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덕(Dead duck)'이라는 다소 거친 표현까지 꺼낼 만한 숫자일까?
16일 공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35.9%, 부정 평가는 59.4%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보다 긍정은 5.3%포인트(p) 떨어지고 부정은 5.5%p 상승했다. 지난 7월 초 54.7%였던 긍정 평가는 두 달여 만에 18.8%p 빠졌다.
◆정말 '남녀노소'…전 연령·남녀 모두 부정 우세
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특정 세대만 등을 돌린 게 아니라는 점이다.
18~29세부터 70세 이상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이재명 대통령 지지가 강했던 40대조차 긍정 45.2%, 부정 51.9%로 역전됐다.
남성은 긍정 33.4%·부정 62.7%, 여성 또한 긍정 38.4%·부정 56.2%였다.
즉, 언론 보도에서 '남녀노소 부정 우세'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결과다. 물론, 표본조사인 만큼 이를 곧바로 '국민 전체가 부정적'이라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
이런 장면이 사실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말이었던 2021년 4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긍정 32%, 부정 58%를 기록했을 당시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전 연령대에서 부정 평가가 우세했다. 한 달 안팎 뒤 지지율은 20%대로 더 내려갔다.
◆보수 텃밭 TK 부정률이 '4위'…서울·수도권보다 낮았다
지역별 수치도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수 있을 정도다.
부정 평가는 대전·세종·충청 67.3%가 가장 높았고 서울 61.5%, 경기·인천 61.3%에 이어 대구·경북(TK)이 60.9%였다.
전통적으로 진보 대통령에게 가장 냉랭한 지역으로 꼽히는 TK가 이번에는 부정 평가 기준 4위에 그친 것이다. 긍정 평가도 TK 35.9%로 전국 평균과 정확히 같았고, 서울 34.3%, 경기·인천 33.3%, 충청 27.7%보다 오히려 높았다.
그렇다고 TK가 이 대통령의 새 우호지역이 됐다는 뜻은 아니다. 지역별 표본 수가 달라 작은 차이의 순위를 과도하게 해석해서도 안 되는 부분.
과거에도 비슷한 역전 사례가 있었다. 또 문재인 정부 시기다. 2020년 리얼미터 조사에서 서울의 부정 평가가 56.0%로 TK 55.8%보다 근소하게 높았던 사례가 있다. 2021년 부동산·LH 사태 때도 서울 부정률 65%가 TK 68%에 바짝 붙었다. 수도권 부동산 민심이 악화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이례적 구도였던 셈이다. 6년 뒤 지금도 같은 민주 진영 정부에서 부동산 문제가 터져나온 상황이다.
◆'조기 레임덕' 신호 맞나…'데드덕' 언급도 가능?
그렇다면 정말 집권 2년차에 조기 레임덕이 시작된 것일까.
지지율 급락과 전 연령대 부정 우세는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는 자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레임덕'은 단순히 지지율이 낮다는 뜻보다는 대통령의 영향력이 약해져 여당·국회·관료조직을 움직이는 힘까지 떨어지는 권력 누수 현상을 가리키는 정치적 표현이다.
현재는 불과 한 달 전 여당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오히려 '당청 안정론'과 대통령과의 협력을 강조한 김민석 대표가 선출되는 등 여권 내부에서 대통령 영향력이 소진됐다고 단정할 근거와는 거리가 있다.
'데드덕'은 더 강한 표현이다. 성공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사람이나 사물을 뜻하는 비공식적 표현인데, 2024년 총선에서 여당이 크게 패해 국회 장악력을 잃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을 두고 외신이 'Lame duck or even dead duck'(직역하면 절름발이 오리, 아니면 죽은 오리) 가능성을 거론한 사례처럼, 보통 지지율뿐 아니라 '실질적인 통치력 상실'까지 함께 거론하며 쓰인다.
따라서 이번에 나온 수치들은 '데드덕 판정'이라기보다는 '레임덕 논쟁이 너무 일찍 시작되지 않도록 여권이 경계해야 할 경고음'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연령대가 돌아서고, 심지어 TK가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우호적인듯한 지형까지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평범한 지지율 하락과는 다른 대목이다.
이번 조사는 KSOI가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10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5.9%.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