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장한 친일파 글씨 '셀프 전시'한 유홍준 관장은 사퇴하라

입력 2026-10-20 05:00: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자신의 소장품(所藏品)을 전시에 내놓고, 친일파의 글씨를 애국지사의 작품으로 소개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검증 부실을 넘어 소장품의 가치를 높이려는 '작품 세탁'이란 의혹까지 나온다.

문제의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 유묵(遺墨)은 유 관장이 경매에서 5만원에 구입한 개인 소장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직접 추천해 특별전에 출품했다. 박물관은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했지만, 재검증 결과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작품으로 결론 났다. 친일파의 글씨를 독립운동가의 작품으로 잘못 소개한 것은 중앙박물관의 권위에 오점을 남긴 사건이다.

유 관장과 박물관은 전시품 검증이 부실했다며 사과하면서도 '관장의 소장품'이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전시 기획이 자신이 부임하기 2년 전에 이뤄졌다는 해명(解明)도 궁색하다. 관장 자신의 물건을 전시에 내놓으면서 이해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독립적인 검증을 거쳤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중앙박물관 전시 이력은 소장품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애국지사의 작품으로 소개된 과정이 의도적인 '작품 세탁'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별도의 조사나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19일 국정감사에서도 여야의 질타(叱咤)가 쏟아졌다. 야당은 사퇴를 요구했다. 여당에서도 소장자 신분을 뒤늦게 밝힌 경위를 따졌다. 유 관장은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누가 작품을 선정했고, 어떤 근거로 진위(眞僞)를 판단했으며, 관장의 추천이 검증 과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야 한다. 논란은 또 있다. 유 관장의 부인이 기증한 조선시대 돌 호랑이 조각도 넉 달 동안 홈페이지에 게시되지 않은 채 일부가 전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증 심의위원장이 남편인 관장이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利害衝突) 논란까지 불거졌다. 박물관의 내부 통제와 윤리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중앙박물관의 무너진 신뢰와 권위를 회복하는 방법은 유 관장의 사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