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9등급제→5등급제 바뀌며 환산 어려워져
서울 주요 대학들 내년 '졸업생 제한' 자격 걸어
"엄마, 한 해만 더 늦게 낳아주지 그랬어."
대학 입시가 다가오면서 학부모들이 고3 자녀에게 종종 듣고 있는 푸념이다. 내년부터 대입 제도가 전면 개편되면서 2008년생 고3 현역들의 대입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수능과 내신 체계 변화로 인해 재수를 선택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이러한 인식이 퍼지며 올해 수능에 응시하는 N수생은 19만6천473명으로 23년 만에 최대 규모 기록했다. 지난해 18만2천277명보다 1만4천명가량 증가했다.
◆수능·내신 개편…재수 불리
올해 수능은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전 현행 체제로 치러지는 마지막 시험이다. 내년부터는 국어와 수학의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탐구 영역 역시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전환되어 모든 수험생들이 같은 시험을 치르게 된다.
지역 고교 한 진학부장은 "통합사회·통합과학은 고1 때 배우는 내용이라 수능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는 건 아니다"면서도 "기존과 출제 범위가 달라져 공부를 다시 해야 하고 문과 지망생은 과탐, 이과 지망생은 사탐까지 공부해야 해서 재수생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교 내신이 현행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변경되며 졸업생과 재학생의 성적을 보정하는 과정에서 재수생의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2028학년 대입부터 서울 주요 대학에서 N수생 지원을 제한하는 전형이 크게 늘었다.
건국대와 동국대를 제외한 서울 주요 15개 대학은 내신 성적을 활용하는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졸업생 지원을 일제히 막았다. 정시도 고려대(전체 정시 인원의 30.2%), 서강대(14.4%) 등 일부 대학에서 졸업생 지원을 막는 전형이 생겼다.
장대호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서로 다른 내신 체계를 동일한 교과평가에서 비교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기준을 세워도 공정성 시비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에 주요 대학들이 N수생 지원을 원천 차단하면서 N수생들의 기회가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들은 각각의 기준에 따라 내신 9등급을 5등급제로 환산하는 방식을 만들고 있다. 다만 등급 체계에 따라 제공되는 성적 지표들이 달라 완전히 같은 수준으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차상로 학문당학원 입시연구소장 "지역은 서울처럼 N수생 지원 자체를 제한하지는 않는다"며 "대학들이 환산점수표를 만들어 재학생과 졸업생의 등급 편차를 줄이고 형평성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상위권·하위권 등 일부 구간에서 조금씩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했다.
◆"현 고3에 과도한 부담" 불만 나와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현재 고3이 대입 제도 전환기의 부담을 과도하게 떠안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정부가 다른 체제의 등급을 환산하는 방식을 마련해야 공정성 시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학부모 이모(53) 씨는 "2008년생은 현역 때 이전 세대의 '마지막 기회'와 경쟁하고, 재수하면 5등급제와 새 수능 중심의 2028학년도 입시에 적응해야 하며 일부 전형에는 졸업생이라는 이유로 지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모(49) 씨도 "아들이 수시를 안정적으로 쓰기는 했지만 N수생이 많이 몰린 만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내년엔 재수생이 확 줄어 상대적으로 현역이 유리해질 텐데 지금 고3들만 불쌍하다"고 했다.
지난 1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2028년 대입 개편에 따른 2027학년도 현역 보호 및 공정한 상생 방안 촉구'에 관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2027학년도 N수생 집중 가능성 분석과 한시적 대책 ▷정시 학생부 확대 시 유예·경과조치 ▷9등급제와 5등급제의 공정한 환산 기준 ▷공공성이 높은 대학부터 전환기 학생 보호를 위한 공통 평가 원칙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7일 만에 1만6천709명(33%)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동의청원은 공개 이후 30일 이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받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대학마다 다양한 선발 방식을 운영하는 만큼 등급 환산은 각 대학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대교협 대학입학지원실 관계자는 "대학이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은 대학의 자율에 맡겨지기 때문에 교육부나 대교협 차원에서 획일적인 방식을 제시하긴 어렵다"며 "대학들이 그동안 쌓아온 기준에 따라 최대한 형평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전형을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