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수요자 대출 3분의 1이 신생아 특례, 비중 17.5%→33.6% 순자산 5억1100만원 이하 제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올해 말 종료
신생아 특례대출 실행액이 지난해 11조475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8%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난 2월 집계한 주택도시기금 수요자 대출 실행 실적에서다. 같은 기간 전체 기금 수요자 대출은 34조1879억원으로 36.5% 줄었다. 정부가 총량을 조이는 사이 돈은 신생아 특례로만 몰렸다. 대신 한 가구가 빌리는 돈은 5억원에서 4억원으로 깎였다.
◆ 기금 대출 3분의 1이 신생아 특례… 비중 17.5%에서 33.6%로
기금 수요자 대출에서 신생아 특례가 차지하는 몫은 2024년 17.5%에서 33.6%로 뛰었다. 전체 파이가 쪼그라드는 동안 이 대출만 덩치를 키웠다.
월별 흐름도 같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0월 낸 보도설명자료를 보면 신생아 특례 월평균 실행액은 2024년 8566억원에서 9994억원으로 16.7% 늘었다. 한도와 소득 문턱을 조인 뒤에도 월 1조원 안팎이 나갔다.
누적으로는 출시 1년 4개월 만인 2025년 5월 말까지 14조4781억원이 나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집행 현황을 보면 주택 구입용 디딤돌이 10조9259억원, 전세자금 버팀목이 3조5522억원이다. 넷 중 셋이 집을 사는 데 쓰였다.
◆ "2억5000만원 완화, 시행하지 않는다"… 맞벌이는 2억원에 묶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 브리핑을 열었다. 맞벌이 가구 소득 요건을 2억5000만원으로 풀겠다던 계획을 시행하지 않겠다고 이 자리에서 밝혔다. 2027년까지 출산한 가구에 적용하겠다며 예고했던 조치다. 지금 기준은 부부합산 2억원, 부부 중 1인은 1억3000만원 이하다.
같은 자리에서 정부는 디딤돌·버팀목 정책대출 연간 총량을 공급계획 대비 25% 줄이기로 했다. 전년 55조원가량이던 정책대출을 40조원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했는데, 실제 집행액은 그보다 더 내려앉았다.
소득 한 줄이 수요를 좌우한다는 것은 숫자로 드러난다. 소득 요건을 2억원으로 푼 직후인 2024년 12월 구입자금 신청액은 1조686억원으로 전월보다 33.6% 뛰었다. 이연희 의원실이 지난해 3월 공개한 자료다.
◆ 디딤돌 4억원·버팀목 2억4000만원… 9억원 집이면 5억원은 내 돈
한도는 소득 요건 철회와 같은 날 깎였다. 구입자금은 5억원에서 4억원으로 1억원, 전세자금은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6000만원 줄었다.
대상 주택은 가액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다. 수도권 밖 읍·면 지역만 100㎡까지 허용된다. 부부합산 순자산은 5억11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조건을 모두 채우고 상한까지 빌려도 9억원짜리 집이면 5억원은 자기 돈으로 마련해야 한다.
남은 혜택도 있다. 신생아 특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일반 디딤돌과 달리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방공제 4800만원을 빼지 않아 한도 4억원을 온전히 쓴다.
◆ 기금 여유자금 49조원에서 7조9000억원으로… 15년 만에 최저
곳간이 비고 있다. 지난 7월 나온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 현황을 보면 2021년 49조원이던 여유자금이 2025년 3월 7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15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2022년 말 43조647억원이던 잔액은 2년 만에 18조8364억원으로 내려앉았고, 이후로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주택 구입 문턱도 함께 높아졌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질의자료에 따르면 규제지역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이 80%에서 70%로 내려갔다. 정책대출과 시중은행 한도가 같은 방향으로 좁아진 셈이다.
◆ "저출생 대책 공언해놓고 철회" 비판과 "고소득 지원" 논란 사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소득 기준 완화 백지화와 1인당 1억원 한도 축소가 정부의 저출생 지원 기조와 정면으로 부딪친다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문제를 짚었다. 출산율 반등을 이유로 완화를 공언했다가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거둬들여 정책 신뢰가 훼손됐다는 분석이다.
반대 방향의 비판도 있다. 서민 주거 안정에 써야 할 기금 재원이 마르는데 연소득 2억원대 맞벌이에게 초저금리를 대는 것이 복지 취지에 맞느냐는 것이다.
한도를 조이는 방식 자체가 효과가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부동산학을 가르치는 한 겸임교수는 2024년 10월 "디딤돌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금리가 더 높은 대출을 이용하게 되고 디딤돌대출 내에서도 이용층이 신혼부부, 출산 가정으로 바뀔 뿐 가계부채 총액이 줄어들 것 같지 않다"며 한도 축소보다 금리 조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다음 달 15일 기금 건전성 점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는 올해 말까지
정부는 다음 달 15일 주택도시기금 건전성 점검 결과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지표를 내놓는다. 정책대출에 DSR을 적용하는 방안도 후속 조치로 검토한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 한시 면제는 올해 12월 31일 끝난다.
주택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기금 여유자금 급감을 두고 "기금은 기금답게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일반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수요자를 지원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조달금리보다 낮은 금리의 정책 대출을 무한정 늘리는 건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