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사과·사퇴 대신 사수 선택?…김행·커밍스가 보여준 '기자회견 뒤 사달' [시사뒷담]

입력 2026-09-11 0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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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처 자신을 둘러싼 논란들과 관련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러나 선택한 방식은 사과나 한발 물러서기가 아닌 정면 반박이었다.

특히 여론의 반감이 집중된 배우자(박기홍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전 전략기획부총장)의 기본소득당 당직자 채용 문제에는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직과 장관직 겸직 문제를 두고도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법적으로 겸직이 가능하고 소수정당이라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는 논리다.

과거 '언더조직'의 성차별적·위계적 문화 논란을 두고는 해당 조직 참여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미 2017년 자체 해산했다고 설명했고, 기본소득당이 국고보조금 수령을 위해 이른바 '유령 시·도당'을 운영했다는 의혹도 선관위 신고·수리와 실사를 거쳐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문제는 기자회견이 이미 악화한 여론을 돌려세우는 계기가 될지, 오히려 불을 붙일지가 됐다. 회견 직전인 지난 7~9일 실시된 NBS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용혜인 후보자 지명을 '잘못한 인선'이라고 평가한 응답은 63%에 달했다. '잘한 인선'이라는 반응은 17%에 그쳤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잘못한 인선이라는 응답이 절반이나 됐다.(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15.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남편인 기본소득당 박기홍 최고위원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남편인 기본소득당 박기홍 최고위원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여가부 김행도 정면 반박…끝내 논란 못 껐다

비슷한 장면은 공교롭게도 같은 부처(성평등가족부 전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게서 이미 나온 적이 있다.

2023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각종 의혹이 쏟아지자 물러서기보다 "가짜뉴스가 도를 지나쳤다"며 언론 보도를 강하게 반박했다. 출근길 문답까지 중단하면서 의혹 보도를 '인격살인'이라고 비판했고, 낙태 관련 과거 발언 논란에도 자신이 하지 않은 말을 씌웠다며 적극적으로 맞섰다.

그러나 강한 반박이 논란을 종결시키지는 못했다. 청문회에서도 주식 관련 의혹 등을 놓고 공방이 계속됐고, 청문회 파행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의 여당 참패까지 겹친 뒤 김행 후보자는 결국 지명 약 한 달 만에 자진사퇴했다. 이후 김행 후보자의 정치적 입지도 크게 좁아졌다.

김행 사례는 해명의 강도와 대중의 납득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3년 9월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 출근길에 허리춤에 팔을 붙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2023년 9월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 출근길에 허리춤에 팔을 붙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커밍스도 "내 행동은 합리적"…회견 뒤에도 59% "사퇴해야"

해외에서는 도미닉 커밍스 사례가 용혜인 후보자의 향후 여론을 전망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하다.

2020년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의 최고참모였던 커밍스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장거리 이동으로 방역수칙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자 총리실 로즈가든에서 이례적인 장시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사과보다는 자신의 행동이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이었다는 설명에 집중했다.

회견 뒤 여론조사(유고브)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59%가 커밍스가 사퇴해야 한다고 했고, 71%는 그가 봉쇄 규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집권 보수당의 노동당 대비 지지율 우위도 일주일 사이 9%포인트 줄었다. UCL 연구에서도 이 사건이 불거진 뒤 영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신뢰가 뚜렷하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도미닉 커밍스 전 영국 총리 수석보좌관. 연합뉴스
도미닉 커밍스 전 영국 총리 수석보좌관. 연합뉴스

김행·커밍스 사례와 용혜인 후보자의 현재는 공통된 지점이 있다. 논란의 당사자가 직접 나오는 것과 여론을 설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특히 논란의 핵심이 불법 여부보다 '공정한가' '특권으로 보이지 않는가' 등의 국민 눈높이 문제일 경우 "법적으로 문제없다"거나 "내 판단은 정당했다"는 반박만으로는 되레 기존 비판을 강화할 수도 있다. 청와대도 이날 용혜인 후보자의 겸직 문제를 두고 법적 검증보다는 본인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거나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용혜인 후보자는 이날 사과 또는 더욱 강한 퍼포먼스인 사퇴를 택하지 않았다. 대신 조목조목 따지듯 국민들에게 내놓은 반박들이 자신의 의혹을 걷어내는 첫 장면이 될까, 아니면 청문회까지 이어질 또 다른 후폭풍의 출발점이 될까. 이미 후자의 징후가 강하다.

사과(謝過)도, 사퇴(辭退)도 없었다. 용혜인 후보자가 택한 건 사수(死守)였고, 이제 관심은 그 기자회견이 어떤 '사달'을 불러올지에 쏠린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본인과 기본소속당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본인과 기본소속당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