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 60만건인데 신청 0.34%…월 34만원 그쳐

입력 2026-09-24 07: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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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 생보사·25조6000억원 대상, 상반기 신규 신청 1426건 최대 90% 감액은 원상복구 불가, 조기 사망 땐 유족 몫 소멸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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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이 19개 전 생명보험사로 확대됐다. 그러나 상반기 신규 신청은 1천426건, 대상 계약의 0.34%에 그쳤다. 생명보험협회가 지난달 13일 공개한 운영 현황에서다. 사후에 유족이 받던 목돈을 생전 생활비로 당겨 쓰는 제도다. 발목을 잡는 것은 지급 재원이다. 약정 사망보험금이 아니라 적립된 해약환급금에서 나온다. 1억원짜리 종신보험을 90% 헐어도 손에 쥐는 돈은 월 30만원대다.

◆ 대상 60만건·25조6000억원에 신청은 1천426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전 생보사 확대를 알리며 유동화 대상 계약을 60만건, 가입금액 25조6000억원으로 집계했다. 2025년 11월 말 기준이다. 제도 설계 당시 75만9천건이던 대상은 보험계약대출 발생과 중도 해지로 15만9천건(20.9%) 줄었다.

신청은 그 규모를 따라가지 못했다. 생명보험협회가 지난 16일 공개한 주요 5개 생보사 집계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누적 신청은 2천759건, 초년도 지급액은 119억4천100만원이다.

◆ 월평균 640건에서 238건으로, 건당 지급액도 49만원 줄어

같은 집계에서 월평균 신청은 지난해 말 640건에서 올해 상반기 238건으로 62.8% 줄었다. 건당 평균 초년도 지급액도 458만원에서 409만원으로 49만원(10.7%) 낮아졌다.

수령액 수준은 제도 시행 초기부터 드러나 있었다. 당시 금융위 집계를 보면 신청자 1인당 연평균 수령액은 455만8천원, 월로 환산하면 37만9천원이다. 국민연금연구원 조사 기준 고령자 1인 적정생활비(월 192만원)의 20%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신규 신청자의 초년도 예상 수령액은 연 409만원, 월 34만원가량으로 더 내려갔다.

◆ 7천만원 종신보험 90% 헐어 월 40만원, 5천만원은 월 13만원

생명보험협회가 소개한 사례를 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1990년대 가입한 사망보험금 7천만원 종신보험을 둔 60대 계약자는 유동화 비율 90%, 지급 기간 7년을 택해 연 490만8천원, 월 40만9천원을 받는다. 그가 그동안 낸 보험료는 2천770만원이다.

같은 90%를 헐어도 사망보험금 5천만원 계약을 20년에 나눠 받기로 한 70대 계약자는 연 162만5천원, 월 13만5천원이다. 사망보험금 3천만원 계약자가 90%·5년을 택한 사례는 월 21만9천원이었다. 금액은 사망보험금이 아니라 적립된 해약환급금과 지급 기간이 정한다.

◆ 만 55세·9억원 이하·완납… 변액과 단기납은 원천 제외

신청 자격은 소득·재산과 무관하게 만 55세 이상 계약자다. 당초 65세이던 기준을 지난해 8월 퇴직 후 소득공백기 대응을 이유로 10년 낮췄다. 실제 신청자 평균 연령은 65.3세, 평균 유동화 비율은 89.4%, 평균 수령 기간은 7.8년이다.

대상은 주계약 사망보험금 9억원 이하의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이다. 계약기간과 납입기간이 각각 10년 이상이고 보험료를 모두 냈어야 한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같아야 하고,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1원이라도 남아 있으면 신청하지 못한다. 변액종신, 금리연동형, 단기납 종신, CI 선지급형은 대상에서 빠진다. 유동화 비율은 최대 90%, 수령 기간은 최소 2년이며 일시금 수령은 안 된다. 전환에 따로 사업비를 떼지 않고, 납입보험료를 넘는 부분도 비과세로 받는다.

◆ 감액은 영구, 조기 사망하면 유족 몫이 사라진다

금융위원회는 유동화를 신청하면 주계약이 감액 정산돼 유족 사망보험금이 줄고 추가납입과 중도인출도 멈춘다고 안내했다. 감액은 되돌릴 수 없어 계약 부활이나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 신청 직후 사망하면 이미 받은 소액 연금 외에 깎인 사망보험금은 소멸한다.

금융소비자단체에서는 과거 연 6~7%대 고금리 종신보험 가입자가 높은 부리 효과를 포기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보험사의 역마진 부채를 털어 주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비판이다. 보험계약대출을 갚을 여력이 없는 취약계층은 신청 자체가 막힌다. 종신보험 유지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보험개발원과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7월 낸 보고서를 보면 2008~2023년 종신보험 신계약 2천800만건 가운데 1천170만건(41.8%)이 중도 해지됐다.

제도는 계속 넓어진다. 지난 3월부터 월 지급 연금형과 비대면 신청이 생보사별로 순차 도입됐다. 다음 달에는 현금 대신 요양원 입소비나 간병 서비스로 받는 서비스형 유동화 상품이 나온다.

한 보험소비자 전문가는 "사망보험금 1억원을 유동화한다고 해서 생전에 1억원을 전부 받아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동화 제도는 매달 생활비를 수령하는 순간 그에 상응하는 사망보험금 담보를 영구적으로 감액하므로 본래 목적인 유족 경제 안전망이 훼손되는 감액 비율부터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