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 '대구미술사'
근대 화가로 분장한 연극 배우들이
직접 작품 소개하는 도슨트로 나서
대구 근대미술 발전 바탕 수채화 전시
장석수 '광녀'·강운섭 '투계' 등
미공개 작품 70여 점 첫 공개
"안녕하세요, 저는 서동진입니다! 대구 미술의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1927년 인쇄소이자 미술 전문 회사인 '대구미술사'를 설립했죠. 이인성과 김용조 등 우리나라 근대 대표 화가들을 키워낸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하하. 저기 실력이 뛰어난 또 다른 제자, 김우조가 오는군요."
"스승님! 미술을 우리 삶 가까이 두기 위해 노력하신 스승님의 노력이 오늘날 이렇게 전시장에서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니 벅차오릅니다."
지난 4일 봉산문화회관 전시장에서 한 편의 연극이 펼쳐졌다. 이날 열린 전시는 근대 대구 수채화의 계보를 조명하는 기획전시 '대구미술사-수채화를 그리다'.
연극 배우들이 100년 전 대구 화단을 이끌었던 근대 화가로 분장해, 특별 도슨트로 나섰다. 작품으로만 봐오던 작가들이 현실에 등장해 직접 자신의 작품과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는 생경한 모습에, 관람객들은 빠져들듯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번 전시는 대구 근대 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서동진이 대구에 문을 연 '대구미술사'에서 출발한다. 간판과 인쇄물 도안을 맡아 지역의 시각 문화를 떠받치던 이 공간은 당대 젊은 화가들이 모여 그림을 배우고 실력을 키우던 자리이기도 했다.
전시는 이 출발점에서 뻗어 나온 흐름을 ▷역사(史)-수채화, 시대를 그리다 ▷회사(社)-대구미술사, 창작의 산실 ▷스승(師)-미술 교육과 예술의 계승 등 세 갈래로 나눠 보여준다.
총 18명의 작가, 16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되는데,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견딘 작품들의 보존 상태가 비교적 좋은 편이어서 감동을 더한다.
2전시실에서 시작하는 '역사' 섹션에서는 대구미술사를 만든 서동진과 그의 제자 이인성, 김용조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김우조의 사진과 그것을 토대로 한 판화 작업, 직접 사용한 프레스기 등도 전시됐다. 서동진 작품 속 대구역 등 지역의 옛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전시실은 손일봉, 전선택, 권진호, 이경희, 금경연 등 근대 수채화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졌고, 3전시실은 정점식, 장석수, 강운섭 등 학교 현장에서 후학을 길러낸 이들의 자취를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선보인다.
이처럼 근대 대구 수채화의 100년 역사를 아우르는 작품과 자료들은 국립현대미술관과 대구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백프라자갤러리 등 기관과 유족들로부터 한데 모아졌다.
특히 장석수의 수채화 '광녀', 강운섭의 수채화 '투계', 이경희의 '꽃', 김수명의 '취수장 부근' 등 70여 점은 그간 내보이지 않았던 작품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수명(1919~1983) 작가의 유족 기정상 씨는 전시된 작품들을 연신 카메라로 찍으며 감격에 겨운 표정이었다. 그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40여 년 간 집에서 소중하게 보관해오던 작품이 조명을 받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며 "전문가들도 보고 탄복한 작품을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릴 기회가 생겨 시아버지께도, 주최 측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금경연(1915~1948) 작가의 손녀이자 재불화가인 금영숙 씨는 "할아버지께서 스무살 즈음 일본 수학여행에서 그린 드로잉 작품 일부를 처음 공개하게 됐다"며 "전시를 보니 더욱 할아버지의 업적을 잘 보존하고 계승해나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김영동 예술감독은 "대구 수채화는 그간 개별 작가의 이름으로만 기억돼왔지만, 그 시작에는 창작·생활·교육이 모여 있던 '대구미술사'라는 공간이 있었다"며 "대구 미술 교육의 요람이자 수채화 창작의 산실이었던 이곳을 통해 대구 근대미술의 가치와 역사적 의의를 살펴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은 휴관한다. 특별 도슨트 프로그램은 9월 12일과 19일 오후 3시에 진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