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로 LP 주고 받고…K팝 아이돌도, 젠지 세대도 '아날로그 음반 붐'

입력 2026-10-04 10: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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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LP 판매량 93만장 돌파…작년 연간 판매량 훌쩍
BTS·에스파 등 K팝도 '소장품'으로 발매 늘리는 추세
지역 음반매장도 다양한 음악 장르 찾는 1020 입소문
해외도 LP 부활 지속…"10년 안에 CD 유행 올수도"

지난달 30일 대구 중앙로역 지하상가 팍스뮤직에서 한 20대 손님이 음반을 고르고 있다. 30여 년간 이어진 이곳은 타지역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지난달 30일 대구 중앙로역 지하상가 팍스뮤직에서 한 20대 손님이 음반을 고르고 있다. 30여 년간 이어진 이곳은 타지역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LP 성지'로 알려져 있다. 최현정 기자

"요즘 젊은 친구들이 LP를 굉장히 많이 찾아요. 10만원 이하의 턴테이블도 많아지면서 친구끼리 LP를 생일 선물로 주고받기도 합니다."

레트로 열풍에 LP도 올라탔다. 한때 CD와 스트리밍에 밀려 '과거의 음반'으로 여겨졌던 LP가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 흐름에 새로운 동력을 더한 건 K팝이다. 유명 아티스트들이 잇따라 LP를 내놓고, 팬들은 음악을 듣는 매체를 넘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소장품'으로 찾게 되면서다.

◆K팝 만난 LP…판매량·소장 가치↑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LP 판매량은 93만7천173장으로 100만장에 육박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 54만8천977장의 약 1.7배다. 연간 LP판매량은 2023년 42만4천73장, 2024년 47만1천781장, 2025년 54만8천977장으로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넘어섰다.

2023~2026 연간 LP 판매량. 연합뉴스 제공
2023~2026 연간 LP 판매량. 연합뉴스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 5집
그룹 방탄소년단(BTS) 5집 '아리랑'(ARIRANG) LP 버전들. 빅히트뮤직 제공

시장 확대에는 K팝 가수들의 잇따른 LP 발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클래식이나 재즈, 레트로 음악을 즐기는 팬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LP가 정상급 K팝 가수들의 신보에서도 하나의 음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탄소년단(BTS)이다. 방탄소년단은 복귀작인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을 총 8종의 LP로 발매했다. 멤버별 사진이 담긴 LP를 이어 붙이면 팀을 상징하는 북두칠성이 완성되도록 구성했다.

에스파 정규 2집
에스파 정규 2집 '레모네이드(LEMONADE)' LP 버전
엔믹스 미니 6집
엔믹스 미니 6집 '스트레인지 뮤즈(Strange Muse)' LP 버전

올해는 방탄소년단 외에도 에이티즈, 르세라핌,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연준, 에스파 등이 LP를 선보였다.

최근 K팝 LP는 색상과 재킷, 구성품 등을 차별화하며 팬들의 소장 욕구도 겨냥한다. 에스파는 정규 2집 '레모네이드(LEMONADE)'를 곡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화사한 노란색 LP로 선보였고, 이달 컴백하는 엔믹스(NMIXX)는 미니 6집 '스트레인지 뮤즈(Strange Muse)'를 별도의 LP 버전 2종으로 발매할 예정이다. K팝 특유의 '버전별 앨범' 문화가 LP로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대구 중앙로역 지하상가 팍스뮤직. 30여 년간 이어진 이곳은 타지역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지난달 30일 방문한 대구 중앙로역 지하상가 팍스뮤직. 30여 년간 이어진 이곳은 타지역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LP 성지'로 알려져 있다. 최현정 기자

지난달 30일 방문한 대구 중앙로역 지하상가 팍스뮤직. 30여 년간 이어진 이곳은 타지역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지난달 30일 방문한 대구 중앙로역 지하상가 팍스뮤직. 30여 년간 이어진 이곳은 타지역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LP 성지'로 알려져 있다. 최현정 기자

◆비싸도 지갑 여는 '감성 세대' 1020

LP의 인기는 지역 음반 매장에서도 젊은 세대의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에서 30여 년간 레코드숍을 운영해온 팍스뮤직 권기찬 대표는 최근 LP를 찾는 10·20대가 크게 늘었으며 K팝뿐만 아니라 힙합과 다양한 장르의 해외 음악을 찾는 젊은 층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LP 한 장이 보통 3만원부터 시작해 7~8만원까지 해 두세 장만 사도 적지 않은 금액인데, 그럼에도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LP의 재부상은 국내에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권 대표는 약 14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LP가 다시 유행하는 흐름을 체감했다고 했다. 그는 "해외의 경우 CD는 만들지 않더라도 지난 앨범을 LP로 다시 발매하는 추세"라며 "유니버설이나 워너 등 글로벌 음반사들도 LP를 중점적으로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팝 시장에서는 LP가 CD 못지않게 다양한 버전이 발매되는 등 주요 실물 음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개별 매장에서의 흐름은 보다 다양했다. 권 대표는 "전체적으로 LP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 매장은 지난해보다 CD 판매 증가세가 더 두드러졌다"라며 "과거엔 LP가 다시 유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10년 안에 CD가 다시 유행하는 시대도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대구 중앙로역 지하상가 팍스뮤직. 30여 년간 이어진 이곳에서는 K팝 아이돌 LP와 CD도 버전별로 판매하고 있다. 최현정 기자
지난달 30일 방문한 대구 중앙로역 지하상가 팍스뮤직. 30여 년간 이어진 이곳에서는 K팝 아이돌 LP와 CD도 버전별로 판매하고 있다. 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