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호황과 관련해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이 전 총재는 10일 유튜브 '슈카월드'에 출연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10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한편으로는 그런 전문가들의 의견을 믿을 수가 있는가에 대해서 약간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 같은 우려를 갖게 된 배경에 대해 그는 약 1년 전 한국은행 총재로 재직하던 당시 국내 반도체 전문가 20여 명을 만나 삼성전자와 반도체 산업의 전망을 물었던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에는 누구도 지금과 같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게 이 전 총재의 설명이다.
그는 "그때 그분들 중에서 이렇게 슈퍼 사이클이 온다고 얘기한 분은 없었다"며 "근데 그중에 많은 분들이 최근에는 언론에 나와서 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10년 간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전문가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전 총재는 반도체 호황이 장기화하더라도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양극화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아울러 현재의 호황이 몇 년 만에 끝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총재는 "지금 반도체 경기가 좋은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높은 측면도 있지만 미·중 갈등 때문에 네덜란드 ASML의 노광장비를 수입하지 못한 중국이 주춤한 영향도 있다"며 "미·중 관계가 개선되거나 중국이 노광장비를 자체 개발한다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높은 수익률이 유지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총재는 반도체 기업들의 70%를 웃도는 높은 영업이익률이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대 국가 정책을 설계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지금 반도체 사이클이 오래 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 대비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우리나라를 한 단계 놓고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전제로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데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늘어나더라도 이를 토대로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6월 2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서남권에 총 800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전 총재는 "한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2.9%인데, 굳이 성장률을 더 높이려고 재정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도 있다"며 "재정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크게 뛰면 내년 성장률은 기저효과로 그만큼 낮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전 총재는 반도체 호황에 안주해 저출생, 고령화 등 본질적인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반도체 경기가 좋아진다고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