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의료·금융 개인정보 해외유출 사전신고제 추진

입력 2026-10-18 13: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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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정기국회서 경제안보추진법 개정 추진…본인 동의 없어도 정부가 개입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일본 정부의 경제안보추진법 개정 추진이 18일 알려진 가운데, 데이터 보안 관련 이미지를 나타내는 일러스트가 활용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일본 정부의 경제안보추진법 개정 추진이 18일 알려진 가운데, 데이터 보안 관련 이미지를 나타내는 일러스트가 활용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의료·금융·유전자 분야 개인정보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사전신고제와 중단명령제를 도입하는 경제안보추진법 개정을 추진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과 여당은 내년 1월 소집되는 정기국회에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 경제안보추진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닛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가 18일 보도한 내용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유전자 정보나 의료·금융 분야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사업자·기관에 새로운 의무를 지우는 것이다. 이들이 클라우드 등 정보 저장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거나 제삼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경우, 클라우드 사업자나 정보 제공 대상의 실체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보호 대상은 금융·의료 정보에 그치지 않는다. 신약·새 치료법 연구·개발에 필요한 혈액 등 생체 시료와 진찰 기록도 포함된다. 적용 대상 기관으로는 금융기관, 신용정보회사, 신용카드 회사, 대학 등 연구기관, 제약사, 의료시설 등이 거론된다.

사전신고와 중단명령은 이번 개정의 핵심 제도다. 이들 업체나 기관이 일본인 개인정보를 외국 정부 또는 그 영향력 아래에 있는 조직에 보관하도록 의뢰하거나 전송할 경우, 정보의 종류와 내용 등을 적은 신고서를 일본 정부에 사전 제출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안보상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중지 명령이나 권고를 내릴 수 있다.

이 제도는 미국의 '정보통신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보호 규정'을 참고해 설계됐다. 해당 규정은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 안보 위협 국가의 영향 아래에 있는 사업자가 공급한 제품에서 위험이 발견될 경우 거래를 금지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한 미국 정부의 조치다.

일본 정부가 이번 개정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중국·러시아 등으로 일본인의 재정·부채 상황과 의료 정보가 유출되거나 첩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닛케이는 구체적인 사례 두 건을 입법 배경으로 소개했다. 중국 정보기관 요원이 신용카드 채무로 어려움을 겪던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에게 접근해 기밀 정보를 빼낸 사례, 중병을 앓는 자녀를 둔 이탈리아 해군 관계자가 대가를 받고 러시아에 기밀문서를 넘긴 사건이다. 두 사례 모두 재정 상황이나 의료 정보가 외국 정보기관의 포섭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닛케이는 군사·민간 양용으로 쓸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외국의 첩보 활동 대상이 정부 관계자를 넘어 민간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 정부가 민간 분야 개인정보 보호에 직접 개입하려는 이유다.

현행 일본 개인정보보호법은 의료 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할 때 본인 동의를 전제로 한다. 경제안보추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본 정부는 안보상 목적을 이유로 본인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정보 보호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정보 주체의 자기결정권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개인정보 보호와 안보 목적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기업과 연구기관의 데이터 활용에 어느 정도 제약이 생길지는 구체적인 법안 심의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는 내년 1월 소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