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런파크 영천 화려한 개장 넘어 '말산업'으로 나가야
17년을 기다린 국내 4번째 경마공원 렛츠런파크 영천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지난 13일 영천시 금호읍 일원에서 열린 개장식에는 정·관계 인사와 시민, 방문객 등 1만7천여명이 몰렸고 첫 경주가 힘차게 시작됐다.
현장을 찾은 시민과 방문들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묻어났다. 단순히 경마를 보기 위한 공간이 아닌 지역 관광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형 레저시설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개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영천시와 경북도가 내세우는 청사진은 경마장 하나를 넘어선다. 렛츠런파크 영천을 중심으로 운주산승마조련센터 등 기존 인프라를 연결하고 말 생산부터 조련, 교육, 경주, 승마, 관광, 퇴역마 활용까지 아우르는 말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2031년까지 관련 기업·창업 20개사를 유치하고 직접고용 250명과 전문교육 인력 600명, 비경마 프로그램 방문객 12만명, 퇴역 경주마 전환 30두 등 달성 목표도 제시됐다.
숫자만 보면 상당히 야심찬 계획이다. 문제는 '시설'이 아니라 '산업'이다. 경마공원이 문을 열었다고 해서 기업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방문객들이 지역에서 숙박하고 식사하며 특산물을 구입하고 지역 내 다른 관광지를 찾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한다.
말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경주마를 조련하고 승마를 즐기는 수준을 넘어 말 사료와 장비, 마필 운송, 질병 관리, 유전자 연구, 인공지능(AI) 기반 마필 관리 등 전후방 산업으로 확장해야 한다.
영천시가 말하는 '말산업 수도'의 성패는 경마공원 방문객 숫자가 아닌 기업과 일자리, 지역 내 소비가 얼마나 선순환되느냐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한국마사회 본사 영천 이전 추진도 같은 맥락이다. 영천시는 최근 한국마사회를 찾아 본사 이전을 공식 제안했다. 렛츠런파크 영천과 말산업 특구를 연계해 관광·스포츠·조련·교육·투자가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사 이전 역시 '유치하겠다'는 의지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직원과 가족이 실제 정착할 수 있는 주거·교육·의료·교통·문화 환경과 기업·연구기관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산업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영천시와 경북도가 대구·경북 말산업 특구를 확대하고 관련 시·군과 공동 대응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 연장 등 광역교통망 확충과 경마공원 주변 관광·레저시설 확대 구상까지 더해지고 있다. 경마공원을 하나의 시설이 아니라 대구·경북의 새로운 광역 관광·산업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영천시와 경북도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청사진을 계속 발표하는 것보다 약속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지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기업은 몇 개가 들어왔는지, 실제 일자리는 얼마나 늘었는지, 외지 방문객은 지역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지역 소상공인 매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산업에 투입된 예산이 어떤 성과로 돌아왔는지 등을 매년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17년 기다림 끝에 문을 연 렛츠런파크 영천. 이제 지역민들이 지켜볼 것은 화려한 개장식이 아니다. 경주마가 달리는 경주로 밖에서 기업이 뛰고, 사람이 일하고, 관광객이 머물고, 지역경제가 실제로 움직이는가 하는 점이다.
'말산업 수도 영천'은 선언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그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17년을 기다린 만큼 결과로 답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