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무대 끊은 '정치인 의전' 논란…3주 전 김민석의 '새벽 방문 소방서' [시사뒷담]

입력 2026-10-18 11:16:00 수정 2026-10-18 11: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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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사람 의전 문화'…이제는 바꿀 때

15일 전북 순창에서 열린 순창장류축제 개막공연장 무대에 오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튜브 신호등TV
15일 전북 순창에서 열린 순창장류축제 개막공연장 무대에 오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튜브 신호등TV

가수 공연 도중 정치인의 인사말을 위해 무대가 중단됐다.

지난 15일 전북 순창에서 열린 제21회 순창장류축제 개막식에서 가수 흰(HYNN·박혜원)이 축하공연을 이어가던 중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멈추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소개하면서 이른바 '정치인 의전' 논란이 불거졌다. 사회자는 "엄청난 팬이 있다"며 김민석 대표를 무대로 불렀고, 흰은 무대에서 물러났다. 김민석 대표가 인사말을 마친 뒤에야 공연은 다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온라인에서는 "왜 가수의 공연까지 끊어가며 정치인에게 마이크를 줘야 하느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보름여 전 김민석 대표의 다른 현장 방문에서 나온 발언도 다시 눈에 들어온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새벽 5시 소방서에 모인 교대근무자들…김민석도 "우선 죄송합니다"

지난 9월 30일 오전 5시. 김민석 대표는 서울 강서소방서를 찾아 소방관들과 만났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당시 인사말을 보면 첫마디부터 특이하다.

"반갑습니다. 우선 죄송합니다."

김민석 대표는 이어 "원래 이 시간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계시고 나머지 분들은 또 하루 종일 일을 하셔야 하기 때문에 주무시거나 쉬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이 시간에 원래 깨어계셔야 하는 분들 빼고는 다시 들어가서 주무시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있겠다고 하셨다고 들었다"며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나 죄송하다"고 했다.

발언만 놓고 보면 당시 자리에는 원래 그 시간대에 근무할 필요가 없는 소방관들도 나와 있었던 것으로 읽힌다.

김민석 대표도 이를 인식했고 돌아가 쉬도록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뜻을 전달했지만, 결국 참석자들은 자리에 남았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했는지, 내부 일정에 따라 나온 것인지, 이른바 '의전'을 위해 사실상 참석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는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데, 다만 바로 그 불확실성이 한국 조직사회의 오래된 의전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높은 사람이 현장을 방문하면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될 사람까지 모인다. 공식적인 강제 지시가 없어도 "대통령이 오는데" "국회의원이 오는데" "장관이 오는데" "기관장이 오는데"라는 말 한마디면 조직이 알아서 움직이는 경우가 생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안 나와도 된다"는데 왜 나왔을까

김민석 대표의 발언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다시 들어가서 주무시는 게 어떠냐"고 했다는 대목이다.

정말 참석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나오지 않도록 일정을 설계하는 게 가장 좋다. 고위 인사가 현장에 도착한 뒤 "쉬셔도 된다"고 말하는 순간에는 이미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해야 할 사람이 옷을 입고 자리에 나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즉, 저런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최선이다.

김민석 대표는 현장에서 불필요한 참석을 인지하고 미안함을 표시한 뉘앙스인데,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새벽 5시 정치인 방문을 위해 교대근무자들이 함께 앉아 있는 장면'이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는 의전의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소방은 24시간 교대근무가 일상인 조직이다. 특히 최근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하고,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과 사과 논란이 이어지면서 소방관의 근무환경과 처우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졌다. 소방관에게 휴식시간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다음 출동을 준비하는 근무의 일부라고 봐도 된다. 그만큼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공연도 잠도 멈추는 '높은 사람 의전 문화'…이제는 바꿀 때

이런 문제는 지자체 축제장이나 소방서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 공공영역 곳곳에서는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이 방문한다고 하면 평소 업무와 휴식보다 '맞이할 준비'가 먼저 되는 장면이 반복돼 왔다. 기관 직원들이 현관이나 복도에 줄지어 서고, 실제 업무와 관계없는 인원까지 행사장에 참석하거나, 보고를 위해 현장이 잠시 멈추는 식이다.

예비역들은 군대에서 비슷한 모습을 겪었고 지금 복무 중인 장병들도 익숙하다. 상급 지휘관이나 외부 인사가 부대를 방문하면 청소·정리·도열·브리핑 준비 등에 적지 않은 인력이 투입되고, 정작 장병들의 휴식이나 원래 일정이 뒤로 밀리는 사례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문제는 누가 명시적으로 "전부 나오라"고 지시했느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조직은 높은 사람이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알아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집합이나 과도한 준비가 공식 지시 없이도 '눈치 의전'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의전을 줄이려면 방문받는 기관보다 방문하는 사람이 먼저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가령 이렇다.

'근무 중인 사람 중 일부만 참석'
'쉬는 사람은 깨우지 말라'
'중요 업무는 중단되지 않아야 한다'
'의전과 촬영 등을 위해 별도의 도열이나 집합을 만들지 말 것'
…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가 현장을 찾는 목적은 자신을 보여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보는 데 있어야 한다. 소방관은 쉬어야 할 때 쉬게 하고, 군인은 원래 훈련과 휴식을 이어가게 하고, 공무원은 하던 업무를 멈추지 않게 하는 것. 의전을 줄인다는 건 격식을 덜 차리는 문제가 아니라, 현장의 시간을 이제는 현장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일이 아닐까.

이런 의전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1년 8월 27일 오전 당시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도중 관계자가 뒤쪽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의전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1년 8월 27일 오전 당시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도중 관계자가 뒤쪽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