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클리닉] 슬관절 인공관절수술, 새 지평의 시대를 열다

입력 2026-10-2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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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강남종합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허재희 원장
대구 강남종합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허재희 원장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질환 중 하나가 퇴행성 무릎관절염이다. 나이가 들면서 관절 연골이 점차 닳고 손상되면 통증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상적인 활동조차 어려워진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지만, 이러한 치료에도 통증이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준다면 인공관절 치환술을 고려하게 된다.

인공관절수술의 목표는 단순히 손상된 관절을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데 있지 않다. 환자의 무릎 상태에 맞춰 손상된 뼈를 정확하게 절삭하고, 인공관절을 적절한 위치와 각도로 삽입해 통증을 줄이면서 무릎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주목받는 치료법이 로봇을 활용한 무릎 인공관절수술이다.

기존 인공관절수술은 의료진이 영상검사와 수술 중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수술을 계획하고, 경험과 숙련된 기술을 통해 뼈를 절삭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반면 로봇수술은 환자의 관절 구조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수술 계획에 따라 정확한 위치에서 뼈를 절삭할 수 있도록 돕는다. 로봇이 의사를 대신해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의 판단과 술기를 보조하는 것이다.

로봇 인공관절수술은 환자의 해부학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CT 기반 로봇수술 시스템의 경우 수술 전 촬영한 CT 영상을 3차원으로 재구성해 관절의 구조와 변형 정도를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인공관절의 크기와 삽입 위치, 각도 등을 계획하고 수술 중에는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정보를 활용해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 로봇팔은 의료진이 설정한 범위 안에서 정밀한 뼈 절삭을 돕고, 불필요한 오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특히 무릎 변형이 심하거나 관절의 불안정성이 큰 환자에게 이러한 정밀한 수술 계획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수술 과정에서 주변 인대와 연부조직의 불필요한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출혈과 수술 후 통증 감소, 조기 회복 등의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환자의 상태와 수술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로봇 인공관절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로봇 자체가 아니라 의료진의 전문성이다. 아무리 정밀한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한 수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의료진의 몫이다. 수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경험과 판단 역시 필수적이다. 로봇은 의료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숙련된 의료진의 수술 정확도를 높이는 보조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무릎관절염 환자에게 로봇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환자의 연령과 활동 수준, 관절염의 진행 정도, 무릎 변형 상태,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기존 인공관절수술 역시 오랜 기간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치료법인 만큼 로봇수술 여부만으로 수술 결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건강한 노년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느냐를 넘어 얼마나 건강하게 움직이며 일상을 즐길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무릎 건강도 마찬가지다. 통증 때문에 걷기가 어려워지고 외출이나 사회활동이 줄어든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이제 손상된 관절을 교체하는 것을 넘어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춰 보다 정밀하게 시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의료진의 풍부한 경험과 숙련된 술기에 로봇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하나다. 앞으로 로봇 인공관절수술이 환자의 안전한 보행과 일상 복귀를 돕는 유용한 치료 선택지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대구강남종합병원 정형외과 원장 허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