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오브 듀티'가 까뒤집은 그들의 내로남불 [가스인라이팅]

입력 2026-10-21 02: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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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스틸샷.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스틸샷.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오는 23일 출시되는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는 북한의 남침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무너지는 전선에서 조국을 지키는 국군 '박 이병'이다. 그런데 좌익 진영 일각에서 이 게임이 북한을 악마화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도대체 어디가 악마화일까.

먼저 이중잣대부터 짚자. 그동안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사실관계를 비틀 때마다 좌익 진영은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를 방패 삼았다. 실존 인물을 마음대로 각색하고 역사적 평가를 한쪽으로 끌고 가도 예술이니 관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북한이 침공하는 가상의 시나리오 앞에서는 갑자기 엄격한 윤리를 들이댄다. 창작의 자유가 진영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한다면 그것은 원칙이 아니라 편의다.

설령 그 잣대를 인정하더라도 이번 비판은 성립하지 않는다. 악마화란 없는 악을 덧씌우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은 상상이 아니라 역사이자 현재다. 1950년 북한은 탱크를 몰고 내려왔다. 2010년 천안함을 침몰 시켜 46명의 장병을 앗아가고 연평도에 포탄을 퍼부었다.

김정은은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헌법에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명시하라고 지시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묻어둔 지뢰에 정상 작전 중이던 우리 장병이 다쳤고 한 장교는 발목을 잃었다. 이미 저지른 일을 게임에 묘사한 게 악마화일 수 없다.

오히려 이 게임은 우리가 잊고 사는 사실을 일깨운다. 휴전은 종전이 아니다. 70년 넘게 이어진 불안한 평화에 익숙해진 나머지 우리는 서울이 전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쉽게 외면한다. 전 세계 수천만 명이 즐기는 게임이 한반도의 위협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면 그것은 비극의 소비가 아니라 위협의 환기다.

전쟁을 다루는 창작물은 늘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신중함과 침묵은 다르다. 북한의 위협을 그리는 것조차 '악마화'로 낙인 찍는 태도야말로 우리의 안보 의식을 무디게 만드는 가장 위험한 오락이다.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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