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조카인 줄 알았더니 반려견"…부고장 상주에 이름 올리는 반려견, '개 전성시대'

입력 2026-10-25 14:19:57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반려동물 호텔·유치원 넘어 장례 등 추모의 영역까지 ·…
구미, 경주, 의성, 포항 등 경북의 지자체들도 앞다퉈 반려동물 친화 공간 확충

지난 10일 구미시가 동락공원에서 연 반려동물문화축제에서 김장호 구미시장이 반려견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지난 10일 구미시가 동락공원에서 연 반려동물문화축제에서 김장호 구미시장이 반려견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최근 경북의 구미시의 공무원 A씨는 큰아버지의 부고장을 받아 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촌 형제들의 자녀 명단에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이름이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사촌 형님이 늦둥이를 보셨나' 싶었던 그는 장례식장을 찾았다가 뜻밖의 사실에 헛웃음을 지었다. 막내 조카인 줄 알았던 이름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반려견이었던 것. A씨는 "가족 부고장에 반려견 이름까지 등장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직장인 B씨도 얼마 전 서울에 사는 지인의 부고장을 받아 들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부고장에는 평소에 키우던 반려견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못해 부조를 했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었다"며 "이러다 조문도 실제로 하고 정치인들의 조기도 반려견 장례식에 내 걸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이라고 했다.

'개 팔자가 상팔자'인 시대다. 이제는 반려견 전용 호텔과 유치원, 미용실은 기본이고, 가족의 경조사 명단에까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면 전문 장례식장에서 화장하고 유골을 보관하는 추모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기업들도 반려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 속옷 전문기업이 몇 해 전 출시한 반려견 전용 의류 '개리야스'는 수년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3일 빨간 내복과 김장패딩조끼, 보살조끼 등 가을·겨울 신제품 12개 품목을 선보여 일부 제품은 사전예약에서 조기 품절될 정도로 호응을 얻은 바 있다.

10월 현재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연간 5조원대 규모로 추정되며, 2027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9.2%에 달한다.

경북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친 반려동물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구미시는 옥성면 구봉리 일원에 총사업비 96억원을 투입해 2만5천㎡ 규모의 반려동물 문화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동물보호센터와 입양센터에 이어 2027년 말까지 실내·외 놀이터를 갖출 계획이다. 경주시는 정부의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 선정, 2028년까지 20억원을 들여 보문관광단지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관광 기반을 확충한다. 포항시는 반려견 전용 운동장을 갖춘 '댕댕동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의성군도 수영장과 캠핑장 등을 갖춘 '펫월드'로 반려동물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공무원 김모(49) 씨는 "사람의 부고장에 이름을 올리고, 호텔에서 잠을 자고, 전용 내복까지 입는 반려견들을 보면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옛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다"며 "이제 일부 가정의 취미를 넘어 거대한 소비시장과 새로운 생활문화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