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법 체계 개편 취지를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하고 있는 만큼 피해자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며 새로운 형사 사법 체계를 빠르게 안착시킬 것으로 기대합니다(…)현장감 있는 참신한 시각과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세대 간, 성별 간 갈등을 넘어 청년 세대와 함께 모두의 성평등으로 나아갈 적임자 입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8월 30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 배경에 대해〉
"청탁비리 김승원, 특혜 독점 가족정당 용혜인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이미 끝났다. 후안무치의 끝판왕이라는 것" -〈임이자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9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말 단행한 2기 개각이 국회 인사청문회 시작도 전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6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특히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론의 반발이 거세다.
용 후보자는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 선언'을 시작으로 기본소득당 '사당화', 당 비선 논란 등이 꼬리를 물었다. 김 후보자를 두고는 이른바 '코로나 신약 로비 의혹'과 음주운전 이력,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추진 가능성 등이 부적격 근거로 떠오르고 있다.
두 사람은 제기된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 나가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문회 개최까지는 여전히 열흘에서 2주가량 남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 중인 정부 입장에서 그때까지 야권의 총공세를 견뎌낼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변수다. 이미 이들의 지명이 정부의 지지율 반등은커녕, 되레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해석할 만한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양 손에 든 떡, 안 놓네"…'의혹 백화점' 용혜인에 與도 '당혹'
용 후보자는 장관 임명 이후에도 비례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비판을 자초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지역구 의원과 달리 비례 의원은 입각 시 의원직을 내려놓고 후순위 후보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관례가 있다.
용 후보자는 자신의 입각을 위해 기본소득당을 원외정당으로 만들 수 없다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이른바 '연합비례정당 꼼수'로 의석을 확보한 기본소득당은 용 후보자 사퇴 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에게 의석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후 용 후보자는 의원직 사퇴 요구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상세히 말씀드리겠다"며 답변을 유보하고 있다. 그런 사이 정치권에서는 용 후보자가 사퇴를 거부하는 배경에 기본소득당이 원내 정당으로서 받는 수억원 대의 국고보조금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용 후보자의 남편 박기홍씨를 비롯한 측근들이 당직자로 근무하며 받는 급여가 해당 보조금을 재원으로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작성한 글에서 이를 겨냥해 "용 후보자를 '령도자'로 모시는 정당에 왜 국고를 바쳐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당의 '회전문 인사' 정황은 이 같은 사당화·보조금 논란에 불을 붙였다.
지난 3일 본지 단독 보도를 종합하면 용 후보자 부부가 기본소득당의 지방선거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일부 핵심 인사들이 공직후보와 당직, 의원실 보좌진을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인사가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다시 당직이나 보좌진으로 돌아가고, 이후 또 공직후보로 나서는 구조가 반복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재출마 자체보다도 공직후보·당직·보좌진 등의 기회가 특정 인사에게 편중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창당 때부터 '정치교체·세대교체'를 내세운 기본소득당이지만, 후보 선정과 인사 과정이 그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당 회계의 투명성도 검증 대상이다. 기본소득당 공개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당 수입은 약 27억원이다. 전년(약 13억원)의 두 배를 넘는 액수이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당시 정당 회계보고 세부내역이 공개돼 있지 않아 이를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외에도 야권은 노동당 '언더조직'의 비선 의혹과 용 후보자의 성평등 분야 전문성 부족 등에 대한 검증도 벼르고 있다.
◆"공익민원" 김승원 해명에도 수상한 정황 계속…준법의식도 '도마 위'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대한 로비 의혹을 받는다. 김 후보자가 여성 기업인 양모 씨로부터 특정 업체의 임상시험 절차를 빨리 처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실제로 김 전 처장이 직원들에게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정황이 드러났고, 해당 업체의 임상시험 계획은 이로부터 약 2주 만에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신약 임상시험 심사 과정에 현직 국회의원이 개입해 특정 업체의 편의를 봐준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해당 업체 측이 김 후보자에게 정치후원금 500만원을 보내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다만 실제 후원금은 전달되지 않았고, 이에 검찰은 김 후보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김 후보자는 이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또한 김 후보자는 의혹에 대해 "청탁이 아닌, 국회의원 청탁금지법에서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공익적 고충민원 단순 전달"이라고 반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국내 중소기업의 임상시험 절차가 부당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살펴봐 달라는 취지였을 뿐, 치료제 허가나 우선 심사, 기준 완화 또는 절차 생략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 후보자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정치후원금이나 금품·접대를 받은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신약 로비 관련자의 구속영장 심사를 김 후보자 등과 술자리를 함께했던 판사가 맡았다는 의혹을 새로 꺼내들었다. 아울러 김 후보자와 양 씨, 현직 판사가 함께 찍은 사진까지 공개되면서 이들의 관계를 둘러싼 대중의 의문도 커지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의 준법의식 문제도 주된 공세 대상이다. 김 후보자는 판사 퇴직 약 5개월 뒤인 2008년 7월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후보자는 이를 시인하고 사과했다.
본지 취재를 통해 주정차위반 과태료 체납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김 후보자 소유 카니발 차량에는 지난해 7월 31일 주정차위반 과태료 체납에 따른 압류 3건이 등록됐다. 서로 다른 미납 과태료 3건에 대해 경기 수원시 장안구청이 같은 날 압류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면 김 후보자가 보유한 차량은 해당 카니발 1대로, 압류는 지난 4일 보도 시점까지 1년 넘게 해제되지 않은 상태다.
김 후보자가 민주당의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 공동대표를 지낸 점도 비판 대상이다. 야권에서는 김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문제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김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에게 직접적인 (공소취소) 권한이 없고, 검찰총장을 통해 지휘할 생각도 없다"고 해명했다.
◆반전 없는 하락에 정부 '골머리'…청문회까지 버틸 수 있나
후보자들을 둘러싼 의혹은 개각 자체에 대한 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6개 부처 개각에 대한 부정 평가는 46.6%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37.7%,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5.6%였다.
연령별로는 5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선 가운데, 청년층의 반감이 특히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20대의 개각 긍정 평가는 17.1%에 그친 반면 부정 평가는 56.4%였다. 30대는 긍정 27.9%, 부정 54.0%를 기록했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층(긍정 61.8%, 부정 27.8%)을 제외한 중도층, 보수층에서 부정 평가가 우위를 점했다.
보수층에서는 긍정 평가가 19.1%, 부정 평가가 72.4%로 나타났다. 중도층에선 긍정 평가가 41.6%, 부정 평가가 48.5%였다.
이번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41.2%로 집계됐다. 이는 2주 전 실시된 직전 조사 대비 1.6%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부정평가는 1.4%p 상승한 53.9%를 기록했다.
KSOI 측은 조사 결과에 대해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단행된 개각인 만큼 인적 쇄신을 통한 반전이 기대됐지만, 기존의 부정적 인식을 크게 바꿀 정도의 긍정적 평가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무선 가상번호를 활용한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 응답률 5.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서는 향후 여론 흐름이 정부에 더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의혹 제기나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한데, 이 경우 개각에 대한 부정 평가와 국정 지지율 하락세가 더욱 가중될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오는 15일 열릴 예정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에서 각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등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용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나, 오는 18일 또는 22일 중 여는 방안이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네 후보자들의 청문회는 오는 15~16일에 몰려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김 후보자는 어느 정도 야권의 공세에서 '분산'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용 후보자는 홀로 집중 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