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주재 2차 전체회의…"내년 상반기 권역별 1곳씩 지정"
반도체 산단 조성 10년→5년·무인 자율차 B2B 판매 허용
지방정부가 설계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초광역특구'에 단일 법률로는 역대 최대인 320여개 규제특례가 적용된다. 창업기업이 인허가나 정책지원을 신청할 때 내야 하는 행정서류도 절반 넘게 사라진다.
정부는 2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열고 지방주도 성장과 창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합리화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한성숙 국무총리와 민간 부위원장 3명, 위원회 위원, 현장 전문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위원회는 올해 2월 위원장을 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하고 민간위원을 17명에서 33명으로 늘린 뒤 4월 첫 회의를 열었다. 위원장 격상은 28년 만이다. 이번 회의는 1차 회의에서 제시한 방향을 구체화하는 자리다.
◆특례 320여개에 규제유예·재정 지원까지 한 묶음
핵심은 20일 발의된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 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초광역특구법)이다. 그동안 '메가특구'로 부르던 특구를 법정 용어로 정리했다. 지방정부와 기업이 특구계획을 세워 신청하면 규제합리화위원회와 지방시대위원회 심의, 국무총리 승인을 거쳐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정한다.
손동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기대하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권역별로 1개씩은 지정하는 걸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권역은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5극3특 25개 성장엔진을 토대로 특구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특구에는 320여개 '메뉴판식 규제특례'가 담긴다. 모든 특구에 인허가 의제와 환경영향평가 단축, 산업시설 건폐율·용적률 완화, 교수·연구원 휴직·겸임 허용, 기업 종사자 주택 특별분양 등을 공통으로 적용한다. 산업별로는 반도체 손자회사 출자 허용기준 완화, 무인소방로봇 도로교통법 특례, 자율차 개인위치정보 이용규제 완화 등을 골라 쓸 수 있다.
손 실장은 "초광역특구법에 들어가 있는 320여개 특례는 기존 규제 특례보다 더 강력한 특례"라고 설명했다.
메뉴판에 없는 규제도 기업이나 지방정부가 신청하면 일정 기간 효력을 배제하거나 완화하는 '수요응답형 규제유예'가 처음 도입된다. 규제샌드박스는 심의기간을 줄이고 실증기간을 유연하게 운영한다. 성장엔진특별보조금 신설과 국민성장펀드, 거점국립대 성장엔진 브랜드 단과대 설치, 조세·부담금·임대료 감면 등 범정부 지원도 함께 묶는다.
노동 특례는 사회적 대화 결과에 따라 반영된다. 손 실장은 노동 특례가 포함된 법안과 포함되지 않은 법안이 함께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는 R&D 분야 상위 3%에 대한 특례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3개월에서 6개월로, 기간제 근로를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반도체 산단 5년 내 조성…창업 지원기간도 연장
업종별 규제 개선안도 나왔다. 반도체 산업단지는 인허가와 토지보상,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10년 넘게 걸리던 조성 기간을 5년 이내로 줄인다. 공항·항만에서 먼 지방 반도체 기업은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AEO) 인증을 받은 보세공장이면 물품을 먼저 운송하고 이동 중에 수출신고를 할 수 있다.
안홍상 산업부 반도체정책과장은 "최근 반도체 경쟁은 누가 더 빨리 공장을 짓고 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진입하느냐, 즉 시간의 싸움이 되고 있다"며 "기업이 기다리는 시간은 줄이고 정부 지원은 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춰 움직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AI데이터센터는 인허가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체계를 만들고, 비수도권에 짓는 경우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기준을 검토한다. 현재는 10㎿ 이상 전기를 공급받으면 평가 대상이다. 전산실과 냉각·전력설비 등 무인 설비는 주차장 설치 기준 면적에서 빼기로 했다. 정부는 1만평 규모 센터의 경우 의무 주차면이 83대에서 25대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무인 자율주행차는 국제기준 도입 전까지 기업 간 거래(B2B)에 한해 판매할 수 있도록 성능인증제를 운영한다. 원격관제와 사고 현장 출동을 맡는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도 제도화해 2028년 광주 실증도시부터 시범 적용한다. 서비스 사업자에게는 운행 데이터 국내 보관 의무를 지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배양한 자가면역세포를 쓰는 재생의료의 위험도를 '저위험'으로 낮춰 2~3년 걸리던 임상연구 없이 치료할 수 있게 했다.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처리한 의료정보로 연구할 때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를 거치지 않도록 절차를 간소화한다. 품목허가 전에 제조한 의약품도 요건을 갖추면 폐기하지 않고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창업 분야에서는 그동안 행정 편의주의적 관점에서 관행적으로 지속돼 온 창업 관련 불필요한 규제도 걷어낸다는 방침이다. 현재 업력 7년까지인 창업 지원 대상 기준에 병역·출산 등으로 경영을 쉰 기간을 최대 5년까지 더 인정하는 특례를 신설한다. 신설 계좌 이체한도 해제 기준은 은행권 공동 가이드라인으로 통일하고, 창업지원사업 선정 이력 등 중소벤처기업부가 확인해 줄 수 있는 경우에는 신청 즉시 한도를 풀 수 있도록 한다.
창업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행정서류 5천21개 가운데 2천756개(54.9%)는 폐지·면제하거나 간소화한다. 지원사업 신청 단계에서 모든 서류를 요구하던 방식을 바꿔 선정된 기업에만 받고, 행정기관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서류는 제출 의무를 없앤다. 규제합리화위원회 산하에는 '창업벤처규제혁신위원회'가 새로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