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계량기 동파 영하 5도면 8시간…보온 안 하면 4만원 자부담

입력 2026-10-13 11: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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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식 아파트가 동파 절반, 원인 열에 일곱은 보온 미비 자연재해는 지자체 무상교체, 관리 소홀 땐 사용자 전액 부담

대구상수도사업본부 동부사업소 직원이 수도관 동파 신고가 접수된 주택 곳곳에서 얼어붙은 수도계량기를 수거해 정리하고 있다.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상수도사업본부 동부사업소 직원이 수도관 동파 신고가 접수된 주택 곳곳에서 얼어붙은 수도계량기를 수거해 정리하고 있다.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첫 한파는 늘 예고 없이 온다. 서울아리수본부가 올해 3월 공개한 실증실험에서 기계식 수도계량기는 영하 5도에 8시간 5분 노출되자 깨졌다. 영하 10도에선 다섯 시간을 못 버텼다. 밤사이 복도에 찬바람이 들면 아침에 계량기 유리가 쩍 갈라져 있는 이유다.

◆ 동파 절반은 복도식 아파트

최근 5년간 서울에서 난 수도계량기 동파의 절반은 복도식 아파트에서 났다. 연립주택이 그다음이고 상가, 단독주택 순이다. 지난겨울에도 서울 누적 동파 열에 여덟이 아파트였다.

서울아리수본부 관계자는 "복도식 아파트는 찬 바람이 직접 계량기함에 접촉이 되기 때문에 보다 더 동파에 약하다"고 말했다. 방풍창이 없는 복도는 바깥과 다를 게 없다.

원인은 단순하다. 2022년 서울시 분석에서 동파 열에 일곱은 계량기함 보온을 안 한 탓이었고, 장기 외출이 24%로 뒤를 이었다. 계량기가 밖에 노출된 경우는 소수였다.

◆ 에어캡은 8㎜, 반드시 마른 것으로

서울시가 지난해 겨울 취약 세대에 보급한 신형 보온덮개는 두께 8㎜ 에어캡형이다. 복도식 아파트와 연립주택에는 계량기함 외부 보온 덮개를 30만 장 넘게 돌렸다. 집에서 채울 때도 이 규격이 기준이 된다.

주의할 것은 재료 상태다. 복도식 아파트 주민이 계량기함에 젖은 헌옷을 넣어 뒀다가 기습 한파에 옷이 얼어붙어 계량기 유리가 깨진 사례가 서울아리수본부에 접수돼 있다. 젖은 천은 보온재가 아니라 얼음덩이가 된다.

보온재만 믿어서도 안 된다. 행정안전부 실험에서 계량기함 보온재는 영하 5도에서 약 7시간 결빙을 늦췄고, 영하 10도에선 3시간 남짓이었다. 밤새 한파가 이어지면 보온재 혼자서는 못 막는다.

◆ 종이컵 45초, 하루 300원

그래서 물을 틀어 둔다. 행정안전부 행동요령은 영하 5도에서 영하 10도 사이면 일회용 종이컵이 45초에 차는 굵기로 실처럼 가늘게 틀라고 안내한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면 33초에 한 컵이 차도록 조금 더 연다.

비용 걱정은 접어도 된다. 서울아리수본부 계산으로 이 속도로 열 시간을 흘려도 수도요금은 300원이 안 된다. 계량기 하나 바꾸는 값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돈이다.

집을 오래 비울 때가 고비다. 서울아리수본부 관계자는 "장기간 집을 비우거나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수도꼭지를 잘게 틀어놓아야 동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얼었다면 50도 이상 뜨거운 물이나 화기는 금물이다. 계량기가 깨지니 미지근한 물로 녹여야 한다.

◆ 무상교체 조건은 '보온'

깨진 계량기는 누가 바꾸나. 서울시 수도조례 42조 2항은 한파 같은 자연재해로 동파된 계량기를 시가 전액 부담해 바꾸도록 한다. 단서가 있다. 보온 조치를 안 했거나 보호통이 훼손·이탈된 관리 소홀이면 사용자가 전액 문다.

그 값이 가정용 15㎜ 기준 4만1000원 안팎이다. 2022년 서울시 기준으로 계량기 대금이 2만7000원, 설치 공임이 1만4000원이다. 경기도와 김해시 등 다른 지자체 급수조례도 관리 소홀 때 자부담 원칙은 같다. 다만 보온을 했을 때 계량기 대금까지 면제되는지는 지자체마다 다르다.

서울시는 동파 예보제를 4단계로 운영한다. 최저기온 영하 5도 아래면 주의, 영하 10도 미만이 이틀 이어지면 경계, 영하 15도 미만이 이틀이면 심각이다. 경계부터 시와 8개 수도사업소가 24시간 복구 상황실을 돌린다. 서울아리수본부 관계자는 "3단계가 떨어지면 기존 인력 60명보다 2배 많은 120여 명이 근무를 하고 있고요. 주간 같은 경우는 당일 날 4시간 이내에 처리를 해드리고, 저녁 9시 넘어서 접수가 되는 거는 그 다음 날 오전에 처리를 합니다"라고 말했다.

◆ 세입자는 사진이 방어선

빌라와 원룸 세입자는 한 겹이 더 있다. 민법 623조는 임대인에게 계약 기간 중 집을 쓸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할 수선의무를 지우고, 374조는 임차인에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집을 보존할 의무를 지운다. 동파는 이 둘이 부딪치는 자리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동파 사고 예방은 기본적으로 임차인의 관리상 주의의무에 속하므로, 관리사무소 방송이나 안내에도 불구하고 물을 틀어두지 않거나 장기 외출 시 난방을 꺼서 동파가 발생했다면 임차인에게 과실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전지방법원은 관리사무소 안내방송에도 해외 출장 중 물을 틀지 않아 아래층을 침수시킨 입주민에게 1300만 원 배상을 판결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는 세입자가 보온재를 채웠다는 사진을 내놓지 못해 임대인에게 계량기 교체비 전액을 구상 청구당한 분쟁 사례가 있다. 마른 보온재를 채운 뒤 날짜가 남는 사진 한 장을 찍어 두는 것이 자부담을 막는 가장 싼 보험이다.

◆ 디지털 계량기 전환은 32%

근본 처방은 계량기 교체다. 서울아리수본부는 기계식보다 동파에 약 4배 강한 디지털 계량기를 확보해 현장 여건에 맞춰 설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종로·중구·용산·성북 시범지에선 동파가 1853건에서 47건으로 97% 줄었다.

속도가 문제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의 지난달 8일 업무보고에서 올해 복도식 아파트 교체 실적은 목표 15만 개의 32.3%에 그쳤다. 위원회는 디지털 계량기가 통신 단말기 배터리 방전 등으로 기계식보다 고장이 잦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겨울 복도식 아파트 열 집 중 일곱은 여전히 기계식 계량기로 난다.

지자체 상수도사업본부의 겨울철 수도계량기 동파대책 상황실은 다음 달 15일 가동된다. 운영은 내년 3월 15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