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전략·다른 전술?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원이 다른 국가 기관이나 정치권력 등 부당한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11일 밝혔다.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두고 매일 아침 출근길을 기다리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나온 말은 아니다. 이날 오전 '법원의 날' 기념사에 담긴 메시지다.
▶이틀 전이었던 9일 이재명 대통령이 프랑스 동포간담회에서 개헌·연임 논란과 맞물린 "제 임기는 헌법상 명확히 제한돼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던 장면과도 묘하게 겹친다. 민감한 정치·헌법 현안에 대한 즉석 질의응답이 아니라, 예정된 공식 행사 발언 속에 원칙론을 담아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는 공통점이다.
물론 두 발언 모두 특정 현안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단정을 차단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제한' 발언이 국내 연임 개헌 논쟁 속에서 읽혔듯, 조희대 대법원장의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 언급 역시 대법관 재제청 갈등이 한창인 시점이라는 점에서 별개의 말로만 듣기는 어렵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1일 서초구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법치주의와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사법부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그는 "헌법상 독립된 국가기관인 법원이 다른 국가 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은 물론 소송 당사자로부터도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재판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런 헌법적 사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우리 사법부에 주어진 변함없는 책무"라고 말했다.
또 "사회적 갈등과 극심한 대립이 재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며 "갈등이 첨예할수록 법원은 더욱 흔들림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맡은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은 청와대와 대법원이 대법관 후보 제청 문제를 두고 충돌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고 또한 최신 업데이트 버전이라 눈길을 끈다. 특히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이라는 표현이 청와대를 직접 겨냥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갈등과 맞물려 사법부 독립을 강조한 메시지로 읽힐 여지는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8월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제청했지만, 청와대는 열흘 뒤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하라고 요구했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임명권 역시 실질적 권한이라고 보는 반면, 대법원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를 거부하고 다른 후보를 요구할 수 있는지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과 맞물린다.
결국 이번 갈등은 특정 후보 한 명의 인선 문제를 넘어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어디까지 상대방의 영역에 관여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권한 충돌 성격도 띠고 있다.
대법원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한 공식 입장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