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받은 지방 정비사업 76곳 공사비 35.3% 증가
평균 인상률 46.6%…21곳은 검증 후에도 50% 이상 올라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을 받은 비수도권 정비사업장 76곳의 공사비가 검증 후에도 6조4천393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인상률은 46.6%였으며, 부동산원 본원이 있는 대구는 평균 78.1%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검증 이후에도 사업장 4곳 중 1곳 이상에서 공사비가 50% 넘게 뛰면서 지방 정비사업의 사업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2021~2026년 8월 정비사업 적정 공사비 검증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공사비 검증을 받은 비수도권 정비사업장은 76곳이었다. 이들 사업장의 총공사비는 기존 18조2천334억원에서 검증 후 24조6천727억원으로 늘었다. 총공사비 합계 기준 증가율은 35.3%다.
올 들어서도 공사비 상승세는 이어졌다. 올해 1~8월 검증을 받은 지방 사업장 13곳의 평균 공사비 인상률은 44.1%였다. 이들 사업장의 총공사비는 3조3천584억원에서 4조5천734억원으로 1조2천150억원 늘었다. 증가율은 36.2%다.
지역별로는 대구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대구 사업장 10곳의 검증 후 평균 공사비 인상률은 78.1%였다. 대전 52.8%, 경남 50.8%, 전북 47.6%, 부산 41.4%가 뒤를 이었다. 전체 비수도권 사업장 가운데 21곳(27.6%)은 검증을 거친 뒤에도 공사비가 50% 이상 올랐다.
개별 사업장에서는 대전 중구의 한 재개발 사업장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 사업장의 공사비는 검증 전 375억원에서 1천440억원으로 1천65억원 늘었다. 증가율은 284.6%로 기존 공사비의 3.8배에 달했다. 대구 남구의 한 재건축 사업장도 공사비가 91억원에서 314억원으로 223억원 늘어 244.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은 시공사가 요구한 증액 공사비의 적정성을 전문기관이 검토하는 제도다. 지방 사업장에서 시공사가 요구한 평균 공사비 인상률은 60.0%였다. 부동산원 검증을 거치면서 평균 46.6%로 13.4%포인트(p) 낮아졌지만, 지방 조합이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검증 결과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조합과 시공사가 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원 측도 "검증 결과 이행 여부에 대한 별도의 사후관리 절차는 없다"고 밝혔다.
지방 정비사업은 수도권보다 공사비 상승분을 일반분양 수입으로 충당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7월 기준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4만8천758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2만4천608가구다. 분양가를 올릴 경우 미분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공사비 상승분 상당 부분이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나 사업비 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현장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 수영구의 한 정비사업장은 공사비 증액을 놓고 조합원 간 이견이 커졌다. 경남 창원과 대구 서구 일부 사업장도 시공사와 본계약 체결이 늦어지거나 공사가 중단되면서 장기간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강제력 없는 검증은 조합의 돈만 쓰게 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입으로는 주택 공급 확대를 외치면서 지방 정비사업이 무너지는 것을 손 놓고 지켜보는 정부야말로 지방 주거 붕괴의 방조자"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