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쏘임 연 7천 건 중 30% 9월 집중…예초기 사고 60대 40%, 84%는 보호구 없이 작업
추석 연휴(25~27일)를 2주 앞두고 전국 응급실과 정형외과가 벌초·성묘 부상자로 붐비고 있다. 벌에 쏘여 의식을 잃고, 예초기에 다리를 베이고, 산소 비탈에서 넘어져 골절된 환자들이 잇따르면서 119구급대도 연중 가장 바쁜 시기를 맞았다. 소방당국은 "벌초철 2주가 1년 중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경고한다.
이미 사망자도 나왔다. 지난 4일 부산 동구 수정산에서 말벌에 쏘인 70대 2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머리 부위를 쏘인 여성 1명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달 19일에는 부산 강서구 한 도로에서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던 60대 남성이 벌에 쏘여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흘 뒤 숨졌다. 7월에는 경남 함안에서 밭일하던 70대가 벌에 쏘여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통계는 이 시기의 위험을 그대로 보여준다. 소방청이 최근 3년간(2023~2025년) 벌 쏘임으로 119구급대에 이송된 환자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6천978건 가운데 2천40건(29.2%)이 9월에 발생해 가장 많았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분석에서는 최근 3년간 벌 쏘임 사고의 80%가 추석 벌초·성묘 기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뱀도 마찬가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발생한 뱀 물림 사고 665건 가운데 24.7%가 9월에 집중됐다.
산소가 특히 위험한 이유가 있다. 박현철 부산대 생명환경화학과 교수는 산소 주변은 물이 고이지 않고 토양 상태가 좋아 땅속에 집을 짓는 말벌들이 선호하는 환경이라고 설명한다. 겨울 먹이 저장을 앞두고 벌의 활동성이 극에 달하는 시기에 사람이 그 땅을 밟고 예초기까지 돌리니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뱀 역시 9~10월에는 어미 뱀이 새끼를 출산하는 시기여서 민감해져 공격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국립공원연구원 측 설명이다.
정형외과 문턱을 넘는 환자는 벌·뱀보다 예초기와 낙상이 더 많다. 행정안전부 조사에서 예초기 주요 사고 유형은 베임·찔림이 38.3%로 가장 많았고, 날아오거나 떨어진 물체에 맞는 사고 27.6%, 넘어짐·미끄러짐 17.2%로 집계됐다. 다치는 신체 부위는 다리와 발이 49.0%로 절반에 달했고 척추(14.9%), 얼굴 및 머리(12.7%), 손목(9.8%) 순이었다. 그런데도 응답자의 84.3%가 안전모나 안면보호구 등 적절한 보호구를 '전혀 착용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항상 착용한다'는 응답은 6.0%에 불과했다.
다치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충남소방본부 분석에서 예초기 사고는 103건 중 41건(39.8%)이 60대에서 발생했고, 벌 쏘임 사고도 전체 656건 가운데 191건(29.1%)으로 6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시간대는 오전 9~11시였다. 1년에 한 번 예초기를 잡는 60대가 주말 아침 벌초에 나서다 다치는 것이 전형적인 패턴이다. 고령자는 단순 넘어짐도 고관절·손목 골절로 이어져 수술까지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역 소방도 비상이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벌 쏘임으로 119구급대에 이송된 환자는 총 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명)보다 47.5% 늘었다. 경북에서는 지난해 추석 전후인 9월 20일부터 10월 8일까지 벌집 제거 1천840건, 벌 쏘임 243명, 예초기 사고 18건이 발생했다. 전국 어디서든 추석 전 2~3주가 '사고 피크'라는 얘기다.
응급실이 붐비는 시기에 사고를 당하면 처치가 늦어질 수 있어 예방이 최선이다. 소방당국의 수칙은 명확하다. 벌초 전 주변 벌집을 확인하고, 밝은색 긴소매 옷을 입되 향수는 피한다. 본격적인 예초 작업 전 주변의 돌, 나뭇가지, 유리병 등을 미리 치우고, 작업 중에는 반경 15m 이내에 다른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벌에 쏘인 뒤 호흡곤란이나 전신 두드러기, 얼굴·입술 부종,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일 수 있는 만큼 즉시 119에 신고해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특히 머리를 쏘인 경우 신경 마비로 질식까지 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 경고다.
예초기에 베였을 때는 깨끗한 거즈나 수건으로 눌러 지혈하고, 절단 사고가 났다면 절단 부위를 깨끗한 거즈로 감싼 뒤 비닐봉지에 넣고 얼음물이 담긴 용기에 보관해 119에 신고해야 한다. 절단 부위가 얼음이나 물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뱀에 물렸다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물린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유지해야 한다. 상처를 칼로 째거나 입으로 독을 빨아내는 행동은 피하고 술이나 카페인 음료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소방 관계자는 "매년 하는 일이라 괜찮다는 생각이 가장 큰 사고 원인"이라며 "벌집은 직접 건드리지 말고 119에 신고하고, 예초기는 반드시 보호구를 갖추고 두 명 이상 함께 작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