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라이프] 태권도의 새로운 도전 '자유품새'

입력 2026-10-2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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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첫 선…생긴 지 20년도 안 된 새로운 부문
태권도 기본동작에 아크로바틱 요소 더해 볼거리 제공
평가 기준·심판 전문성 강화한다면 발전 요소 많아

정하은이 지난 1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품새 준결승에서 경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하은이 지난 1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품새 준결승에서 경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권도는 세계인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한국의 전통 무술이다. 그러나 변화가 없으면 재미도 없는 법. 21세기 들어 태권도는 세계에 그 매력을 알리기 위해 여러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처음 선보인 '버추얼 태권도'(가상현실 기기와 동작 인식 센서를 착용한 뒤 아바타를 통해 겨루기를 진행하는 태권도)도 있지만 그 전에 '자유품새'가 있었다.

◆ '자유품새'란 무엇인가?

태권도에서 품새란 주먹지르기, 발차기, 막기 등등 여러가지 기술을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어놓은 기술체계다. 가상의 상대방을 설정하고 공격과 방어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에 맞춰 기술을 연마할 수 있도록 한 게 품새가 탄생한 주 목적이다.

국기원에 따르면 태권도의 공인품새는 17개. 군대나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를 맨 처음 접할 때 배우는 '태극 1장'부터 가장 고난도의 품새라 하는 '일여'까지 있다. 태극 품새는 8장까지 있고, 그 뒤로 고려, 금강, 태백, 평원, 십진, 지태, 천권, 한수, 일여로 이어진다. 품새마다 정해진 동작들을 수행하면 되기 때문에 승급 과정에서 평가 대상으로 쓰인다.

반면 자유품새는 태권도의 여러 동작을 조합해 100초 내외의 정해진 시간에 맞춰 자유롭게 구성하고 표현하는 종목이다.

채점 방식은 기술 점수 6점과 표현 점수 4점으로 구성된다. 기술 채점은 음악에 맞춰 필수 동작 5가지(뛰어 옆차기, 뛰어 앞차기, 회전 발차기, 겨루기 연결 발차기, 아크로바틱 동작)을 포함한 여러가지 공격동작과 지정 서기 동작(범서기, 학다리서기, 뒷굽이) 등의 정확도 등을 평가한다. 표현 점수는 말 그대로 동작 구성의 창의성이나 연출력 등을 평가한다.

자유품새는 2011년 세계태권도연맹이 제6회 세계품새선수권대회에서 시범종목 채택과 다음해인 2012년 제7회 세계품새선수권대회에서 정식으로 채택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이전에도 'K타이거즈'와 같이 태권도의 품새와 격파 등을 기반으로 한 공연 콘텐츠를 만드는 단체가 있었다. 공연 콘텐츠로 접할 수 있었던 태권도의 예술적 특성을 스포츠에 맞게 체계화하기 시작한 건 2011년 이후 부터라고 볼 수 있다.

윤규성이 지난 1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태권도 남자 품새 결승 경기에서 경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규성이 지난 1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태권도 남자 품새 결승 경기에서 경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살아남기 위한 변화의 증거

자유품새는 태권도를 좀 더 현대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세계 속에서 스포츠로서의 경쟁력을 늘리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태권도가 세계에 보급될 때 가장 먼저 알려진 건 겨루기였다. 발차기와 주먹 등을 이용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술이지만 정작 스포츠화 되고 나서는 발차기가 더 강조됐다. 주먹보다 발차기로 몸통을 때리는 게 더 효율적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2000년대 들어 전자호구가 도입되고 타격 부위마다 점수가 달라지는 '차등점수제'가 시행되며 태권도는 변화를 맞는다. 전자호구로 판정의 공정성은 확보됐지만 겨루기 훈련을 할 때 발차기를 통해 전자호구 센서를 어떻게 더 잘 건드리는지가 관건이 돼 버렸다. 이 때문에 기존에 멀리 떨어진 상대방을 뒤돌려차기나 날아차기와 같은 호쾌한 발차기로 제압하는 대신 상대방에게 붙어서 호구를 건드려 점수를 올리는 식의 경기가 계속됐다.

박주식 계명대 태권도학과 교수는 "해외의 경우 겨루기 훈련의 대부분이 센서를 어떻게 잘 맞추느냐에 집중되는 경우도 흔히 목격하게 된다"며 "그러면서 발차기도 힘보다는 유연성에 더 중점을 두는 풍토가 생기면서 일부 원로들은 '태권도의 정통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겨루기가 재미없어졌다'는 반응에 대한 태권도계의 고민으로 나온 산물이 바로 자유품새. 다섯가지 필수동작을 버무려 태권도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태권도의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는 게 자유품새가 가지는 의의라 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공인품새는 동작이 정해져 있으니 지켜보는 관중의 입장에서는 계속 같은 동작을 보는 지루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유품새는 우리가 아는 기본적인 발차기들에 공중에서 몸을 돌리고 뛰어오르는 아크로바틱한 동작들까지 더해지니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어한다"고 말했다.

정하은이 지난 1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품새 결승에서 묘기에 가까운 발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정하은은 금메달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정하은이 지난 1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품새 결승에서 묘기에 가까운 발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정하은은 금메달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 넘어야 할 많은 산들

자유품새는 2010년대에 들어서 스포츠의 영역에 들어온 만큼 역사가 짧다. 따라서 리듬체조나 피겨스케이팅처럼 기술성과 예술성을 함께 겨루는 스포츠로 발전하려면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채점 기준과 심판의 전문성 강화. 자유품새 도입 초기에 일부 심판들이 경력이 높은 다른 심판들의 채점을 보고 그에 맞춰 점수를 매기는 이른바 '눈치 채점'이 문제가 됐던 적도 있었다.

최근 자유품새에 대해 제기되는 비판 중 하나가 아크로바틱 동작이 너무 강조되면서 태권도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평가 과정에서 간과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평가 기준이 아직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았고 심판들 또한 태권도 기본 동작의 정확성이나 숙련도보다 곡예적인 움직임에 알게 모르게 점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회전 동작의 평가 기준은 선수가 몇 도, 혹은 몇 바퀴를 돌았느냐로 평가하게 돼 있는데 나중에 평가 결과를 보면 기술이 들어간 회전에 좀 더 높은 점수가 부여돼 있기도 한다"며 "그렇다보니 참가 선수들은 태권도 동작의 정확성보다는 위험해 보이는 고난도 동작에 더 치중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불합리성을 방지하기 위해 심판이 동작 평가를 정확히 할 수 있도록 교육 등을 통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동작의 정확성 평가는 인공지능(AI)에게 맡기고 심판은 예술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중이다.

박 교수는 "현재 자유품새는 그 개념과 경기 운영 방식, 채점 방식 등이 계속 정립돼 나가는 과정 위에 있다"며 "정립 과정을 잘 거치고 나면 태권도를 통한 볼거리를 준다는 지점에서 충분히 경쟁력있는 종목"이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