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속으로] 구름 한 점에 위안을, 새로운 세상을 담아…김윤종 초대개인전

입력 2026-09-15 11: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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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부터 23일까지
갤러리동원 앞산

김윤종, 하늘보기, 53.0x45.5cm, oil on canvas, 2026
김윤종, 하늘보기, 53.0x45.5cm, oil on canvas, 2026
김윤종, 하늘보기, 116.6x80.3cm, oil on canvas, 2026
김윤종, 하늘보기, 116.6x80.3cm, oil on canvas, 2026
자신의 작품 앞에 선 김윤종 작가.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김윤종 작가. 이연정 기자

"경북 영양 산골에서 태어났어요. 앞뒤로 전부 산이고 하늘만 뻥 뚫려있어요. 어릴 때 놀거리가 없으니 구름 그림자를 따라다니는 게 하나의 놀이었죠. 그러다 벌러덩 누워서 구름이 둥둥 흘러가는 걸 보기도 하고, 구름 모양으로 상상을 펼치기도 하고. 그런 기억이 참 많이 나요."

갤러리동원 앞산에서 초대전을 갖고 있는 김윤종 작가는 우리의 기억 속 하늘과 구름이 어떤 얘기를 담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기쁜 일이 있어 쾌재를 부를 때, 힘든 일로 한숨을 내쉴 때, 속마음을 터놓고 싶을 때 우리는 하늘을 바라본다"며 "모든 것을 받아줄 것만 같은, 아득히 깊고 넓은 하늘과 구름은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 하늘과 구름을 캔버스에 사실적으로 옮긴, '하늘보기' 연작을 그려온 지 20년. 그는 "오늘날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과 별개로, 저 멀리 다가갈 수 없는 태고적 모습을 간직한 원초적 자연인 하늘의 구름에서 조형성을 찾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기존 작품 속 사람의 눈높이에서 올려다보던 구름과 달리, 이번에 전시된 신작들은 구름보다 높은 곳, 혹은 구름의 눈높이에서 구름을 바라본 모습이다.

바라보고 동경하던 대상에서 교감하는 대상으로. 신작에서의 새로운 시도는 단순한 시점의 변화를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역시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보여주고자 한 자연의 웅장함 너머,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은 의도가 컸습니다. 구름 속에 마을도 있고 길도 있고, 구름 자체가 하나의 산수 풍경이 되기도 합니다. 온갖 희노애락을 겪은 우리도 결국 나중에는 다 묻어버리고 다른 세상으로 가야할 때가 오겠죠. 이번 작업을 할 때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갤러리동원 앞산에 전시된 김윤종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동원 앞산에 전시된 김윤종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동원 앞산에 전시된 김윤종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동원 앞산에 전시된 김윤종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눈에 띄는 건 구름의 역동성이다. 힘이 있지만 너무 무거워보이지 않게, 동적이지만 너무 가벼워보이지 않게, 수십 번 물감을 올려내면서도 맑게 구름 덩어리를 그려내는 것은 20년 간 하늘과 구름에 천착해 온 그만의 독보적인 기법이다.

작가는 "캔버스에 바람을 담아내는 게 오랜 숙제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6~7번 물감을 올리는데, 붓에 묻혀지는 물감의 양부터 터치까지 세밀하게 조절해야 맑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물감 덩어리를 두껍게 올려 그리면 작업 시간을 줄이고 작업량을 늘릴 수 있지만, 그건 남들이 따라하기 쉬울 뿐더러 나만의 독창성을 잃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지금의 작업방식을 이어나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수십 년간 자연을 그려왔지만, 오히려 그림을 그릴수록 시시각각 변하는 경이로운 자연 앞에 인간의 덧없음을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내 그림은 수천년을 흘러온 하늘의 풍경 중 미미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하늘이 보는 인간의 삶은 정말 찰나가 아닐까 싶다"며 "그나마 내가 살면서 감동을 느낀 지점을 나만의 방법으로 작게 기록해내는 데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그려내고 있다"고 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농담처럼 '이제 자유롭게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고 싶다'고 하신 말씀이 항상 마음 한 켠에 있습니다. 구름은 제게 '영원한 자유'이기도 합니다."

전시는 오는 2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