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재그 거래액 2715% 급증, 슬랙스가 데님 눌러 탑텐몰 니트 기획전 매출 58%는 기본형 가디건 한 벌
가을 시즌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서 스웨이드 로퍼 검색량이 직전 한 달보다 2766% 늘었다. 카카오스타일이 21일 공개한 가을·겨울 슈즈 판매 데이터로, 8월 23일부터 9월 12일까지를 집계한 결과다. 로고를 키운 과시형 옷이 아니라 색과 선을 덜어낸 '드뮤어 룩'이 저성장에 빠진 패션 시장에서 유일하게 팔리는 구간으로 굳어지고 있다.
◆ 검색 2766%, 거래액 2715%… 로퍼 한 켤레가 만든 격차
같은 자료에서 스웨이드 로퍼 카테고리 거래액은 직전 한 달 대비 2715% 뛰었다. 약 28배다. 검색과 결제가 거의 같은 폭으로 움직였다. 충동적 구경이 아니라 실제 구매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폭증은 신발에서 멈추지 않는다. 카카오스타일이 지난 4월 내놓은 지그재그 6개년 팬츠 트렌드 데이터를 보면 슬랙스가 데님을 제치고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청바지가 내준 하의 왕좌를 오피스용 슬랙스가 차지했다.
이 데이터에서 로우라이즈 제품 판매는 2023년 대비 576% 늘었고 하이웨스트는 줄었다. 허리선까지 바뀌는 중이다.
◆ 온라인 패션 1.3% 성장… 기본템만 두 자릿수로 팔렸다
전체 시장은 정체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조사를 보면 국내 온라인 패션 거래액은 2024년 36조9265억원으로 1.1% 줄어 사상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 2025년에도 37조4030억원으로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 안에서 절제형 상품군만 따로 뛴다. W컨셉이 집계한 가을 시즌 판매 분석에서 드뮤어룩 연관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품목별로는 니트가 50%, 원피스가 20% 늘었고 블라우스와 롱스커트도 각각 12% 증가했다.
W컨셉의 가장 최근 집계인 2024년 10월 기준으로는 폭이 더 커진다. 롱스커트와 맥시원피스는 62%, 펌프스와 슬링백은 30% 뛰었고 스웨이드 소재 매출은 400% 급증했다. 여성 로퍼는 매출과 검색량이 나란히 40% 늘었다. 기장은 길어지고 굽은 낮아졌다.
◆ 상의는 옥스포드 셔츠, 하의는 슬랙스, 발끝은 로퍼
출근룩 공식은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는 로고 없는 상의다. 무신사가 2024년 10월 집계한 남성 상의 랭킹에서 기본 옥스포드 셔츠 2종이 4위와 9위에 동시에 올랐고, 화이트 컬러가 특히 많이 팔렸다. 지그재그에서도 같은 시기 클래식 폴로셔츠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733% 폭증했다.
둘째는 톤을 맞춘 하의, 셋째는 발끝의 채도 조절이다. 구두 대신 브라운 계열 스웨이드 로우프로파일 스니커즈를 슬랙스에 맞추는 조합이 퍼졌다. 무신사 스니커즈 랭킹 1위도 브라운 컬러 제품이었다.
브랜드도 따라 움직였다. W컨셉은 톤다운 컬러와 헤링본·실크 소재를 쓴 자체 브랜드 컬렉션 18종을 선보였다. LF 던스트의 유니섹스 클래식 블레이저는 출시 직후 완판돼 스웨이드 재킷 리오더에 들어갔다. 미니멀 클래식 오피스 브랜드 LF 빈스의 F/W 판매율은 전년 대비 4.4% 올랐다.
◆ 가디건 한 벌이 기획전 매출의 58%
기본템 쏠림은 가격대를 가리지 않는다. 신성통상이 지난 15일 공개한 탑텐몰 간절기 니트 기획전 실적을 보면 기본형 메리노 크루넥 가디건 1종이 전체 매출의 58%를 가져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의 2025년 매출은 4520억원으로 전년(3383억원)보다 34% 늘었다. 무신사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1조4679억원, 영업이익은 1405억원이었다.
검색 지표도 같은 방향이다. LF 트라이씨클이 이달 초 내놓은 하프클럽 8월 검색 키워드 분석에서 가디건과 재킷 검색량은 전월 대비 3배 이상, 트위드 재킷은 4배 이상 늘었다. 29CM에서는 가을 2주간 스웨이드 아우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4% 이상 증가했다.
◆ "로고만 뺀 비싼 옷"… 재탕 키워드라는 피로감도
반론도 만만찮다. 패션업계와 스타일리스트들 사이에서는 모노톤과 무난한 기본 디자인 일변도가 개성을 지우고 밋밋한 인상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재 질감이나 은은한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지 못하면 차별화 자체가 어렵다.
올드머니 룩, 놈코어처럼 이미 유행한 미니멀리즘의 이름만 바꾼 마케팅용 키워드라는 피로감도 온라인 소비자 사이에서 나온다. 로고만 없을 뿐 캐시미어·실크·울 같은 고급 원단을 앞세워 SPA 대비 비싼 옷 소비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따라붙는다.
◆ F/W 소비액, 봄·여름보다 19% 높다
지갑이 열리는 시기와도 겹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지난 5월 내놓은 패션 소비 실태조사에서 F/W 구매액은 S/S보다 19% 높았다. 주요 백화점 가을 정기세일은 9월 25일부터 10월 11일까지 이어지고, 온라인 플랫폼의 오피스웨어 기획전은 10월 1일부터 순차로 열린다.
삼성패션연구소는 2026년 패션 시장 전망에서 '오피스웨어의 진화'를 6개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직장인 옷장이 시장의 성장 축으로 옮겨왔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는 한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느리게 살기 열풍이 드뮤어 트렌드로 번졌고, 소비자는 양보다 질, 간단하고 직관적인 것, 효과적인 제품에 관심을 보인다"고 짚었다. 한 색채연구소 상임이사는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고 있는 데다가, 계절과 젠더에 구애받지 않으며 활용도가 높은 제품에 집중한다"며 "경기 침체 속에서 이미 갖고 있는 제품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