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美 금리인상 전망…코스피 발목 잡나

입력 2026-09-14 11: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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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FOMC 인상 확률 87%…10년물 금리 5% 육박
"관건은 인상 횟수"…월가 시선은 긴축 사이클로
7000대 뚫었던 코스피, 다시 출렁…반도체 모멘텀은 버팀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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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동발 유가 급등과 물가 지표가 겹치며 인상론이 힘을 받고 미국 장기 국채금리는 5% 선을 위협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인상이 한 차례로 끝나느냐, 연속적인 긴축 사이클로 이어지느냐다. 고금리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실적 모멘텀으로 이를 얼마나 버텨낼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5~16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개최한다.

시장은 9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직후 9월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90%를 넘어 최근 87% 안팎을 나타내고 있다. 일주일 전 60~70% 수준에서 껑충 뛰었다. FOMC를 앞두고 사실상 인상 쪽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인상론에 불을 붙인 것은 유가와 물가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이어지며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고 한 주간 9% 안팎 뛰었다. 8월 CPI는 전년 대비 3.4% 올라 예상에 부합했지만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3% 상승해 예상치를 웃돌았다. 고유가가 휘발유·운송비를 거쳐 물가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졌다.

월가에선 물가가 충분히 둔화하지 않고 고용도 견조한 만큼 연준이 동결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도이체방크의 매튜 루제티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다음 주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할 명분이 매우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인사이트의 오마이르 샤리프 창립자도 "연준이 지금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왜 올리지 않았는지에 대해 아주 설득력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이미 인상 여부를 넘어 인상 횟수로 옮겨갔다. 시마 샤 프린시펄자산운용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논쟁은 연준이 금리를 올릴지 여부에서 이번 사이클에 몇 차례의 인상이 필요할지라는 더 중요한 질문으로 빠르게 이동했다"며 "한 번 올리고 끝낼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는 9월에 이어 12월까지 두 차례 인상을 전망했다. 채권시장은 이미 연말까지 두 차례 인상을 반영하고 있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CPI 발표 직후 장 중 4.99%까지 올라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규모가 시장 기대를 밑돌고,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오픈AI·앤트로픽 등 AI 기업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가능성까지 겹치며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패트릭 가비 ING그룹 미주지역 리서치책임자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5%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보다 횟수 중요…AI 모멘텀도 변수

금리 인상 경계감은 곧바로 국내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6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49% 하락한 6668.73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경계감과 고유가 부담에 삼성전자(-3.8%)와 SK하이닉스(-5.91%) 등 반도체 대형주가 약세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 9일 33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 7000대를 회복했지만 국제유가와 미국 장기금리 상승에 이틀 만에 밀리며 지난 11일 6909.91에 마감했다. 금리 변수가 다시 전면에 부상하면서 지수가 7000대 안팎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증시가 긴장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금리 인상 국면에서 주가가 눌려왔기 때문이다. 다만 한 차례 인상만으로 강세장이 꺾인 사례는 드물다. 블룸버그가 1945년 이후 S&P500지수의 약세장 12차례와 18~20% 하락한 준약세장 4차례를 분석한 결과, 강세장을 무너뜨린 것은 한 번의 인상이 아니라 여러 차례 이어진 긴축이었다. 금리 인상과 맞물린 약세장에서 지수 고점은 대체로 연준의 마지막 인상보다 여덟 달가량 앞서 나타났다. 인상의 시작보다 이후 인상이 몇번 더 이어지느냐가 증시의 방향을 가른 것이다.

낙폭을 키운 결정적 변수는 경기침체였다. 침체를 동반한 약세장에서 지수 하락률은 중간값 기준 36%에 달했고 바닥까지 18개월, 전고점 회복에는 3년 넘게 걸렸다. 침체가 없었던 약세장은 28% 떨어지는 데 그쳤고 8개월 만에 저점을 지나 2년 안에 회복했다. 35%를 웃도는 폭락은 예외 없이 경기침체와 함께 나타났다. 현재 미국 경제는 아직 침체에 빠지지 않았고 8월 실업률은 4.1%다.

지금과 가장 비슷한 국면으로는 1990년대 중반이 거론된다. 연준이 1995년 인하 이후 1997년 한 차례 금리를 올리는 데 그치자 강세장은 이후로도 3년가량 더 뻗어나갔다. 반면 1998년 인하 뒤 1999년 중반 들어 연준이 본격적으로 긴축에 나서자 S&P500은 아홉 달쯤 뒤 닷컴버블 고점을 찍고 내리막에 접어들었다. 결국 한 차례 인상이 아니라 긴축이 얼마나 길게 이어지고 경기침체로 번지느냐가 방향을 갈랐다는 의미다.

때문에 이번 인상이 긴축 사이클의 신호탄이 되느냐가 증시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장의 시선이 FOMC 이후 공개될 점도표와 워시 의장의 발언에 쏠리는 이유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자체는 90% 반영됐으므로 관건은 FOMC가 내년 경로를 어떻게 제시하는지"라며 "추가 인상을 시사하면 유가·금리 이중 압박이 지속되고 일회성 조정으로 선을 그으면 AI·메모리 중심의 이익 상향이 다시 시장을 끌어올릴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반도체다. 국내 증시에서는 금리·유가 부담에도 오픈AI의 차세대 모델 'GPT-6 아스트라' 공개로 되살아난 반도체 모멘텀이 지수 하단을 받치고 있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도 고유가·고금리 국면에서 통념과 달리 AI 관련주가 강세였다"며 "대안 섹터 매력도가 낮아진 지금 반도체는 상대적 매력도 측면에서 여전히 매수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