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엄태항 군정 '공무원 관사' 특혜지… 시행사 교체 뒤 강행 속 지반 침하
주민 "전 군수가 군이 매입다더니" 분통… 박 전 군수 "선례 우려 최종 불가"
시행사 "사업 추진 때 군의 연립주택 매입… 오락가락 행정 우리도 피해자"
최기영 군수 11일 현장 방문… 주민 면담·안전 점검 나서 사태 수습 '총력'
경북 봉화군 봉화읍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공사장 인접 주택가의 옹벽 균열과 지반 침하 사태(매일신문 9월 10일자 10면 보도) 배후에 과거 지역사회를 뒤흔들었던 특혜 논란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반 붕괴 공포에 떨던 주민들이 그간 집단행동을 자제하며 버텨온 배경에 '군이 피해 주택을 매입해 공무원 숙소나 계절근로자 숙소로 쓰겠다'는 전임 군수의 구두 약속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주장이 터져 나오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매일신문 취재 결과, 지반 침하와 옹벽 균열로 연일 굉음과 비명이 쏟아지는 문제의 신축 현장은 과거 2020년 9월 엄태항 전 봉화군수 재임 시절 '122억원 규모 공무원 임대 관사 MOU 특혜 논란'을 빚었던 바로 그 부지로 드러났다.
당시 봉화군은 열악한 군 재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민간 건설업체가 신축하는 아파트를 100억원이 넘는 군비로 매입·임차하겠다는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해 거센 반발을 샀다.
민간의 미분양 위험을 군비로 떠안는 명백한 특혜이자 행정안전부의 매각 권고 선례를 무시한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쏟아졌던 진원지가 바로 지금의 공사장이다.
이후 해당 사업장은 시행사가 바뀌고 분양 방식도 '후분양'으로 전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첫 단추부터 특혜 시비로 얼룩졌던 부지의 개발 잔혹사는 고스란히 인접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당초 12층에서 최종 15층(특수구조 건축물, 65세대)으로의 잦은 설계변경과 깊어진 터파기 굴착 작업 속에 현장소장만 네 차례 교체됐다.
현장의 상흔은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인근 10층 아파트 주차장 뒤편 옹벽은 어른 손바닥이 쑥 들어갈 정도로 벌어졌고, 5층 연립주택은 지난 장마철 폭우 당시 앞 화단의 가로 80㎝, 깊이 70㎝가량이 쓸려 내려앉은 뒤 두 달 넘게 파란 방수포로 덮여 있는 실정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붕괴 위협에 직면한 주민들을 달래는 과정에서 '군 매입설'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터져 나왔다는 점이다.
연립주택의 한 주민은 "군이 건물을 매입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극심한 소음과 진동 피해를 묵묵히 참아왔다"며 "당시 군수와 군의원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군이 직접 매입하겠다고 공언했고, 주민들의 박수까지 받았다. 이제 와서 군정이 바뀌었다고 발을 빼는 것은 명백한 주민 기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박현국 전 군수는 '약속이 아닌 검토 후 공식 불가 통보'였다며 선을 그었다.
박 전 군수는 "당시 주민들이 피해 대책으로 매입을 강력히 요구해 수차례 군청 간부회의를 열고 기숙사 활용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민간 공사 피해를 군비로 매입해 줄 경우 나쁜 선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관내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주변 건물주들이 군에 매입을 요구하는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이 우려돼 최종적으로 주민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정리했던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행사 측 역시 잦은 설계변경과 연립주택 매입 논란의 배후로 군 행정을 지목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당초 12층에서 20층까지 층수를 올리는 설계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봉화군이 연립주택을 매입하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이후 조율 끝에 15층으로 최종 결정됐다"며 "사업권을 인수할 때 전 시행사로부터 이런 복잡하고 거센 민원이 있는 줄 제대로 듣지 못해 속았다는 생각마저 드는데, 군의 오락가락하는 고무줄 행정 탓에 우리 역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과거 122억원 관사 MOU로 특혜 논란을 빚었던 부지에서 층수 변경 조건으로 피해 주택 매입 카드가 오가는 등 무리한 행정이 반복됐다"며 "결국 실현 불가능한 구두 약속으로 주민과 사업자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혼란과 희망고문만 안겼다"고 성토했다.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자 현 군정이 직접 현장 수습에 나섰다. 최기영 봉화군수는 11일 지반 침하와 옹벽 균열이 발생한 봉화읍 공사 현장과 인접 연립주택을 직접 찾아 현장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 입주민들과 면담을 가졌다.
최 군수는 붕괴 공포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한 뒤, 행정 지도와 감독 권한을 총동원해 위험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실질적인 주민 안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시공사 측은 약액 주입(그라우팅) 등 지반 보강과 사후 손실 보상을 약속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연립주택 주민들은 "과거 특혜 논란 부지에서 군청의 오락가락 행정과 헛된 약속에 속아 건물 안전과 재산권을 지킬 골든타임마저 날렸다"며 "시공사의 땜질식 계측을 믿을 수 없는 만큼,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의 정밀안전진단과 함께 행정 차원의 투명한 진상 규명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