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알루론산 일회용 하루 6관·기전별 1종만 건보, 쇼그렌 등 중증은 예외 처방 환자 상위 10%가 40% 쓴 게 제한 배경…장기처방 편법은 새 숙제
난방을 켜기 시작하는 10월이면 안과 대기실이 붐빈다. 눈이 뻑뻑하고 모래가 든 것처럼 따가운 안구건조증 환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로 2024년 한 해 안구건조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39만 명, 건강보험 가입자 스무 명 중 한 명꼴이다. 그런데 이들이 가장 많이 처방받는 히알루론산 인공눈물 처방 제한이 2024년 12월부터 시행됐다. 하루 6관까지다.
◆ 하루 6관, 같은 계열은 한 가지만
보건복지부 고시로 일회용 히알루론산 점안제는 하루 최대 6관까지만 건보가 적용된다. 그 이상 처방분은 환자가 약값을 전부 낸다. 함께 생긴 원칙이 하나 더 있다. 일회용 인공눈물은 눈물대치제·분비촉진제·면역조절제처럼 작용 기전이 다른 약은 각각 쓸 수 있다. 다만 같은 기전 안에서는 한 종류만 급여로 인정한다.
보존제가 든 다회용 병 제품은 이 처방량 제한을 받지 않는다. 다만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보존제가 각막 표면을 해칠 수 있어 다회용 제품은 하루 4회 이하로 쓰라고 권한다. 일회용으로 갈아타면 상한에 걸리고, 다회용은 횟수를 줄여야 하는 구조다.
중증 환자는 예외다. 쇼그렌증후군, 스티븐스존슨증후군, 이식편대숙주병처럼 눈물 자체가 마르는 내인성 중증 질환은 하루 6관 상한 없이 건보가 적용된다.
◆ 렌즈·라식 건조증은 본인 부담
더 많은 환자가 부딪히는 벽은 따로 있다. 콘택트렌즈를 오래 끼거나 라식·라섹 수술 뒤 생긴 건조증, 즉 외부 요인 탓인 외인성 건조증은 급여 대상에서 빠졌다. 수술 뒤 눈이 마른다고 병원에 갔다가 인공눈물 값을 전액 내게 된 경우가 복지부 질의응답 사례집에 실려 있다.
빠져나갈 길이 없는 건 아니다. 렌즈 착용자라도 쉬르머검사나 세극등현미경 검사로 각막 상피 손상 같은 내인성 건성안이 확인되면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결국 '뻑뻑하다'는 호소만으로는 안 되고, 눈물 양과 각막 상태를 재는 진단이 처방의 전제가 됐다.
비급여가 되면 부담은 얼마나 늘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3년 10월 급여 재평가 설명자료에서 밝힌 계산을 보면 일회용 60관 한 상자의 본인부담금은 의원 기준 약 4천 원에서 전액 부담 시 최대 2만4천 원 선으로 오른다. 열 배까지는 아니지만 두세 배는 더 내는 셈이다.
◆ 상위 10%가 40%를 썼다
복지부가 고삐를 죈 이유는 돈이다. 히알루론산 점안제의 건보 청구액은 2023년 재평가 착수 당시 3년 평균으로 한 해 2천315억 원이었다. 안과 치료제 처방 가운데 히알루론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열에 아홉에 가까웠다.
문제는 쏠림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3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처방 환자 상위 10%가 전체 처방액의 40%를 썼다. 하루 6관을 꼬박 넣어도 연간 약제비는 85만 원 안팎인데, 상위 그룹은 많게는 800만 원어치를 처방받았다. 약을 쟁여 두거나 여러 병원을 도는 일이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수치다.
◆ 상한이 '기본값'이 된 역설
제도는 뜻대로만 굴러가지 않았다. 하루 6관이 상한이 아니라 기본 처방량으로 굳었다는 지적이 약국가에서 나온다. 지역 약국가가 지난해 5월 집계한 조제 실태를 보면 6관에 처방 일수 50~120일을 곱해 한 번에 300관에서 720관까지 타 가는 장기처방 사례가 확인됐다. 오남용을 막자고 만든 선이 오히려 대량 처방의 근거가 된 셈이다.
비대면 진료도 변수다. 일부 플랫폼이 '인공눈물 6통 이상'을 진료 옵션으로 내걸자 대한안과의사회가 제동을 걸었다. 대한안과의사회는 "비대면진료가 확대되더라도 건강보험 급여기준과 의약품의 적정 처방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서 처방을 제한할 의약품 목록에 인공눈물을 넣을지 11월 다시 검토한다.
◆ 인공눈물만 붓다간 더 나빠진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부족한 병으로만 보면 틀린다. 영남대 의대 안과학교실의 이 관계자는 "건성안은 눈물층의 항상성이 손실되어 안구 표면의 염증과 손상을 일으키는 다요인성 질환으로 단계적 접근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가이드라인도 증상과 징후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를 단계로 나누며, 2단계부터는 눈물 보충에 더해 면역조절제와 눈물분비촉진제를 함께 쓴다. 인공눈물을 아무리 넣어도 낫지 않는다면 염증 치료가 빠진 것일 수 있다.
넣는 법도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점안제 사용 수칙은 서로 다른 안약을 함께 쓸 때 앞의 약이 씻겨 나가지 않도록 최소 5분 간격을 두라고 한다. 일회용은 한 번 뜯으면 그날 버리는 게 원칙이다. 식약처가 일회용 용기를 0.5mL 이하로 묶어 둔 것도 재사용을 막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일회용 인공눈물 처방 실태를 모니터링해 추가 관리 방안을 검토한다. 상한을 둔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시장은 줄지 않았다. 의약품 통계 조사기관 유비스트 집계로 올해 1분기 약국에서 조제된 히알루론산 점안액은 843억 원어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