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식의 페리스코프]전작권 전환과 환수의 차이, 그리고 전제조건

입력 2026-10-21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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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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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전작권환수추진단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전작권환수추진단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19일 취임 5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해 '전환'보다 '환수'나 '환원'이 적절한 표현이라며 조기에 돌려받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서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은 명칭의 정당성보다 전환 이후의 방위태세와 전쟁 수행 능력이다.

◆ '환수'라는 명분보다 지휘체계의 실체를 보아야 한다

'환수'는 본래의 권한을 되찾는다는 정치적·역사적 의미를 강조한다. 반면 '전환'은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지휘체계와 주도권이 바뀐다는 군사적·제도적 의미에 초점을 둔다. 환수라는 표현만 앞세우면 대한민국이 현재 군사주권을 상실하고 있으며, 이를 되찾기만 하면 자주국방이 완성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현행 한미연합사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국군을 지휘하는 기구가 아니다. 양국의 합의에 따른 군사위원회의 전략지시와 작전지침 아래 임무를 수행하는 연합지휘기구다. 작전통제권은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정된 전력을 운용하는 권한이며, 국가의 통수권이나 군사주권 전체와 동일하지 않다. 평시작전권을 우리가 갖고 있지만 평시에도 연합방위의 효율을 위해 위기관리와 연습 등을 위해 연합권한 위임(CODA)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환을 '한국군 단독행사'라고 규정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기존 한미 합의는 연합사를 유지하면서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군사령관을 맡는 구상이다. 따라서 핵심은 한국이 홀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군이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실질적 능력을 갖추는 데 있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설명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과학(Science)과 예술(Art) 같은 비유만으로는 국민의 의문을 풀 수 없다. 무엇을 지휘하고, 어떤 능력이 부족하며, 언제까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를 명료하게 밝혀야 한다. 특히 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국방장관이라면 연합작전의 복잡성과 지휘책임의 무게를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

◆전환의 전제조건은 장비와 함께 사람을 준비하는 것이다
한미가 합의해 온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동맹의 포괄적 대응 능력, 안정적인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다. 이는 전환을 미루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지휘체계를 바꾸더라도 방위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기준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14일 전환을 지지한다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능력 등 안보환경의 변화와 핵심 군사능력 확보를 강조했다. 이를 한국군의 연합작전 주도 능력을 현재의 위협 수준에 맞춰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로 읽을 수 있다. 다만 합의된 조건과 세부 평가 기준의 변경은 구분해야 하며,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한미가 근거를 공유하고 협의해야 한다.

우리가 특히 중시해야 할 것은 정보감시정찰 능력과 이를 전쟁 수행으로 연결하는 지휘관·참모의 판단력이다. 위성과 무인기가 정보를 수집하더라도 적의 의도를 해석하고, 결정적인 시점과 장소를 찾아 전력을 집중하지 못하면 정보의 가치는 제한된다. 표적을 탐색 발견하는 능력과 전쟁 전체를 설계하는 능력은 함께 발전해야 한다.

연합근무 경험만으로 이러한 역량이 저절로 축적되지는 않는다. 미군의 절차와 보고 형식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다른 대안은 무엇이었는지, 실패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우리 군의 교육과 훈련 평가가 이런 판단력을 충분히 길러주고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박정수 해병대 예비역 장군이 저술한 '적군 사령관이 본 전쟁연습과 교훈'이라는 책자는 큰 가치가 있는 책이다.

전쟁사 연구, 반복적인 워게임, 자유로운 대안 토의, 엄정한 사후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상급자의 의도를 되풀이하는 참모보다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근거를 갖고 판단하는 참모를 길러야 한다. 전문교육과 연구 시간을 보장하고, 작전기획 경험이 보직 이동과 함께 소멸하지 않도록 전문성을 축적해야 한다.

정부는 전환 시점의 선언에 앞서 부족한 능력과 보완 일정, 검증 결과를 설명해야 한다. 지휘통신이 마비되거나 핵·미사일 공격과 장기 소모전이 겹쳐도 연합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동맹의 작동을 확인하고 억제력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주한미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유엔군사령부의 차이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한 사람이 세 사령관을 겸하더라도 각 기구의 임무와 권한이 같은 것이 아니다. 연합사령관은 양국이 정한 지휘관계와 권한에 따라 지정된 전력을 운용한다. 따라서 국내에 주둔한 미군과 해외 증원전력이 언제, 어떤 절차로 연합작전에 투입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미국의 전략 변화도 이러한 점검을 요구한다. 미국은 올해 1월 발표한 국가방위전략에서 한국이 북한 억제의 주된 책임을 맡고 미국은 핵심적이지만 더 제한적인 지원을 제공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한국의 방위책임 확대와 함께 미국의 지원 범위와 지속성을 더욱 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대만해협과 한반도에서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를 가정해야 한다. 정보자산, 공군력, 미사일방어, 수송과 군수지원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조정되는지, 한국 방어에 필요한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해양전략병참선(SLOC) 방호와 기지국가 역할협의, 동맹에 대한 신뢰는 구체적인 계획과 훈련으로 뒷받침될 때 더욱 강해진다.

전작권 전환이 곧 주한미군 철수나 억제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와 지원 보장 없이 시한에 쫓겨 추진한다면 지휘의 공백과 전력 운용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연합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한다면 한국의 책임 확대가 동맹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의 미군 철수 주장과 한국의 연합방위 주도 논의를 곧바로 같은 것으로 묶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판단 기준은 정책의 명칭이나 상대의 구호가 아니라 실제 군사적 효과여야 한다. 전환 이후 북한이 도발을 더 어렵게 느끼는가, 한미의 대응은 더 신속하고 확실해지는가를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방의 최우선 과제는 전쟁을 억제하고 국민을 지키는 것이다. 자주국방의 의지는 그 목표를 달성할 능력과 결합해야 한다. 정부는 정치적 성과를 서두르기보다 능력의 확보와 검증을 서둘러야 한다. 전작권 문제에서 국민이 받아야 할 것은 '되찾았다'는 선언을 넘어,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방위태세에 대한 확신이다.

한미연합훈련에 참가중인 주한미군. 연합뉴스
한미연합훈련에 참가중인 주한미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