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월 102만5000원 이하면 신청, 제도개선에 국비 215억 부양의무자 소득 1.3억·재산 12억 기준은 유지, "완전 폐지 아니다"
올해부터 의료급여 수급자를 가릴 때 부양의무자 소득의 10%를 신청자 소득으로 얹던 '간주부양비'가 26년 만에 사라졌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9일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에 보고한 개선안에 따른 조치다. 연락이 끊긴 자녀가 있어도 병원비 지원 여부는 이제 본인의 실제 소득으로 갈린다. 다만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을 보는 기준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 아들 50%·딸 30%에서 시작한 부과율, 결국 0%
도입 초기에는 아들 50%, 딸 30%처럼 최대 절반까지 얹혔다. 폐지 직전에는 10%가 적용됐다.
복지부는 이 부과율을 올해부터 0%로 내렸다. 돈이 오가지 않아도 서류상 소득이 잡히던 구조가 없어졌다.
제도를 바꾸는 데 들어간 국비는 215억원이다. 복지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6년 의료급여 예산안에 부양의무자 제도 개선 순증액으로 따로 잡혔다.
◆ 실소득 67만원에 부양비 36만원 얹혀 탈락했던 노인
복지부가 제도 개선을 알리며 든 사례를 보면, 월 소득 67만원인 1인 노인 가구가 연락이 끊긴 아들 부부 때문에 간주부양비 36만원을 더해 소득인정액 103만원으로 계산됐다. 선정기준을 몇천원 차이로 넘겨 탈락한 경우다.
같은 가구가 올해는 실제 소득 67만원만 반영돼 수급자가 됐다. 복지부는 부양비 폐지로 최소 5000명이 의료급여에 새로 들어올 것으로 봤다.
◆ 1인 가구 월 102만5695원… 소득인정액이 먼저다
올해 의료급여 선정기준액은 기준 중위소득 40%인 1인 가구 월 102만5695원, 4인 가구 월 259만7895원이다. 근로소득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친 소득인정액이 이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 신청은 주소지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받는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부양의무자 가구의 연소득이 1억3000만원을 넘거나 재산이 12억원을 넘으면 신청자 본인이 아무리 가난해도 의료급여에서 제외된다.
부양의무자 재산을 볼 때 빼 주는 기본재산공제액은 올해 3급지에서 4급지로 세분화돼 서울 3억6400만원, 농어촌 1억9500만원이 적용된다.
◆ 수급자 162만명, 예산 9조8400억… 사각지대는 66만명
의료급여 수급자는 2024년 156만명에서 2025년 10월 162만명으로 늘었다. 올해 의료급여 국비 예산은 9조8400억원으로 전년보다 13.3% 늘었고, 이 가운데 진료비 지원에 9조5586억원이 배정됐다.
그래도 빈틈은 남는다. 2021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기준으로 소득이 중위소득 40% 아래인데도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66만명으로 추산됐다. 올해 5월 기준 생계급여 수급자가 192만명인 데 비해 의료급여 수급자는 159만명에 그쳐, 33만명이 생계비는 받으면서 병원비 지원 밖에 있다.
◆ 외래 365회 넘으면 본인부담 30%, 대상은 550명
문을 넓히면서 정부는 이용을 죄는 장치도 같이 넣었다. 연간 외래진료 365회를 넘기면 본인부담률 30%를 매기는 차등제가 올해 시작됐다. 복지부는 적용 대상을 전체 수급자의 0.03%인 550여명으로 추산했고, 중증장애인과 아동 등은 빠진다.
과다 이용에는 의료기관 쪽 요인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실이 2024년 국정감사 때 공개한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전북 전주의 이 관계자는 10년 가까운 기간 수급자 202명을 9만456회 진료해 1인당 447.8회를 기록했다. 같은 자료로는 2023년 의료급여 외래 상위 2.5% 환자가 전체 외래 진료비의 25%를 썼다.
시민사회는 차등제가 취약계층을 과다이용자로 낙인찍는다고 비판한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부양비 부과만 없앴을 뿐 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 기준이 남아 완전 폐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부양능력 판정 절차는 그대로여서 가족관계 단절을 입증해야 하는 서류 부담도 남았다.
한 사회복지학 전문가는 "수급자로 선정되기 쉬워졌다거나 대상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제도의) 오남용보다는 정상화 과정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