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실적'이라더니…힘 못 쓰는 제약·바이오株, 왜?

입력 2026-09-09 10: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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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 바이오테크코스닥 11%↓…헬스케어 44종목 중 39개 하락
기술수출 21조 돌파에도 주가는 뒷걸음…바이오 ETF도 일제히↓
기술수출 규모보다 '상업화' 본다…임상·마일스톤 성과가 반등 관건

챗GP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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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른 대규모 기술수출로 올해 역대 최대 성과를 향해 순항하고 있지만, 주가는 정반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산업 현장의 펀더멘털은 개선되고 있는 반면 증시에서는 금리 부담과 반도체 중심의 수급 쏠림, 기술수출 이후 차익실현 등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K-AI 바이오테크코스닥' 지수는 최근 1주일(8월 31일~9월 8일) 동안 11.32% 급락했다. 거래소가 산출하는 테마 지수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KRX 기술이전 바이오'와 'KRX 바이오 TOP 10'도 각각 도 10.03%, 8.02% 하락했다.

산업지수에서도 헬스케어의 부진은 뚜렷했다. 'KRX 300 헬스케어'는 7.81% 떨어졌고 'KRX 헬스케어'도 7.72% 하락했다. 반면 'KRX 반도체'는 6%대 상승하는 등 업종 간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같은 기간 'KRX 300 헬스케어' 구성 종목 44개 가운데 39개가 하락했다. 펩트론이 23.49% 급락했고 ▲앱클론(-21.50%) ▲파마리서치(-20.04%)도 20% 넘게 빠졌다. 이밖에 ▲오름테라퓨틱(-19.70%) ▲한올바이오파마(-15.79%) ▲알테오젠(-13.44%) ▲HLB(-12.08%) ▲리가켐바이오(-11.58%) ▲에이비엘바이오(-11.31%) 등도 두 자릿수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일제히 약세다. KB자산운용의 'RISE 바이오TOP10액티브'는 11.26% 하락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K바이오코스닥액티브(-11.06%)' ▲TIME K바이오액티브(-10.40%)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10.29%) 등도 10% 넘게 떨어졌다.

주가와 달리 기술수출 성과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계약은 총 13건으로 계약 금액이 공개된 건을 합산하면 21조663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역대 최대 수준인 약 20조원을 이미 넘어선 규모다.

알테오젠은 지난 2일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최대 32억2300만달러(약 4조4165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플랫폼 핵심 기술인 'ALT-B4'를 앞세워 올해만 네 차례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한미약품도 근육을 유지하는 비만 치료 후보물질 HM17321을 로슈 그룹 자회사 제넨텍에 최대 23억달러 규모로 이전했다. 임상 초기 단계임에도 총계약액의 약 8%인 1억9000만달러를 선급금으로 확보했다. 아리바이오도 중국 푸싱제약에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물질 AR1001의 글로벌 권리를 최대 47억달러 규모로 수출하는 등 조 단위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호재에도 주가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우선 금리와 유동성 환경이 꼽힌다. 성장주 성격이 강한 제약·바이오주는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중요한 만큼 금리가 오르면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지는 특성이 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의 기술수출과 알테오젠의 추가 계약, SK바이오팜의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 등 긍정적 이벤트가 이어졌지만, 금리 상승이라는 저항에 부딪혀 상승세가 제한됐다"며 "경기 확장에 기반한 고금리와 유동성 장세 기대 약화로 제약·바이오의 밸류에이션 회복도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약세가 글로벌 바이오주 전반의 현상은 아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 미국 S&P 바이오텍 ETF(XBI)는 0.9%, 나스닥 바이오텍 지수(NBI)는 1.6%, 아이셰어즈 바이오테크 ETF(IBB)는 1.4% 각각 상승했다. 국내 주요 바이오주가 일제히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술수출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대형 계약 자체가 강한 주가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면 이제는 선급금과 마일스톤, 파트너사의 개발 의지와 상업화 가능성 등 실제 현금흐름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경향이 강해졌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제약·바이오주는 임상 결과나 기술이전, FDA 허가 등 주요 이벤트 이후 차익실현이 반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이 기대감에는 프리미엄을 부여하지만, 그 기대가 반복 가능한 현금흐름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주가 조정을 산업 펀더멘털 악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셀트리온의 신규 바이오시밀러 점유율 상승, SK바이오팜의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더해 한미약품과 알테오젠의 대규모 기술수출까지 기업들의 기초체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향후에는 기술수출 규모를 넘어 실제 마일스톤과 로열티 유입, 후기 임상 성과 등이 투자심리 회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9월에도 에이비엘바이오의 FDA 미팅 결과와 세계폐암학회(WCLC), 유럽종양학회(ESMO) 관련 일정, HLB의 리라푸그라티닙 FDA 허가 결정 등 주요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의 펀더멘털에 수렴한다"며 "금리·환율·수급과 같은 대외 변수는 할인율에 일시적으로 작용할 뿐 현금흐름의 크기와 지속성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최근 국내 헬스케어 기업에서 나타나는 점유율 확대, 대규모 기술수출,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 등은 미래 현금흐름을 확대할 수 있는 펀더멘털의 변화"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