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 화제작, 아비뇽·런던 극찬 이후 성남아트센터 초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의 연극 '라크리마'가 2~3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한국 초연 무대를 올렸다. 8개월간 총 9057시간의 노동이 투입된 영국 왕실 웨딩드레스 제작 과정을 통해 글로벌 패션 산업 이면의 불공정 노동 현실을 조명한 작품이다.
2024년 초연 이후 아비뇽페스티벌, 파리 오데옹극장, 런던 바비컨 센터 등 세계 주요 극장 무대에 오르며 극찬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국내 초연으로 기획됐다. 지난 5월 싱가포르에 이어 성남에서 한국 관객을 처음 만났으며, 이후 이스탄불과 타이베이 등 아시아 주요 도시로 투어를 이어간다.
제목 '라크리마'(lacrima)는 라틴어로 '눈물'을 뜻한다. 파리의 오트 쿠튀르 하우스, 프랑스 알랑송의 레이스 공방, 인도 뭄바이의 자수 공방까지 '24시간 글로벌 생산 구조' 안에서 움직이는 장인들의 삶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무대에는 3분할 스크린이 설치돼 파리·알랑송·뭄바이의 현장을 동시에 보여준다.
극은 세 장인의 이야기를 교차한다. 파리 의상 제작실 수석 마리옹은 무리한 기한과 왕실의 요구에 시달리다 쓰러지고 가족과의 관계도 멀어진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인 알랑송 레이스 장인 테레즈는 하루 16시간씩 레이스에 매달리다 눈이 멀고 몸이 뒤틀린 부모님 세대를 회상한다. 공주가 착용할 베일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수십만 개의 진주를 손수 꿰어야 하는 극한의 작업 환경이 각 공방을 짓누른다.
인도의 자수 장인 압둘은 드레스 완성을 앞두고 녹내장 판정을 받는다. 한두 달 안에 시력을 잃는다는 선고와 함께 '글로벌 윤리 규정'에 따라 작업에서 이탈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100년간의 비밀 유지를 요구하는 왕실 규정 탓에 작업자를 늘리지도, 가족에게 일을 알리지도 못하는 구조가 이들을 한계로 몰아붙인다.
응우옌 연출은 "'부자들의 물건을 만들기 위해 일하는 이 불쌍한 사람들을 보세요'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며 "최고 장인들의 자부심과 경지에 대해 말하면서도, 그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불공정한 노동 시스템과 자본 논리를 다룬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캐롤린 기엘라 응우옌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 예술감독은 현장 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사실과 허구를 결합해 이주와 노동, 사회 제도 속 개인의 삶을 집단 서사로 풀어내는 작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개개인이 살아가는 체계를 이해하는 동시에 그들의 복잡성을 존중하고 보존하고자 했다"며 작업자들을 단순한 자본주의의 희생양이 아니라 지식과 자부심을 가진 캐릭터로 봐달라고 말했다.
공연은 프랑스어를 기본으로 영어·타밀어·프랑스 수어가 일부 포함되며 한글 자막이 제공된다. 소요 시간은 175분이다. 성남아트센터는 2026년 시즌 패키지 티켓을 도입해 장르별 패키지 구매 시 개별 예매 대비 최대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공연 문의는 성남아트센터(031-783-8000)로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