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지역을 살린다…대한민국 식품명인 88인"

입력 2026-09-14 09: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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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명인 88인 중 경북 지역에 9인…대구는 없어
지자체 차원 지원책 별도로 없어 한계로 떠올라
전문가 "경북 종갓집 문화 연계한 컨텐츠 개발 가능"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 62호 서분례(77) 명인이 9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서일농원에서 청국장 담그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수 기자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 62호 서분례(77) 명인이 9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서일농원에서 청국장 담그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수 기자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 62호 서분례(77) 명인이 9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서일농원에서 청국장 담그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수 기자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 62호 서분례(77) 명인이 9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서일농원에서 청국장 담그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수 기자

한국 전통식품 계승·발전을 위해 정부가 지정·관리하는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새로운 K-관광 마중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명인이 운영하는 전통식품 체험장과 지역 관광자원을 연계해 '식품명인 미식 여행' 44개 코스를 공개하고 K-미식 관광 활성화에 나섰다. 9일에는 'K-미식여정' 제3탄으로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 위치한 제62호 서분례(77) 명인의 '서일농원'에서 '대한민국식품명인을 만나는 미식 여행' 행사를 열고 관계부처와 외식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식품 제조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대한민국 식품명인은 지난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6명이 지정됐고, 사망 등 지정해제로 인해 현재는 총 88명이다. 품목별로는 전통식품 분야가 63명으로 전통주가 25명으로 가장 많고, 장류(13명), 떡·한과류(10명), 차류(7명), 엿류 (6명) 등이 포함된다. 전통주류 분야에는 25명이 지정돼 있으며 지역별 특색을 살린 전통주를 제조하는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경북 안동·예천·영천 등지에 명인 9인

전국 식품 명인 88인 가운데 대구경북에는 경북에만 9인이 있다. 주로 안동 소주, 식초(보리식초, 현미초 등), 장류를 전통 방식으로 제조하는 명인이 경북 안동·예천·영천 등지에 존재한다.

지역별 명인 분포를 보면 ▷안동 박재서(안동소주) ▷김천 송강호(김천과하주) ▷청송 성명례(대맥장) ▷안동 최명희(소두장) ▷영천 현경태(흑초) ▷칠곡 곽우선(설련주) ▷영천 임경만(보리식초) ▷예천 한상준(현미초) ▷안동 김연박(안동소주) 등이다.

전체 9인 가운데 주류 명인이 4인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점이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특색이다. 주류 외에는 장류, 식초 등 가공과 발효식품의 전통을 계승하는 명인들이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식품명인 지정 및 관리는 농식품부 권한이다. 매년 공고를 통해 신청자를 접수하고 심사를 거쳐 지정한다. 다만 중앙정부에서 지정·관리를 담당하는 만큼 대구시나 경북도 차원의 별도 지원책은 없는 상황이다. 지역에서는 자치단체 차원의 귀농귀촌 활성화 대책으로 지역의 식품명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북 예천의 한상준(56) 현미초 명인은 "서울에 오래 살다 부모님 고향으로 귀농한 사례"라며 "농촌과 농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의 명인들을 내세워 지역 맞춤형 농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대외적으로 홍보하면 귀농 귀촌인을 비롯해 다른 지역 농업인에게 까지 자긍심 제고 등 긍정적 영향 줄 것"이라며 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대구에서는 2023년부터 매년 1명만 '생선 김치' 품목에서 식품 명인을 신청하고 있다. 현재로선 대구에는 식품 명인은 없고 별도의 지원책도 없다다"면서 "필요에 따라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 역시 "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책은 없다. 다만 전통기술의 보존, 계승과 명인 제품 홍보, 판로 확대를 중심으로 지원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농식품부에서 발표한 '식품명인을 만나는 미식 여행길' 등 컨텐츠와 현계해 도 내 명인의 전통기술과 이야기를 지역 관광자원과 함께 알리고, 체험, 견학이 제품 구매와 지역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6개 권역 중 전라권 26인…경상권은 18인

농식품부는 ▷서울경기 ▷충청 ▷전라 ▷경상 ▷강원 ▷제주 등 전국 6개 권역별로 식품명인과 연계한 미식관광 콘텐츠를 발굴해 투어코스를 운영 중이다. 1994년 시작된 식품 명인 제도는 지난해까지 전통식품 분야 식품 명인 106명이 지정됐다. 이후 지정 해제 등으로 현재는 총 88명이다. 품목별로는 각각 전통식품 63명, 전통주류 25명이다.

명인의 전통을 계승할 전수자는 총 77명이다. 전수자는 명인이 자체적으로 선정해 추천하면 정부에서 지정하고 활동보고서 등을 통해 전수 활동 상황을 점검한다. 전수자에게는 분기당 전수장려금이 지급되며 연 500만원 수준이다.

권역별로는 식품 명인은 전라권이 26(전북 10·전남 16)명으로 가장 많다. 경상권은 18(경북 9·경남 9)명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식품 명인 인증 전후 평균 매출액은 24.9% 증가했다. 명인으로서의 자긍심 수준 매우긍정 86.8%, 만족도 82.4% 등으로 높은 수준이다.

서분례 명인은 안성에 3만평 규모의 서일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농장에서 청국장을 제조해 식당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청국장을 먹지 못한다고 한다.

2015년 식품명인으로 지정돼 현재까지도 전통적인 청국장 제조 방식을 고수한다. 서 명인은 청국장을 담기 전 '장독대' 관리에 유독 정성을 쏟는다. 달궈진 숯에 꿀을 넣어 장독대에 넣어 소독을 한 뒤, 깨끗한 천으로 독 내부와 외부를 깨끗이 닦아낸다. 이 작업을 일일이 거듭하며 깨끗해진 독 안에만 메주를 넣어 숙성시킨다. 메주를 넣은 뒤에는 완벽한 발효를 기원하는 뜻을 담은 버선, 고추, 숯이 걸린 금줄도 뚜껑에 걸어올린다.

매일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장독을 열어 장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한다.

서 명인은 "어린시절 할머니와 함께 소주 끓이는 방에서 함께 자며 생활했다. 할머니가 방에다 늘 청국장을 띄웠다"며 "하루는 아랫목으로 가서 자다가 청국장에 온몸이 파묻혀 '악취'에 시달린 트라우마가 있다. 이를 계기로 균이 없고, 냄새 없는 청국장을 연구해 개발했다. 어린시절 시달린 '청국장 냄새'는 죽은 균에서 생긴다는 걸 발견했고, 이때부터 죽은 균이 없는, 냄새가 나지 않는 청국장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 "경북 종갓집 연계 관광 컨텐츠 개발"

대구경북 식품 명인과 연계한 관광 컨텐츠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치단체 차원의 노력과 함께 지역색을 부각하는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대전 제과점 '성심당' 브랜드는 빵 자체를 사기 위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모태가 된 천안 '뚜쥬르' 역시 제과·제빵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하나의 '마을'로서 지역 미식 관광을 견인 중이다.

지역 전문가는 대구에는 식품 명인은 없지만 대구시 인증 빵 브랜드를 활용해 관광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경북의 경우 전통 '종갓집' 식문화와 숙박 체험을 연계시킨 다양한 체험활동을 브랜딩하면 관광객 유입해 효과적일 거라고 진단한다.

이삼빈 계명대 식품가공학과 명예교수는 "대구경북 관광 상품은 볼거리에 더해 먹거리, 체험 거리 위주로 연계해 관광객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홍보하는 방법이 있다. 대구는 비교적 약할 수 있지만 경북 지역에 있는 종갓집은 의미가 있는 컨텐츠"라며 "종갓집 음식은 예로부터 전통 있고 귀한 유산이다. 안동 지역을 비롯한 경북 지역의 종갓집들을 지자체 차원에서 잘 발굴해서 식품 명인들과 연계해 관광 상품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호텔이 아닌 전통가옥에서의 숙박 경험에 더해서 전통적인 발효 식문화, 생활 문화를 연계하고 컨텐츠에 스토리를 가미해 우리 만의 먹거리에 담긴 의미를 부각시키는 게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농식품부는 전통발효식품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연구지원과 품질 향상, 산업기반 강화 등을 통해 전통식품을 '보존해야 할 문화'에서 '성장 가능한 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9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서분례 명인의
9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서분례 명인의 '서일농원' 모습. 김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