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과 중재 리더십 부재 속 공전…KDI '내륙안' 빌미 제공
김정재 '실리적 조기 착공' vs 이상휘·포항시 '원안 명분·공감대'
영일만대교가 18년 동안 표류하며 '내륙 우회안'이라는 암초를 만난 배경에는 엄연한 정책 현안 앞에서도 해법을 도출해내지 못한 지역 정치권의 '협치와 리더십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 포항 정가에서는 그동안 국책사업의 돌파구를 열어야 할 유력 정치인들이 저마다의 논리에 갇혀 단일한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고 짚는다. 김정재 국회의원(포항북구)이 21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지내며 국비 예산 확보에 공을 들이고 이강덕 전 포항시장이 12년간 시정을 이끌었지만, 예산 당국을 설득할 유기적인 정책 공조는 좀처럼 작동하지 못했다.
정치권의 시각차는 '현실론'과 '명분론'으로 갈렸다. 김 의원 측은 4조원대로 불어난 원안만 고집하다간 재정 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만큼,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2조7천억원대 절충안이라도 수용해 조기 착공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렸다. 반면 이 전 시장과 22대 국회에 입성한 이상휘 국회의원(포항남구·울릉) 측은 18년간 시민에게 약속한 해상 랜드마크의 상징성과 물류 기능을 훼손할 수 없고, 원안 배제에 대한 설명이나 주민 공감대 없는 일방적 노선 변경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명분을 강조했다.
문제는 현실과 명분의 접점을 찾으려는 정치적 중재와 결단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각자의 명분 속에 협의가 공전하는 사이 국토부는 결정을 미뤘고, KDI는 경제성을 빌미로 2조원대 '순수 내륙안'을 굳히는 빌미를 잡았다. 그사이 2024년 1천350억원 불용, 지난해 1천821억원 추경 삭감에 이어 올해 확보한 국비 485억원마저 연말 불용 위기에 내몰렸다.
다음 달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가 임박하자 포항시와 지역 정치권은 최근 '해상노선 추진'으로 뒤늦게 뜻을 모았다. 하지만 18년 동안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표류를 자초했던 정치권이 이번에야말로 명분과 실리를 아우르는 치밀한 논리로 정부를 설득해 결과물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포항시민 박모(55·남구 동해면) 씨는 "십수년을 정치권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며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결국 다리 없는 내륙 도로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 아니냐"며 "벼랑 끝에 몰려 뒤늦게 원팀을 외쳤다면, 이번에야말로 말잔치에 그치지 말고 정부를 설득해 바다를 건너는 해상대교를 기필코 관철해 내는 결과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