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아빠, 어른되면 만나" 6살딸 남겨졌다…장인은 "후배보다 앞섰다더라" 애끓는 증언

입력 2026-10-18 11: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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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딸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페이스북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딸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페이스북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그땐 제가 아마 어른이 됐을 때일 거예요."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아빠를 향해 어린 딸이 남긴 편지가 공개됐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는 아빠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사랑과 그리움을 글로 적었다. 퇴근을 불과 20여 분 앞두고 화재 현장으로 출동했던 아빠는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8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연수갑)은 경기 부천 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딸이 쓴 편지를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했다.

'보고 싶은 아빠께'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딸은 "아빤 어제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너무 보고 싶네요. 우린 지금 장례식장이에요"라고 썼다. 어린 나이에도 아빠의 죽음을 마주한 아이는 "전 알아요. 아빤 저를 제일 사랑하셨다는 거"라며 아빠를 향한 마음을 전했다.

편지는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그땐 제가 아마 어른이 됐을 때일 거예요"라는 문장으로 이어졌다. 마지막에는 "사랑해요. 보고 싶은 아빠. 사랑해요"라고 적었다. 편지 옆에는 '출동'이라는 문구와 함께 소방차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편지를 공개한 송 의원은 김 소방위의 빈소를 찾은 뒤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영정사진과 앞에 놓인 6살 딸이 아빠에게 쓴 편지를 보니 눈물이 핑 돈다"며 "소방관의 출근 인사가 마지막 인사가 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해 본다"고 밝혔다.

김 소방위는 11년 차 소방관으로, 어린 딸과 아내를 둔 가장이었다. 아내는 어린이집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었으며, 가족은 사고 발생 약 2주 뒤 경기도의 한 아파트로 이사할 예정이었다.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과 함께 새 보금자리에서 생활을 시작하려던 계획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멈췄다.

사고는 지난 16일 오전 8시38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한 금속 사출 인쇄공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9시 퇴근할 예정이었던 김 소방위는 화재 신고를 접한 뒤 현장으로 출동했다. 퇴근을 불과 20여 분 남겨둔 시점이었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김 소방위 등 소방대원 4명은 건물 3층으로 진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불길이 급격히 번지면서 김 소방위와 동료 대원 1명이 건물 내부에 고립됐다.

함께 진입했던 동료는 구조됐지만, 김 소방위는 동료보다 약 5m 더 안쪽에서 27분가량 지난 뒤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김 소방위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그는 17일 오전 0시55분께 숨졌다.

화재는 발생 약 2시간28분 만에 진화됐다. 이 사고로 김 소방위가 순직했고, 다른 40대 소방대원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소방관 4명은 열탈진 증상으로, 공장 관계자 2명은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부상자는 김 소방위를 제외하고 모두 7명으로, 전체 사상자는 순직자를 포함해 8명이다.

유족들은 김 소방위가 구조되는 과정과 현장 지휘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유해 물질이 포함된 연기가 발생한 현장에 왜 먼저 투입됐는지, 구조가 더 신속하게 이뤄질 수는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김 소방위의 장인은 당시 병원에서 들은 설명을 전하며 "'독 물질 연기를 많이 마셔서 장기가 다 파손됐다', 우리 딸애가 이제 애 어린이집 맡기고 이제 또 직장에서 (전화받고 왔는데) '이미 부종이 시작됐다. 조금 있으면 아마 못 알아볼 거다'(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사고 당시 상황과 구조 과정에 관해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장인은 "누가 정확히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까"라며 "(화재 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고 하니까 (구조를) 잊어버린 거지"라고 말했다.

김 소방위가 후배 대원보다 먼저 화재 현장에 들어갔다는 점도 언급했다. 장인은 사위의 성품을 떠올리며 "못된 사람 같으면 (후배를) 앞세웠을 거다. 근데 얘가 이제 먼저 들어갔다는 것"이라며 "어리석었지. 요즘 대한민국에서 살려면 그래서는 안 되는데"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정부는 순직한 김 소방위에게 소방장에서 소방위로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국립현충원 안장 등 예우 절차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