건강보험료는 총 2조5370억원으로, 공단이 이들의 진료비 등으로 부담한 급여비 1조5243억원을 웃돌았다. 이에 따라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17년부터 9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게 됐다.
국적별로는 베트남이 1601억원으로 가장 큰 흑자를 기록했다. 이어 네팔 1262억원, 인도네시아 918억원, 캄보디아 856억원, 미얀마 840억원, 미국 819억원, 필리핀 559억원, 우즈베키스탄 481억원, 러시아 131억원 순이었다.
10개국 대부분이 흑자인 가운데, 중국 국적 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409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중국인이 낸 보험료는 9564억원이었지만, 공단이 지급한 급여비는 9973억원에 달했다. 보험료로 거둬들인 금액보다 진료비 등으로 지출한 금액이 더 많았던 셈이다.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17년 1108억원, 2018년 1509억원, 2019년 98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2021년 109억원, 2022년 229억원, 2023년 27억원의 적자를 이어가다 2024년 55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게 됐다.
정부는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가입 및 이용 요건 등을 강화해 왔다. 2019년 7월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으며, 2024년 4월에는 외국인과 재외국민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하려면 원칙적으로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하도록 했다. 같은 해 5월부터는 병의원에서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때 본인 확인 절차도 의무화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외국인 건강보험 제도에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상대 국가가 한국 국민에게 제공하는 건강보험 혜택에 따라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 제공하는 혜택도 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국내 중국인 가입자에 중국 동포(조선족) 등이 다수 포함된 가운데, 중국은 한국과 달리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데다 외국인의 보험 가입 요건으로 영주권을 요구한다는 점으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이 밖에도 외국인 건강보험료 체납액 관리의 사각지대와 결손처분 증가 문제 등도 개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상호주의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가마다 의료보장 체계가 달라 건강보험 혜택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은 조세를 기반으로 한 국가보건서비스(NHS)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은 민간보험 중심의 의료보장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국과 독일은 사회보험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국가별 제도 차이가 크다.
상호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중국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국가 출신 가입자에게도 영향을 미쳐 건강보험 가입 자격을 둘러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국제 규범과 외교적 갈등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유엔 세계인권선언 제22조 등 국제 협약은 거주 외국인의 보편적 사회보장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 역시 대체로 체류 기간이나 취업 여부 등을 기준으로 공적 의료보장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상대 국가의 복지 수준만을 근거로 국내 체류 외국인의 건강보험 혜택을 제한하는 것은국제적 차별 금지 원칙과 어긋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부 또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