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화되는 한미동맹, 강화되는 주한미군

입력 2026-09-10 13: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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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이춘근

작년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초로 한미일 협력 관계를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그의 안보 정책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한국 국민들은 물론 미국도 안심시키고자 했다.

사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오래전부터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고 지칭했다. 한미동맹의 가치를 폄훼했으며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는 대단히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그런 이재명 정부는 미국에게 3천500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투자도 약속했고 미국 방문 직후에는 더 이상 안미 경중, 즉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라는 정책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함으로써 미국을 안심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말과 행동은 일치하지 못했다. 적어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 한국 정부의 대미 정책에 대해 언행이 전혀 불일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폭로하기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자신의 트루스 소셜에 게재한 글을 통해 이미 계획중이었던 을지 프리덤 쉴드 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고, 한국 정부가 비핵화 등 이란문제에 대한 미국의 협조 요청을 '노 땡큐'로 거부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시제만 바꾼 똑같은 글을 8월 25일 다시 게재함으로써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다시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이 글은 대통령의 명령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을지 프리덤 쉴드 한미 연합 훈련은 시작한 지 며칠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지돼 버렸다. 함께 하기로 약속됐던 한미 해병 연합 상륙작전 훈련도 취소됐다.

8월 30일 폭스 뉴스의 '선데이 나잇 인 아메리카'에 출연한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노골적으로 이재명 정부를 비판했다. 자신은 전혀 강압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았고, 다만 한국이 이란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울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한국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 때 자신은 이 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는 것도 가감 없이 전했다. 트럼프의 어법상 잊지 않겠다는 말은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의 둘째 아들 에릭 트럼프는 최근의 저서에서 자기 아버지의 여러 가지 성품 중 하나가 '보복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동시에 김정은에게 우호적이지만 모욕적인 언급들을 통해 이란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북한 문제라는 사실도 밝혔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자신을 존경하고 있고, 그래서 도발도 자제하고 있으며 김정은과 자신은 말이 잘 통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어법을 아는 사람들은 이 말을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다음 차례는 너야!'라고 말한 것으로 해석할 것이다.

동맹국이 군사훈련을 함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동맹관계가 망가지고 있음을 의미하지만 이와는 전혀 역행하는 미국의 뚜렷한 움직임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우선 미국은 한국과 일본등 3국과 함께 제주도 동남방 수역에서 진행하는 '프리덤 엣지' 훈련은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진행되는 훈련을 취소하는 한편 남해 바다에서의 훈련을 지속하는 이유는 미국이 한미동맹을 통해 얻고자하는 전략적 목표가 북한 억제에서 중국 억제로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미국은 한미동맹을 더 이상 북한 수준의 허약한 적을 자제시키는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은 한국에게 중국을 함께 견제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중인데 한국은 거기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는 게 한미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이다. 물론 미국의 이같은 요구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가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태평양 지역(Pacific Area)이라고 명기돼 있다는 법적인 약속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 국방 전략의 핵심인 A2AD(Anti-Access, Area Denial, 접근금지, 지역 거부) 전략을 격파하기 위해 창설한 부대인 다영역 작전부대(MDTF) 를 한국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영역 작전부대는 미국 육군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육·해·공·우주·사이버·정보 등 모든 전장을 통합해 작전하는 미국군 최강, 최신예 기동부대다. 이 부대는 평택에서 북경까지 단 3분이면 날아갈 수 있는 마하 17의 초 고음속 미사일 블랙 이글도 장착하고 있다. 순수 방어 미사일인 사드 미사일 배치시 중국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잘 알고 있을 현 한국 정부를 향해 거대한 폭풍이 오고 있다.

이춘근(국제정치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