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안심센터 대기 수개월·데이케어 도심 공백·중증 시설 부족…검사-돌봄-치료 연결 안 돼
올해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처음으로 10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검사부터 돌봄·중증 치료까지 3단계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환자 가족들이 매 단계마다 정보를 직접 찾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치매 환자는 97만 명으로 예상되며, 2026년에는 101만 명으로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됐다. 2016년 치매역학조사 당시 예측치인 2025년 108만 명과 비교하면 완만하게 증가하는 추세지만,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된 지 8년이 지난 지금도 환자 가족이 체감하는 돌봄 공백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22년 아버지가 뇌경색과 알츠하이머를 동시에 진단받은 A씨는 데이케어센터(주야간보호센터) 입소까지 한 달 이상을 혼자 헤맸다. 그 사이 아버지는 두 차례 더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편마비까지 생겼지만, 장기요양등급 재심사에서는 가장 낮은 5등급을 받았다. A씨는 "치매 환자는 낯선 조사원이 오면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린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며 "짧은 면담만으로는 평소 상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했다"고 말했다.
4개월 전 시어머니의 치매 증상을 처음 겪은 B씨도 어디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몰라 인터넷과 주변 지인을 수소문해야 했다. B씨는 "당시 치매안심센터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병원에서 데이케어센터를 알려준 것 외에는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곳이 없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직접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치매 증상이 의심될 때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전국 257개 치매안심센터다. 정부는 이 센터를 통해 조기 검사와 상담, 의료·돌봄 서비스 연계를 지원한다. 하지만 인프라 확대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여건에 따른 기관 운영 편차, 인력 수급난 및 안정성 저하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예약 적체로 정밀검사를 받기까지 2~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어,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감수하고 민간 병원을 찾는 사례도 나온다.
초·중기 치매 환자의 일상 돌봄을 맡는 데이케어센터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센터 90% 이상이 민간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와 제한된 수가 등으로 도심 내 시설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보니 외곽으로 밀려나는 실정이다. 시설이 집에서 멀어질수록 환자의 이동 자체가 또 하나의 돌봄 부담으로 가족에게 돌아온다.
증상이 심해지면 선택지는 더 줄어든다. 중증 치매 환자가 요양원에서 폭언이나 배회 등 정신행동증상(BPSD)을 보일 경우 퇴소를 요구받는 이른바 '치매 난민'이 발생하기도 한다. 7년간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돌본 C씨는 "아버지가 배회하거나 화를 내는 증상이 심해지자 요양원에서 받아주지 않으려 했다"며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 요양병원이나 종교 단체 시설은 대기가 1년 이상 걸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인력과 비용 문제가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BPSD가 심한 환자를 돌보려면 일반 환자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치매 관련 수가만으로는 추가 인건비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통합 돌봄 사업과 연계해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의 기능과 인력, 업무 범위를 지역 특성에 맞게 다시 짜는 작업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국가치매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확정·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편과 함께 현장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의료와 복지 데이터가 따로 놀아 발생하던 분절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역별 임대료 차등 보충과 치매 진료 인센티브 등 현장이 체감할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 증상이 의심되면 전국 시·군·구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무료 선별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치매안심센터 상담 전화는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로 연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