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KRX도 오후 8시까지 주식 거래…NXT와 야간시장 경쟁

입력 2026-09-14 09: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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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가 폐지·실시간 거래 도입…야간 거래 방식 변화
거래 종목 넓힌 KRX vs 수수료 낮춘 NXT 경쟁 격화
거래시간 연장에 증권사도 MTS·AI 플랫폼 경쟁 가열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전경.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전경. 한국거래소

오늘부터 한국거래소(KRX)에서도 오후 8시까지 국내 주식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시간외 단일가 매매를 대신해 정규장과 같은 접속매매 방식의 애프터마켓이 도입되면서 국내 증시의 거래시간도 10년 만에 다시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야간 거래를 운영해온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와의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KRX 애프터마켓 개막…NXT와 야간시장 경쟁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날부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 주식을 대상으로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운영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정규장이 끝난 뒤 30분간 시간외 종가매매가 진행되고, 오후 4시부터 새로운 애프터마켓이 시작된다.

가장 큰 변화는 매매 방식이다. 기존에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10분 단위로 주문을 모아 하나의 가격으로 체결하는 시간외 단일가 매매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매수·매도 호가가 맞는 즉시 거래가 체결되는 접속매매 방식으로 전환된다. 거래 가능 시간도 기존보다 2시간 늘어나 장 마감 이후에도 시장 상황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거래 대상 종목도 크게 늘어난다. KRX 애프터마켓에서는 코넥스를 제외한 코스피·코스닥 상장 주식과 주식예탁증서(DR) 등 대부분의 종목을 거래할 수 있다. NXT는 관련 규정에 따라 분기별로 600개 안팎의 종목만 거래할 수 있지만, KRX에서는 일부 관리 대상 종목을 제외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주식 대부분을 거래할 수 있다. 그동안 NXT에서 야간 거래가 불가능했던 종목까지 거래 범위가 넓어지는 셈이다.

다만 당일 정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종목이나 관리종목, 투자경고·위험종목, 초저유동성종목, 정리매매 종목 등은 제외된다.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역시 이번에는 거래 대상에서 빠졌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야간 거래까지 허용할 경우 가격 움직임이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에 따라 KRX와 NXT의 야간시장 주도권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NXT는 KRX보다 20분 이른 오후 3시 40분부터 거래를 시작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거래 가능 종목에서 우위를 확보한 KRX와 거래시간·비용 측면의 강점을 가진 NXT가 서로 다른 경쟁력을 앞세워 투자자 확보에 나서는 구도다.

두 시장의 거래 시간이 겹치는 구간에서는 투자자의 주문이 어느 시장으로 향할지도 관심사다. 투자자가 특정 거래소를 직접 지정하지 않는 경우 증권사는 가격과 체결 가능성 등을 비교해 투자자에게 보다 유리한 시장으로 주문을 집행하게 된다.

야간 거래가 확대되는 만큼 시장 안정 장치도 마련됐다. 애프터마켓의 가격제한폭은 정규장과 마찬가지로 전일 종가 대비 ±30%가 적용된다. 개별 종목의 가격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움직일 경우 변동성완화장치(VI)도 작동한다.

주문 유형에도 제한이 있다. 시장가 주문은 허용되지 않고 지정가와 최우선지정가, 최유리지정가 등으로 주문해야 한다. 거래가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대에 시장가 주문이 몰리면서 가격이 급격히 움직이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공시 접수 시간은 기존과 동일하게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유지된다. 거래시간이 오후 8시까지 늘어나더라도 공시 가능 시간까지 함께 연장하지 않은 것은 장 마감 이후 악재성 공시를 내놓는 이른바 '올빼미 공시'가 늘어날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투자자들이 주의할 점도 있다. 애프터마켓은 정규장보다 참여자가 적어 호가가 촘촘하게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은 종목의 경우 적은 주문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장중 거래와 같은 유동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금융위가 제시한 자본시장 인프라 혁신 로드맵. 금융위원회
금융위가 제시한 자본시장 인프라 혁신 로드맵. 금융위원회

◆거래시간 확대 '첫발'…증권사 플랫폼 경쟁도 가열

KRX의 애프터마켓 출범은 국내 증시의 거래시간을 단계적으로 늘리기 위한 첫 단계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는 향후 해외 주요 거래소의 거래시간 확대 추이를 살피면서 프리마켓 도입 등 추가적인 거래시간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사실상 24시간에 가까운 거래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거래시간 연장의 배경에는 해외시장으로 이동하는 국내 투자자 자금을 다시 국내 증시로 끌어들이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접근성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특히 미국 등 주요 시장의 거래시간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 역시 거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상황이다.

다만 거래시간을 늘린다고 거래대금이 그만큼 증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존 정규장에 형성된 유동성이 야간으로 나뉘면서 시간대별 거래가 오히려 얇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경우 야간시장의 가격 안정성과 유동성 확보가 과제로 남을 수 있다.

거래시간 확대는 증권사들의 리테일 경쟁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퇴근 이후에도 주식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증권사들이 야간 시간대 투자자의 MTS 체류시간과 거래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 증권사들이 MTS 개편과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황 요약, 투자정보 분석, 맞춤형 자산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이와 맞물린다. 거래 가능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투자자가 필요한 정보를 보다 빠르고 쉽게 제공하는 플랫폼의 경쟁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 마감 이후 발생하는 국내외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며 "증권사 입장에서도 단순 수수료 경쟁을 넘어 AI를 활용한 투자정보와 자산관리 등 플랫폼 경쟁력이 고객 확보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