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보통휘발유 최대 239원 상승 억제…산업연구원 "출구전략 설계해야"

입력 2026-10-23 15:35:26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산업연구원, 전국 주유소 1512곳 분석…"취약 가계·필수 운송 선별 지원 병행해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안내판에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안내판에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보통휘발유 가격이 고급휘발유보다 리터(L)당 최대 239원 덜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KIET)은 23일 '석유 최고가격제의 가격안정 효과' 보고서에서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의 2023년 1월 1일부터 올해 9월 16일까지 주유소별 일별 가격자료를 활용해 이같이 분석했다. 주 분석 대상은 올해 1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매일 두 유종을 판매한 전국 주유소 1,512곳이다.

분석 결과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고급휘발유 대비 보통휘발유의 상대가격은 1차 시행 기간(3월 13~26일) 리터당 45.75원, 2~6차(3월 27일~6월 26일) 165.51원, 7차 이후(6월 27일~9월 16일) 239.48원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는 고급유에 정책 영향이 없고, 제도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두 유종의 평균 가격 변화가 같았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추정한 수치로,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보통휘발유의 실제 판매가격이 정책 시행 전보다 최대 239.48원 떨어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급유의 가격 변화를 비교 기준으로 삼아 추정한 상대적 하락폭이다.

정부는 3월 13일부터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격에 상한을 설정하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최초 보통휘발유 공급가격 상한은 리터당 1,724원으로, 시행 이틀 전 정유사 평균 공급가격(1,833원)보다 109원 낮게 책정됐다. 이후 3월 27일 1,934원으로 인상됐고, 6월 27일에는 1,784원으로 인하됐다.

현재 11차 공급가 상한은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17일 0시부터 4주간 적용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고가격제가 가격 상승을 완충하거나 원가 하락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시점을 앞당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지역별로는 2~6차와 7차 이후 구간 모두 전국 17개 시도에서 보통휘발유 상대가격이 하락했다.

가격 규제가 길어질수록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기업과 소비자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급가격을 제한하면 기업의 공급 유인이 줄어들 수 있고, 소비자도 기름값 부담이 낮아지면서 에너지를 절약할 필요성을 덜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격 안정 혜택이 모든 소비자에게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석유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계층일수록 혜택이 커질 수 있어 지원의 형평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산업연구원의 설명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고가격제를 급격한 유가 충격을 완충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되 장기간 운영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해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장기화에 따른 손실보전 부담과 에너지 절약 유인의 약화, 수혜의 형평성 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며 "출구전략은 국제 제품가격·환율, 가격 상한이 실제 공급가격을 제약하는 정도, 공급가격 변화가 소매가격에 반영되는 정도를 종합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안정 조건이 충족되면 최고가격제를 계속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제도 해제 이후 가격이 다시 오를 위험을 비교해 조정·종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규제 축소 과정에서 취약 가계와 필수 운송 분야에 대한 선별 지원, 가격정보 제공과 경쟁여건 개선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당분간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되 중동 정세와 유가 등 국내외 상황을 보고 종료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