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TS 치명률 18%…진드기 환자 43%가 9~11월에 몰린다

입력 2026-09-20 07: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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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하루 만에 숨진 제주 40대…환자 81.8%가 60세 이상 쯔쯔가무시는 항생제로 치료, SFTS는 백신·치료제 전무

추석 명절을 앞둔 18일 경북 경주시 대릉원 지구 내 왕릉 등 주요 고분에서 작업자들이 벌초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명절을 앞둔 18일 경북 경주시 대릉원 지구 내 왕릉 등 주요 고분에서 작업자들이 벌초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에서 농사를 짓던 48세 남성은 야외 작업을 한 뒤 발열과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감기 증상으로 여겼지만 진단명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었고, 확진 하루 만인 지난달 4일 숨졌다. 울산 울주군에서는 텃밭 작업을 하던 70대 남성이 발열·근육통으로 입원해 올해 첫 SFTS 환자로 확인됐다.

가을은 SFTS 쯔쯔가무시 등 진드기 매개 감염병의 계절이다. 벌초와 성묘, 단풍 산행, 밭일이 한꺼번에 몰리는 9~11월에 환자가 집중된다. 질병관리청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전국 SFTS 환자 1천13명 가운데 43.5%인 441명이 이 석 달 사이에 나왔다.

◆ 13년간 2천345명 감염, 422명 사망…치명률 18%

SFTS는 2013년 국내 첫 보고 이후 지난해까지 2천345명이 걸려 422명이 숨졌다. 누적 치명률은 18.0%다. 감염병 가운데 손에 꼽히는 수치이면서, 백신도 항바이러스 치료제도 없다는 점이 더 무겁다.

환자의 상당수는 고령층이다. 질병관리청 집계를 보면 지난해 SFTS 환자의 81.8%인 229명이 60세 이상이었다. 텃밭과 논밭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고, 감염 뒤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대다.

감염 경로는 대부분 일상적인 야외 작업이다. 2023년 농촌진흥청과 질병관리청 합동 자료를 보면 진드기 매개 감염병 환자의 약 50%가 농작업과 연관돼 있었고, 벌초와 성묘가 20%를 차지했다. 등산로 밖 풀밭에 돗자리 없이 앉거나 눕는 행동이 위험한 이유다.

◆ 가피가 있으면 쯔쯔가무시, 없으면 SFTS 의심

쯔쯔가무시증은 SFTS보다 훨씬 흔하다. 질병관리청 지침을 보면 연간 5천~6천 명의 환자가 나오고, 2024년에는 6천268건이 신고됐다. 발생은 10~11월에 몰린다.

대신 치명률은 낮다. 2011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누적 치명률은 0.17%로 집계됐다. 원인균이 세균이어서 독시사이클린 등 항생제가 듣기 때문이다. 다만 치료가 늦으면 위험하다. 감염병포털 통계를 보면 최근 3년간 쯔쯔가무시증 사망자는 38명이었다.

두 질환을 가르는 가장 쉬운 단서는 가피(딱지)다. 털진드기 유충에 물린 자리에 검은 딱지가 생기는 것이 쯔쯔가무시증의 특징으로, 질병관리청은 2024년 9월 의사환자 신고 기준을 고치면서 가피 형성을 필수 조건으로 넣었다. 겨드랑이·사타구니·허리춤처럼 옷에 가려진 부위를 살펴야 한다.

SFTS는 가피가 없는 대신 고열과 소화기 증상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역학조사에서 환자의 87.5%가 발열을 겪었고, 오한 31.9%, 근육통 30.1%가 뒤를 이었다. 구토·설사 같은 증상이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 야외활동 뒤 2주 안에 38도 이상 고열이 나면 감기약으로 버티지 말고 활동 이력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 풀밭 진드기의 91.7%, 초지에서 잡혔다

진드기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풀에서 옮겨 붙는다. 지난해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 실태조사에서 채집된 참진드기의 91.7%가 풀밭 초지에서 나왔다. 초지 한 곳에서만 1천43마리가 검출됐다.

예방 수칙은 단순하다. 긴소매와 긴바지를 입고 바지는 양말 안으로 넣는다. 풀밭에 앉을 때는 돗자리를 쓰고, 기피제를 옷과 신발에 덧뿌린다. 귀가 즉시 옷을 세탁하고 샤워하면서 몸을 살피는 것이 마지막 관문이다.

물렸을 때 손으로 잡아 뜯는 것은 금물이다. 진드기 머리 부분이 피부에 남으면 염증이 생긴다. 핀셋으로 피부에 밀착해 수직으로 빼내거나,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

◆ 물렸다고 다 걸리지는 않는다

과도한 공포도 정확하지 않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가이드(2023년)를 보면 국내 작은소피참진드기의 SFTS 바이러스 보유율은 0.5% 이하다. 물린다고 모두 감염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지역 방역 현장의 수치도 비슷한 흐름이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올해 1~8월 SFTS 의심 환자 204건을 검사한 결과 양성은 12건, 5.9%였다. 양성자의 75%는 50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SFTS 환자는 경북 45명, 경기 42명, 강원 31명 순으로 많았다.

문제는 걸렸을 때다. 대한감염학회는 SFTS 초기 증상이 단순 감기몸살과 비슷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 패혈성 쇼크나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전국 18곳 털진드기 감시, 12월 16일까지

방역 당국은 감시망을 돌리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6일부터 12월 16일까지 전국 18곳의 논·밭·초지에서 털진드기 발생 밀도를 주 단위로 조사해 결과를 공개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취약 농가에 예방 리플릿 1천830부와 기피제 1천680개를 나눠줬다.

백신 개발도 시작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국제 공동연구로 250억원 규모의 SFTS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임상 1·2상을 2030년까지 추진한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은 물리지 않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한 감염내과 전문가는 "두 질환이 가을에 같이 늘어나는 것을 단순히 '여름에 진드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가을에는 벌초, 성묘, 농작업, 등산처럼 풀이나 숲에 접촉하는 활동도 많아진다. 결국 진드기의 활동 시기와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겹치는 가을에 두 질환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