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1~8월 벌 쏘임 이송 4079명…9월 사고 집중도 29.2% 233곳 자동가입·실손과 중복 수령, 청구 기한은 사고일로부터 3년
올해 지방자치단체가 새로 만든 벌 쏘임·뱀 물림 치료비 보장이 최대 80만원인데도 신설 7개월간 청구는 0건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시가 지난 20일 밝힌 시민안전보험 운영 자료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정현 의원실이 20일 공개한 전국 213개 지자체 전수분석에서다. 벌에 쏘여도 병원비를 돌려받느냐 마느냐는 사고의 경중이 아니라 주민등록 주소지와 지자체가 누구와 계약했느냐에서 갈린다.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233곳이 가입해 주민이 자동으로 피보험자가 되는 제도인데, 정작 아는 사람이 적다.
◆ 벌 쏘임 이송 4079명, 열에 여덟은 7~9월에 몰렸다
소방청의 21일 통계를 보면 올해 1~8월 벌에 쏘여 119구급대에 실려 간 사람은 4079명이다. 전년 동기 3634명보다 445명 많다.
사고는 지금이 정점이다. 2023~2025년 3년간 벌 쏘임 이송 환자 2만933명 중 78.8%인 1만6494명이 7~9월 석 달에 몰렸다. 9월 한 달만 6121명으로 29.2%를 차지해 연중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벌에 쏘여 심정지 상태에 빠진 환자는 66명이었다. 벌독으로 인한 사망의 79%는 쏘인 뒤 1시간 안에 일어났다.
뱀도 9월이 고비다. 질병관리청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를 보면 최근 5년간 응급실에 온 뱀 물림 환자 665명 중 24.7%가 9월에 발생했다. 입원으로 이어진 비율은 60.2%, 사망자는 6명이었다. 환자의 72.9%가 50대 이상이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는 이달 1~22일 도내 벌 쏘임 출동 154건에서 144명을 병원으로 옮겼고,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올해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벌 쏘임 148건과 뱀 포획 출동 206건을 집계했다.
◆ 자동 가입에 실손보험과 중복 수령, 청구 기한은 3년
시민안전보험은 지자체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고 주민등록상 주민을 일괄 피보험자로 올리는 제도다. 가입 신청이 필요 없고, 주소지를 벗어난 산행지나 타 지역에서 당한 사고도 보장 대상이다. 개인 실손의료보험이나 상해보험금과 중복해 받는다는 점이 민간 상품과 다르다.
행정안전부 집계로 최근 3년간 신청 건 대비 지급률은 약 90%다. 전국 지급 건수는 2020년 3362건에서 1만8148건으로 5.3배 늘었고, 지급액도 91억원에서 321억1500만원으로 불었다. 청구 기한은 사고 발생일로부터 3년이어서 과거 사고도 소급 청구가 가능하다. 가입 여부와 보장 항목은 행안부 재난보험24에서 확인하면 된다. 카카오페이는 행안부와 실시간 연동으로 가입 정보를 제공한다.
지급 사례는 폭이 넓다. 안양시 주민은 타 지역에서 운동하다 인대가 파열되고 발목이 부러져 치료비 400만원을 쓴 뒤 43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부산에서는 시내버스가 급회전하며 넘어져 골절상을 입은 승객이 150만원을, 유기견보호소에서 개에게 물린 시민은 물림 사고 특약으로 50만원을 받았다.
◆ 포항 5억9010만원 들여 만든 벌·뱀 치료비, 집행은 0원
포항시는 올해 시민안전보험에 5억9010만원을 투입해 보장 항목을 14개에서 18개로 늘렸다. 벌 쏘임·뱀 물림 치료비도 최대 80만원까지 새로 담았다. 그러나 운영 자료를 보면 7월 말까지 이 특약의 청구 실적은 0건이다. 시 남구에서는 밭일 중 벌에 쏘여 병원 치료를 받은 주민이 보험이 있다는 안내를 받지 못해 치료비를 전액 자비로 냈다.
포항시는 "모바일 간편 접수가 가능한 민간 손해보험사는 공제회보다 보험료가 비싸 한정된 예산 여건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매월 4일 안전점검의 날을 활용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리플릿을 배부하는 등 현장 홍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공제회 지급률 108.5%, 민간 보험사는 61.3%
계약 상대방에 따라 돌아오는 돈도 갈린다. 박정현 의원실 자료를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공제회와 계약한 지자체의 평균 지급률은 108.5%로, 민간 보험사와 계약한 지자체 61.3%의 1.8배였다. 민간 보험사 계약 지자체는 거둔 보험료의 57.4%만 주민에게 돌아갔다.
대신 공제회 계약 지자체는 우편 접수만 되는 곳이 많아 청구 절차가 번거롭다. 보장 폭을 넓힌 곳은 다른 문제에 부딪힌다. 화성시는 지급률이 236%까지 치솟아 보험료 7억4000만원을 내고 17억원을 지급했고, 이후 보험 입찰이 유찰되기도 했다.
◆ 수원 4531건·24억원, 고양은 23건
지난해 지급 실적은 수원시 4531건에 약 24억원, 용인시 441건, 인천시 153건, 고양시 23건 순이었다. 인구 305만명의 인천이 153건에 그친 반면 수원이 압도적인 이유는 설계 차이다. 수원은 일반 상해의료비를 폭넓게 지원했고, 고양은 특정 중상해 위주로 담보를 짰다.
보장 한도도 제각각이다. 경남 양산시의 상해 사망 보장 한도는 최대 1500만원인데, 인근 산청군은 4000만원이다. 상법 제732조에 따라 만 15세 미만 아동의 사망보험금은 아예 지급되지 않는다. 사회보장정책을 연구하는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 지자체 자율 운영이 형평성 문제를 낳는 만큼 지역색이 뚜렷한 자연재해 항목을 빼면 중앙정부의 관리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행안부는 이달 중 재난보험24와 포털을 연계한 통합 조회·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확대하고, 지자체 운영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취약 특약을 점검하기로 했다. 보험연구원의 이 관계자는 지난해 1월 보고서에서 "시민안전보험의 기본 담보위험과 보장수준을 표준화하여, 해당 제도를 기초재난보장 제도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