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시행 지방세법, 유상 입증해도 차액 기준 넘으면 무상취득 간주 6월부터 지분 쪼개기도 전체 가액으로 환산…서울 8월 증여 거래 두 배로
시가 15억원 아파트를 자녀에게 12억원에 판다. 3억원을 깎아 줬지만 대금은 자녀 통장에서 부모 통장으로 전부 건너갔다. 지난해까지 유상 매매였던 이 거래가 올해 1월부터는 통째로 증여가 됐다. 개정 지방세법은 가족간 저가양도 취득세를 적용할 때 시가와 대금 차이가 3억원 이상이거나 시가의 30% 이상이면 무상취득으로 본다. 돈을 실제로 주고받았어도 증여로 간주하는 셈이다.
◆ 깎아 준 3억이 아니라 집값 15억에 매긴다
문제는 세금을 매기는 대상이다. 증여세는 깎아 준 차액에만 붙지만 취득세는 다르다. 지방세법 제10조의2는 증여로 보는 순간 과세표준을 실거래가가 아닌 시가인정액 전액으로 잡는다. 할인액이 아니라 집 한 채 값 전체에 세율을 곱한다.
세율도 뛴다. 집을 돈 주고 살 때 취득세율은 가액에 따라 1~3%다. 증여로 받으면 기본 세율은 3.5%다. 서울 강남3구·용산구 같은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 부모가 넘기면 12%까지 중과된다. 중과 여부는 집을 받는 자녀가 아니라 넘겨주는 부모의 주택 수로 따진다. 비조정지역이라면 증여로 간주돼도 3.5%에 그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개정안을 국회에 내며 든 예가 위의 15억원 아파트다. 매매로 인정되면 취득세는 4500만원이다. 증여로 간주돼 중과세율이 붙으면 1억8천만원으로 네 배가 된다.
◆ 세 개의 세법, 세 개의 숫자
가족 간 거래를 들여다보는 세법은 셋이다. 숫자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 함정이다.
양도세를 다루는 소득세법은 차액이 5% 이상이거나 3억원 이상이면 양도가액을 시가로 다시 계산한다. 증여세를 다루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시가의 30%와 3억원 중 적은 금액까지 공제하고 초과분에만 증여세를 물린다.
지방세법도 같은 '30%·3억원' 기준을 두지만 쓰임새는 정반대다. 상증세법에서는 공제 한도인 숫자가 지방세법에서는 거래 전체가 증여로 뒤집히는 문턱이다. 서울의 한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가는 "증여세 중심으로만 보고 시가의 30%나 3억원만 안 넘기면 된다고 생각했다가는 시가 전체에 증여 취득세가 매겨져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턱 바로 아래로 가격을 맞추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시가 10억원 집을 8억4천만원에 거래하는 경우를 보자. 증여의제 기준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할인 폭이 시가의 5%를 넘어 양도세와 취득세 모두 과세표준을 시가로 되돌린다. 세율만 유상 거래 그대로 남는다.
◆ 지분 쪼개기도, 빚 떠넘기기도 막혔다
법이 시행되자 우회로가 나왔다. 집 전체가 아니라 지분 절반만 파는 방식이다. 지분 비율로 시가와 대금을 견주면 차액 금액이 작아져 3억원 문턱을 비켜 갈 여지가 있었다.
6월부터 이 길도 닫혔다. 개정 시행령 제11조의3은 지분 거래도 부동산 전체 가액으로 환산해 저가 여부를 판정한다. 서울의 한 세무법인 대표 세무사는 "개정 전에는 지분비율에 의한 시가와 거래대금으로 판단했지만 개정 후에는 100% 환산 시가와 거래대금으로 판단해 차액 기준 초과 시 증여 취득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이나 대출을 자녀가 떠안는 부담부증여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세제과는 자녀가 인수하는 채무를 유상 대가로 보되 시가와의 차이가 같은 기준을 넘으면 유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내렸다. 일선 구청 세무과도 이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등기가 필요한 부동산끼리 맞바꾸는 교환만 예외로 남아 있다.
◆ 통장 이체만으로는 부족하다
문턱 아래로 거래했더라도 돈의 출처를 따로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직계존비속 간 매매 대금은 취득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으로 엄격히 입증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 구청 세무과는 사려는 집 자체를 담보로 받은 대출이나 부모와 쓴 사적 차용증으로 마련한 돈은 본인 자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 그래도 증여는 두 배로 늘었다
저가 매매의 길이 좁아진 올해, 증여 거래 자체는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일 공개한 부동산거래현황을 보면 8월 서울 아파트 증여는 1036건으로 1년 전의 두 배를 넘었다. 노원구는 130건으로 다섯 배 넘게 뛰어 강남 밖 지역이 증가를 이끌었다. 대법원과 부동산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이달 2일 제출한 자료를 보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증여 등기는 3548건으로 전년보다 15.1% 늘었다.
◆ "돈 다 줬는데 증여라니"…남은 쟁점
반론도 거세다. 조세 전문 변호사와 세무사들은 금융거래로 대금이 확인돼도 가격 차이만으로 거래 전체를 증여로 간주하는 것은 실질과세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기준을 조금만 넘겨도 수억 원을 치른 거래가 통째로 무상이 되는 구조는 징벌적 과세라는 비판이다.
더 큰 쟁점은 국세와 지방세의 간극이다. 같은 거래를 두고 증여세는 초과 차액에만 매기고, 취득세는 집값 전체에 최고 12%를 매긴다. 올해 1월 법이 시행되고 6월 시행령까지 손봤지만, 두 잣대를 맞추는 조정은 아직 어느 쪽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