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내원 1%는 '자해·자살'…20대 가장 多
상당수 이미 정신과 치료 중… "약물 처방 외 사후 관리 필수"
전문가, "적시 개입 위해 정신 건강 전문가 및 예산 확충 필요"
9월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자살 시도자를 대상으로 한 꾸준한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살 고위험군에게 적시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정신 건강 전문 인력 확충과 질적인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의 '2024 주요 중증 응급질환 지표'에 따르면 국가응급진료정보망에 기록된 당해 응급실을 찾은 자해·자살 시도자는 3만5천170건(0.82%)으로 집계됐고, 그중 2천239명이 사망했다. 질병 외 손상으로 내원한 환자로 한정할 경우 자해·자살 환자 비율은 3.1%에 달했다.
대구의 경우 같은 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 14만6천951명 중 자해·자살로 온 경우는 1천584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전체의 약 1.1%였다. 대구 환자는 20대가 20.3%로 가장 많았고 50대, 10대, 40대, 30대 순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 2013년 정부가 진행한 자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에 비해 25배 이상 높았다. 2023년 조사에서는 자살 시도 환자 중 과거 자해 및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환자가 36.6%에 달할 정도로 재시도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연도에 내원한 관련 환자 중 40.7%가 이미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 치료를 받는 중이었던 만큼, 단순 외래 진료나 약물 처방만으로는 급성 위기 순간을 차단하기 어렵다. 신체적 치료가 끝나 병원 문을 나서게 된 직후부터 환자는 관리 공백 상태에 놓이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 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응급실 내에 정신건강전문요원, 사회복지사 등 사례관리자를 배치해 상담과 지역 센터 연계를 돕는 제도다.
해당 사업은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에게 응급 치료와 초기 상담·정신과적 평가, 병원을 기반으로 한 4회차의 단기 사례 관리, 지역사회 센터 연계 순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3년 경북대병원을 포함한 25개 병원이 참여해 시작된 해당 사업은 지난해 참여 의료기관이 93곳으로 늘었다. 올해의 경우 계명대 동산병원 등 7곳이 추가로 지정돼 100곳으로 대상지가 확대됐다.
현재 대구에는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3명), 영남대학교의료원(3명), 경북대학교병원(3명), 계명대학교 동산병원(2명), 더블유병원(2명) 등 총 5곳이 서비스 운영 병원으로 등록돼 있다.
동산병원 관계자는 "현재 관련 인력 채용 과정에 있고, 인력이 확보되면 오는 10월부터 해당 사업을 운영할 것"이라며 "그간 자살 시도자를 대상으로 교수, 전공의들이 개별적인 평가나 치료를 하고 있었는데, 병원 내 전담 부서를 만들어 환자의 재시도나 위기도 여부까지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사업 성과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2만2천868명의 자살 시도자가 사업 참여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고, 그중 절반이 넘는 1만4천414명이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의 사례 관리에 동의해 서비스를 받았다. 복지부는 이들 중 사례 관리를 4회 받은 자살 시도자는 자살 생각을 가진 비율이 28.8%에서 13.8%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의료 수가가 책정된 사업은 아닌 만큼 병원 입장에서는 응급의료기관 평가 시 가점 0.5점을 제외한 큰 유인책이 없다는 일부 의견도 나온다. 아직 다수 병원에 확산한 사업은 아닌 데다, 24시간 운영 기관이 아닌 이상 담당자가 퇴근한 야간·주말에는 연계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력과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진희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은 자살 고위험군에게 빠르게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도 "정부 재정지원에 기반한 사업 형태인 만큼, 생명을 다루는 정신건강 전문 인력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근무하며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현 교수는 "공공성 있는 사업이지만 과별 협력 방식이나 인력 확보 방안 등은 병원의 의지에 기대야 한다"며 "해당 사업뿐 아니라 지역사회 자살 고위험군에게 효과적으로 개입하기 위해 정신건강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성과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질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