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인화성물질 뿌리고 불붙여 2시간 방치…극악무도 70대 '징역 16년 확정'

입력 2026-10-18 08:53:02 수정 2026-10-18 09: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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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자료사진. 매일신문DB
재판 자료사진. 매일신문DB

부부싸움 도중 아내에게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숨지게 한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2부(황승태·김영현·백승협 고법판사)는 지난 15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모씨와 검사가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최씨에게 선고된 징역 16년형은 그대로 유지됐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아내와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을 벌이다 집에 있던 가연성 물질을 아내에게 뿌린 뒤 불을 붙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내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사건 발생 9일 뒤 전신 패혈증으로 숨졌다.

최씨에게는 이전에도 아내를 폭행한 전력이 있었다. 그는 과거 막대기로 아내를 때려 특수폭행죄로 가정법원에 송치되는 처분을 받았다.

최씨는 법정에서 범행 당시 가연성 물질을 자신의 몸에 먼저 뿌렸다고 주장했다. 공황장애 약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도 항변했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의 모발과 옷에서는 인화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본인이 화상을 입은 흔적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화상 범위도 살폈다. 아내의 얼굴뿐 아니라 상반신까지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는 점에서 최씨가 가연성 물질을 얼굴에만 뿌린 것이 아니라 머리 위나 상반신 전체에 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불이 쉽게 붙도록 피해자에게 인화성 물질을 광범위하게 뿌렸을 수 있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수사 과정에서의 태도도 엄중하게 지적했다. 최씨가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며 책임을 피하려 했고,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아내를 부부싸움 중 화가 난다는 이유로 살해했다는 점을 들어 범행의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1심은 "피고인은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며 "피고인은 단지 부부싸움을 하다가 화가 난다는 이유로 수십 년간 함께 가정을 꾸리고 살아온 배우자인 피해자를 살해해 범행 동기에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질타했다.

항소심 역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1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최씨는 소화기로 불을 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후 피해자를 대하는 행동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불을 끈 뒤에도 119에 신고하지 않은 채 약 2시간 동안 피해자를 방치했다는 점을 고려했다.

2심은 "피고인이 소화기로 진화했다고 하지만 119에 신고하지 않고 2시간가량 피해자를 방치한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고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양형 과정에서는 최씨에게 유리한 사정도 고려됐다. 최씨가 사건 다음 날 참고인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한 점과 만취 상태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만 75세의 고령이라는 점 등이 반영됐다. 항소심은 이 같은 사정을 포함해 원심의 형량을 다시 살폈지만, 징역 16년이 부당하다고 볼 만한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최씨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명령해 달라고 청구했지만, 1심과 항소심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는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총점 13점을 받아 '높음' 수준으로 분류됐다.

다만 법원은 형 집행이 종료될 무렵 최씨가 만 90세가 되는 점을 고려했다. 아내 외의 다른 사람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살인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내리지 않은 이유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